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과 다른 대안사업 이대로 좋은가
약속과 다른 대안사업 이대로 좋은가
  • 공금란/발행인
  • 승인 2014.04.21 15:14
  • 호수 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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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31일 오후 2시 서천문예의전당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18년 끌어온 장항생태산단 착공 불가에 대한 종지부를 찍기 위한 정부가 서천군민들에게 대안사업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마련한 설명회가 열린 것이다.

 


이날 단상에는 신철식 국무조정실 정책차장, 이규용 환경부 차관이 중앙에 앉았고 김화동 기획예산처 산업재정 기획팀장, 정태봉 국토균형발전본부장, 김원민 해양수산부 해양환경기획국장, 이재홍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이 자리했다.
국무조정실 사람이 나왔고 3개 부처의 핵심 인물들이 직접 새로운 사업 구상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러나 장항산단 착공 여부를 놓고 18년간 정부와 정치꾼들에게 농간당한 군민들의 불신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이렇게 정부 책임자가 한자리에 나서 설명회를 갖는 것 자체가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던 신철식 차장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신철식 차장은 대안사업 추진에 대한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반영하듯 이규용 차관에게 주민들에게 명확하게 확신을 주는 대답을 왜 못하느냐며 호통까지 쳤었다.


정부는 이보다 앞선 2007년 2월 22일 관계부처 합동(환경부, 해수부, 건교부-현 국토부) 정부대안(안) ‘어메니티 서천 2020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아시아의 미래 생태 및 해양 연구·교육·관광·벤처의 허브’와 ‘미래생태연구·교육·관광 기능을 산업화 하고, 이를 지원하는 생태도시(Eco-City) 조성’을 골자로 하는 것이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국립생태원, 해양생태자원관, 생태벤처단지인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되짚어 보자.
국립생태원은 세계적인 생태·연구·교육 시설로 30만평의 부지에 예산 3000억원(부지비 300억 별도)을 환경부가 우선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입주 시설로는 생물자원 보전과, 전시관, 연구·분석관 및 체험시설이 포함됐다.


해양생물자원관은 10만평 부지에 해양수산부 우선 투자 1000억원(부지비 별도)으로 해양생물자원 보존·전시 시스템과 체험시설을 건립하는 것이었다.
생태벤처단지는 국립생태원과 해양생태자원관을 연계해 민간투자로 50만평 규모의 생태벤처단지와 관광단지 50만평을 각각 유치해, 궁극적으로 100만평에 인구 3만 명의 21세기 지식 기반형 기업도시, 생태도시를 건설한다는 내용이었다.


투자계획은 1차 정부투자 부분에서 환경부 3000억원, 해수부 2359억원, 건교부 1500억원 등 6859억원과 2차 민간투자 1조1100억원으로 총 1조7959억원 규모였다. 또한 2012년에 모든 대안 사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아울러 전 국민의 환경교육의 장이 될 것이며 연 200만명 정도의 관광객, 그에 따른 지연주민 고용창출 효과 등 산단 이상의 경제효과에 대해 확언했다.


정부는 사업 추진을 위해 기업도시특별법에 의거한 민간기업과 서천군이 공동추진토록 하며 지역균형개발법상 특정지구 또는 개발촉진지구로 지정하고 지원한다는 계획이었다.
언뜻 보면 지금 이 모든 약속이 잘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추진과정에서 사업 규모나 시설의 조정은 불가피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개원에 이르러 드러난 것은 서천군민들에게 심어 주었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한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실상이 드러나자 ‘서천사랑시민모임’은 9개 항의 요구안을 생태원 측에 전달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시민단체들이 연대하여 생태원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어쨌거나 지역을 위해 애쓰는 모습은 칭찬할 일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9개의 요구 대부분은 서천군과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던 당초 약속에 비추어 보면 매우 소극적이다. 


서천군민 입장에서는 요구안에 대해 생태원 운영에 관한 법률이나 법인 설립에 따른 정관을 내세우는 무성의한 답변 따위를 수용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환경부 직영이 아닌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는 것 자체가 서천군민들을 우롱한 처사였고, 서천군과 공동으로 추진하겠다던 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책임을 물어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정적으로 9개항의 요구안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대책위가 구성되기 이전에 요구안이 정해져 전달했거니와 거의 모두 서사모 대표 단독 구상이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존 요구안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참여의 문을 열어 놓은 것과는 달리 다른 의견을 수용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서천군민 전체의 뜻인 양 밀어붙이는 것은 또 다른 분란의 소지를 안고 가는 것이다. 오히려 상생발전의 족쇄가 되지 않도록 심사숙고할 일이다. 원점으로 돌려서라도 좀 더 공론화하고 보다 많은 단체와 주민들이 참여하는 대책위를 구성하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서천군의 대책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무관심을 넘어 방해하는 듯한 태도는 서천군이 일을 제대로 못해 벌어진 일이니 이해는 간다. 선거 때나 모든 공식석상에서 대안사업을 유치하고 대단한 성과를 낼 것이라 자랑하던 나소열 군수가 실상은 서천군의 실리를 꼼꼼히 챙기지 않은 데서 기인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천군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제라도 민관이 모두 참여하는 좀 더 전문적이고 힘 있는 대책위를 구성할 것을 바란다. 중앙부처에 비해 힘이 없어 소위 말발이 서지 않았다면 진즉 주민들의 힘을 빌려서라도 싸워야했을 일이지만 이제라도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지금의 ‘서천군 대안사업 지역 상생발전 촉구 범 군민 대책위’로는 역부족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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