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과 미디어센터
장항과 미디어센터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3.11.11 15:26
  • 호수 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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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를 앞둔 짧은 해, 오후 5시가 지나면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상가의 불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하지만 장항읍 중앙로 주변에서는 불이 켜지지 않는 집들이 더 많다. 출입문도 굳게 닫혀있다.


어쩌다 이처럼 쇠락할 대로 쇠락했는가. 광주직할시와 함께 1930년대에 읍으로 승격됐다는데… 서울에서 한 가장이 실의와 좌절을 안고 장항선 막차를 타고 종점까지 와 내린 장항역. 이곳에서 그는 온갖 수산물이 펄펄 뛰는 활기를 두 눈으로 보고 다시 삶의 의욕을 되찾아 열심히 노동하여 기반을 잡아 식구들을 불러들여 정착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남아 있다.


장항은 남한에서 한강, 낙동강에 이어 3번째로 긴 강인 금강 하구에 자리잡은 도시이다. 예로부터 강 하구는 문명의 발상지였다. 신석기인들이 처음 정착생활을 시작한 곳이 강 하구였다. 이들은 내륙을 향해 문명을 확장해 나아갔으며 강줄기는 교역로가 되었다.


장항의 번성을 가져온 것은 기수역이 가져온 풍부한 수산자원이었다. 1983년 금강하굿둑 공사가 시작되며 장항의 인구가 줄고 있음을 통계자료가 말해주고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장항항에는 토사가 쌓여갔다.


1994년 금강하굿둑 수문 폐쇄, 1996년 유부도에서부터 뻗어나간 7.1km의 도류제 완공, 2002년 군장산업단지 군산측 매립 완공, 2003년 11km 새만금 4호방조제 완공, 2006년 33km 새만금 방조제 완공. 금강하구를 둘러싼 자연 개조, 생태계 교란의 굵직한 문패들이다. 이들이 불 꺼진 장항을 만든 장본인들이다.


장항은 또 다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하굿둑 밖으로 쌓이는 토사 문제이다. 군산지방해양항만청이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면 최근 4년 동안 매년 16cm씩 쌓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300억원 가까이 투입을 해도 쌓이는 토사의 절반 정도 밖에 준설할 수 없다고 한다.


이같은 토사퇴적이 불러오는 재앙은 저지대 침수 사태이다. 이로 인해 장항읍 저지대 주민들은 여름 장마철이면 밤잠을 못이룬다. 장항의 대표적인 저지대인 신창리 등 3개 지역이 지난 2011년 7월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간 내린 236㎜의 비로 51개 주택이 침수돼 19명의 이재민이 발생됐고, 농경지도 12.5ha가 침수돼 16억2000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되는 등 매년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피해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은 장항을 머물고 싶은 문화예술마을로 만들어 ‘창조관광’을 활성화한다는 목표로 (구)장항역 인근에 연면적 2732.51㎡, 건축면적 941.12㎡ 규모로 지하 1층, 지상 3층의 미디어 센터 신축 공사를 벌이고 있다. 총 90억8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완공 후에도 매년 6~7억원의 유지 및 운영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과연 이러한 목표를 계획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이 회의를 품고 있다. 그러나 이미 공사는 시작됐다. 현재 장항이 처한 형편을 면밀히 분석하여 이 건물의 사용 계획을 수립하기 바란다.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장항공공도서관을 그 안에 들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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