■ 기획/열악한 농어촌 교육에도 돌파구는 있다 <2>지역현실과 이를 무시한 교육정책
■ 기획/열악한 농어촌 교육에도 돌파구는 있다 <2>지역현실과 이를 무시한 교육정책
  • 최정임 기자
  • 승인 2012.09.24 11:03
  • 호수 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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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격차 심화시키는 교육정책

▲ 교과부 정책을 비판하는 서천 전교조 이의상 지회장의 1인 시위 모습.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학생 수 기준 정책, 농어촌 교육 침체 야기
입시 위주 교과과정…말로만 인성교육 강조

 

매번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놓는 교육정책에 대한 일선 교사와 학부모들의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지역, 특히 농어촌 지역의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일괄적인 교육정책이 지역의 교육을 더욱 침체시키고 도시와 농촌,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킨다는 여론이다. 지역의 현실과 동떨어진 교과부와 도교육청의 교육정책에 대해 짚어 본다.<편집자주>

 

농어촌학교 설움 가중시키는
교원총정원제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2010학년도에 도입한 교원총정원제는 농어촌 소규모 학교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교원총정원제는 학급 수가 아닌 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사를 배정하는 것으로 소규모 학교의 교원 감축을 가져왔다. 농어촌지역 초등학교는 이미 더 이상 학급이 줄어들 수 없을 만큼 한 개 학년  한 개 학급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학교들이 대부분으로 학생 수에 따라 교원을 배정할 경우 이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교사 수에도 못 미치는 결과를 가져온다.


실제로 서천지역 초등학교 교원 정원은 교장을 포함해 249명으로 18개 초등학교에 기본적으로 각 1명의 교장과 교감, 보건교사와 영양교사를 배치한다고 가정하면 171명의 교사들이 174개 학급을 맡게 돼 1학급 1교사도 불가능하다. 이처럼 교사가 부족함에 따라 교과목 교사부터 우선 배치하고 최소한의 보건교사와 영양교사를 배치해 순회근무하게 한다 해도 교과교사 역시 부족할 수밖에 없다.

또 학생들의 안전과 건강과 직결된 보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34개 지역학교 중 15곳 정도에 불과해 보건위생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교사 부족 문제는 보건교사와 영양교사의 부족에만 그치지 않는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교과 교사 역시 부족해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를 양산시키고 있으며 이는 교육의 질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천 중등교원의 경우 지난 2010년 2명 감원된 데 이어 2011년도 2개 학급이 감소됨에 따라 중등교원 3명(영어 1명, 지리 1명, 음악 1명)이 더 감축됐다. 교육지원청은 기간제 교사를 늘려 부족한 교원 수를 충당하고 순회교사를 배치하고 있지만 교육에 대한 전문성과 사명감에 대한 지역 학부모들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또 학생수가 많은 도시지역의 경우 교사가 늘어나고 학생수가 적은 농어촌지역에는 교사가 줄어 도농간 교육여건의 차이에 따른 학력 편차를 부추겨 농어촌 인구의 유출을 가져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는 여론이다.
아울러 농어촌지역 교원 감축을 가져오는 교원총정원제는 교사들의 잡무를 가중시켜 수업에 대한 충실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 학교 교사들은 “학생 수가 적어도 수업시수는 똑같고 교육과정에 따라 필요한 일반 업무도 같은데 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원을 줄이는 것은 농촌의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 “보건, 상담 등 특수교사와 교과 과목 교사의 정원을 별개로 정해 각 지역 현실에 맞는 교원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도교육청은 무리한 교원감축을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지만 농어촌 지역 학교들은 이미 무리한 교원 수로 운영해 나가고 있다.

 

소규모 학교 죽이는
학교 통폐합 정책

도교육청은 지난 2011년 6월 학생수 50명 이하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 추진방침을 발표했다. 학생의 성취동기 유발 미흡과 사회화 학습 및 인성교육의 한계, 1인당 투자교육비 과다로 비효율적인 교육재정 운영, 2~3개 학년의 수업을 담당하는 데서 오는 교원의 업무부담 증가, 통·폐합 예상학교 시설투자 제한으로 인한 교육시설의 노후화 등을 통폐합의 이유로 들었다.


당시 도교육청은 학생수 50명 이하 학교를 대상으로 하며 인접학교와의 거리 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1면 1교 유지정책은 지양한다고 밝혔고 본교가 통폐합될 경우 23억원(교과부 지원금 20억원, 도교육청 지원금 3억원), 분교장이 통폐합될 경우 12억원(교과부 지원금 10억원, 도교육청 지원금 2억원)의 재정을 지원한다고 했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충남교육청이 소규모 학교 95개교를 선정해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지난 5월 충남전교조, 도의원 등은 중단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5월 21일 충남도의회 임춘근 의원(가운데)을 비롯한 10여명의 도의원들이 ‘농어촌 죽이는 강제 학교통폐합 정책 중단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도교육청이 계획한 통폐합 대상은 도내 759개 학교 중 24%에 해당하는 60명 이하 초·중학교 184교로, 오는 2016년까지 총 95개 학교를 우선 통폐합 시킨다는 방침이다.


서천지역은 학생수 60명 미만인 14개 학교 중 송림초유부도분교, 기산초 등 6개 학교가 우선통폐합 대상에 포함됐고 동강중 등 8개 학교는 소규모학교 특성화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의 평가여부에 따라 통폐합 결정 또는 지속적 지원을 결정하거나 학생수가 증가하는 학교로 우선통폐합 대상에서 제외됐다.


기자회견을 가진 도의원과 전교조는 충남교육청이 ‘교육과학기술부의 강력한 요구와 통폐합 실적 우수 시·도교육청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과 기관평가 반영, 담당공무원에 대한 포상과 해외연수 확대 때문에 통폐합 대상 학생수를 50명에서 60명 이하로 확대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임춘근 의원은 “경제논리와 효율성만 갖고 통폐합을 추진하면 안된다”며 “역으로 농산어촌학교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인 면지역 학교 통학버스와 예산 지원, 공모 교장과 전문직 출신 교장 농어촌 학교 집중 배치, 소규모 학교를 살리는 교직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등을 추진한 후에 학교통폐합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소규모학교 죽이기 정책을 펼치는 교과부와 이에 무조건 따르는 충남교육청에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교원 정체 현상도 가져온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학교가 통폐합 될 경우 그에 따라 교장과 교감의 정원이 줄어들게 되고 교장 및 교감 연수를 받은 교사들은 발령을 제때 받지 못해 관리직 교원의 정체현상을 가져온다는 의견이다. 또 교장이나 교감 발령을 받지 못한 교원들은 동기 부여를 받지 못해 정년까지 시간만 보내려는 현상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농어촌 현실에 무지한
교과부의 복수담임제

올해 3월부터 교과부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중학교 2학년 학급을 대상으로 우선 도입한 복수담임제 역시 농어촌 현실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어 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교과부의 방침에 따라 서천지역의 경우 서천중학교는 담임교사를 남자교사와 여자교사로 구성해 엄격한 생활지도는 남자교사가, 세세한 학급운영은 여자교사가 맡기로 했고 장항중학교는 한 명은 일반적인 학급운영, 생활·복장지도 등을 맡고 다른 한 명은 행사, 학적관리, 행정업무, 자율활동 지도 등을 맡기로 하는 등 학교별로 사정에 따라 다르게 업무를 분담해 운영했다.


하지만 농어촌 학교의 현실에 대해 무지한 교과부가 아무런 기반 조성 없이 성급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혼란과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비난을 샀다. 전교조 충남지부는 학생지도와 행정업무로 나눠 맡는다거나 홀수 번호 학생과 짝수 번호 학생을 나눠 담당하는 등 학교마다 다르게 운영하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을 더욱 심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교사들마저도 두 명의 담임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눈치만 보게 되는 상황을 야기했다는 의견이었다.


교사가 부족한 농어촌 학교는 전 교사의 담임화로 교사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교무부장, 연구부장 등 보직교사가 담임을 겸직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전 학년 시행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상황으로 교과부의 농어촌 현실에 대한 무지를 보여준다. 또 보직교사를 담임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이에 따르는 담임수당을 실질적으로 모든 담임업무를 맡는 다른 교사에게 돌려주는 편법까지 야기했다.

 

담임이 자기반 수업
못 들어가는 집중이수제

집중이수제는 교과부가 학습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분으로 학기당 10~13과목을 이수하던 것을 8과목으로 줄이면서 주당 1~2시간 하는 도덕, 체육, 음악, 미술, 실과 등의 과목을 특정 학기에 몰아서 배우는 제도다. 교과부는 과목을 줄이고 난 나머지 교과 시간을 창의적 활동에 활용하라는 의도라고 하지만 일선학교 교사들은 학기당 8과목에 맞추려면 몰아서 가르칠 수밖에 없으며 학생들의 부담 또한 커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교과부가 말로는 창의력 발달과 인성교육을 강조하면서도 인성이나 체력, 창의성이 어느 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기를 수는 없다는 점을 간과하고 오히려 입시 위주의 국·영·수 과목의 비중을 높이도록 부추긴 꼴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학교마다 입시에 유리한 국·영·수 과목 비중을 높이면서 담당교사들의 조정도 불가피하지만 비입시 과목 교사들은 다른 학교에도 자리가 없어 옮기는 것도 어렵고 국·영·수 등 늘어나는 과목 교사 역시 기간제 교사를 채워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집중이수제로 인해 담임이 자기반 수업도 못 들어가는 현상이 발생해 학생 관리에도 허술해 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학년에 집중이수되는 과목 교사가 2, 3학년 담임을 맡는 등 수업 학년과 담임을 맡고 있는 학년이 다를 경우 아침과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나 아이들 얼굴을 볼 수 있는 실정이라는 것.


한 지역의 한 중학교 교사는 “집중이수제 역시 강남권 학교들만 살리기 위한 정책 같다”며 “우리 지역 사정과는 맞지 않아 지역 인재 유출을 부추기고 지역별 학력 편차도 커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또 전교조 서천지회 이의상 지회장은 지난 5월 교육지원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교육정책으로 학교에는 비정규직 교사들이 넘쳐나고 집중이수제로 담임교사가 자기 반 수업도 못 들어간다”며 “이런 현실에서 학생관리는 불가능하다”며 교과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했다.

 

농촌에는 신규교사만…

매년 교사들의 인사가 있을 때마다 지역 학교 학부모들은 ‘신규교사들만 들어와 경험이 없는 교사들이 혹시나 학생지도에 미숙함이 있거나 수업기술이 부족하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젊고 열정적인 교사들을 환영하는 학부모들도 많지만 충남도교육청의 교육공무원 인사규정이 농어촌지역의 교육을 침체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계속된다.


실제로 올해 3월 1일자 학교장 인사의 경우 초등학교는 다른 지역으로 전출된 경력직 교장 2명과 1명의 정년퇴직 교장의 자리를 2명의 승진교장과 1명의 초빙교장이 대신했고 중학교 도 전출된 4명의 경력직 교장 자리에 승진한 4명의 신규교장으로 대체됐다. 9월 1일자 인사에서도 송석초, 서천여중 두 곳에 신규 교장이 부임했다.


일반 교사들의 경우도 올해 초 서천고와 서천여고에서만 3명의 수학 과목 경력직 교사와 1명의 영어 과목 경력직 교사가 천안으로 전출됐고 5명의 수학 과목 신규교사와 4명의 영어교사가 신규교사가 서천지역으로 배치됐다.


농·산·어촌 지역 학교 근무를 희망하는 교사가 별로 없기 때문에 신규교사로 채워지고 신규교사가 경력교사가 된 후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면 경력교사 중에는 또 희망교사가 별로 없으니 또다시 신규교사가 배치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지역 출신 교사들이 서천지역 학교에서만 근무해 급변하는 교육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도교육청의 교육공무원 인사관리 원칙은 교육공무원 순환전보를 위한 인사구역 및 근속기간이 서천군을 비롯한 보령시·청양군·홍성군·예산군·당진군·서산시·태안군은 비경합구역으로 희망에 따라 무제한으로 근속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있음에도 교사들의 복지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강제로 해결할 수 없으며 점차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으로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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