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운드 출범과 우리의 대응
뉴라운드 출범과 우리의 대응
  • 뉴스서천
  • 승인 2002.01.24 00:00
  • 호수 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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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9일부터 14일까지 카타르의 도하에서 개최된 제4차 WTO 각료회의는 “도하 개발 아젠다”로 명명된 뉴라운드를 출범시켰다. 농업과 서비스분야를 비롯하여 공산품의 관세인하, 반덤핑 협정과 보조금 협정의 개정, 그리고 일부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2002년 초부터 협상을 시작한다. 투자·경쟁정책·무역원활화·정부조달의 투명성 등 소위 싱가포르 이슈는 2003년 말경 제5차 WTO 각료회의 이후에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의제들에 대한 협상은 일괄 타결방식(single undertaking)으로 진행하되, 2005년 1월 1일이내에 종결하도록 하였다.
뉴라운드의 협상의제로서 시장접근뿐만 아니라 시장규범분야의 많은 의제가 포함된 것은 폭넓은 논의를 주장해온 우리 입장에 부합된다. 특히 반덤핑의 개정문제가 포함된 것은 큰 성과라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대외무역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무역장벽이 추가적으로 완화되고 무역규범이 더욱 명확해질수록 도움이 된다. 농산물분야와 같이 시장접근의 ‘실질적’ 개선과 국내보조금의 ‘실질적’ 감축 등 우리에게 부담스러운 문안이 포함된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이 강하다는 평가다.
이제 우리는 우리입장에 대한 설득력있는 논리를 개발하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데 각계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아울러 국내적으로는 농업분야와 비농업분야간의 소득재배분 구도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에 실패하면 대외협상에서도 자신있게 실리를 얻어내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과정에서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뤘던가?
우선 정부는 협상력을 최고도로 발휘할 수 있는 범국민적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각 그룹 및 부처의 이해를 조정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체제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협상체제가 시급하다. 또한 각 부처는 국가 전체의 시각에서 부처입장을 정리하여야 하며, 협상진행사항을 모든 이해 당사자에게 투명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특히 불이익계층의 이해가 분명히 표출되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간기업들도 다자간 통상협상에 대해 관심과 역할을 해야 한다. 협상의 실질적인 이해관계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은 방관자로 있다가 협상 마무리 단계에서 요구사항을 나열하는 경우가 많았었다. 농민단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협상은 상대방이 있으며, 특히 다자협상은 특정국가의 이해를 별도로 고려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판세를 정확히 읽고 즉시 즉시 현장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리한 협상결과를 예단하여 뒷전에서 비난만 하거나, 버스 떠난 뒤 대안을 제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국민 모두의 시장개방에 대한 시각문제다. “수출은 좋고 수입은 나쁘다” 던가 “외국이 개방하면 좋고, 국내시장개방은 손해다”라는 식의 이분법적 논리는 글로벌화된 시장경제에 적합지 못하고, 협상전략으로서도 지혜롭지 않다. 시장개방에 따라 경쟁력이 뒤진 분야는 불이익을 피할 수 없지만, 개방을 통해 우리 사회 전체의 복지가 향상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국내적으로 개방에 따른 이익균등화와 구조개혁 노력을 어떻게 하고, 개방이 가져다주는 잠재적인 혜택을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 것인지를 강구하는 일이다. 뉴라운드는 우리나라의 대내외 경제운용에 대한 철학과 의지와 능력을 검증하는 또 한 차례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 시험에서는 우리 국민 어느 누구도 국외자가 될 수는 없다.
<노대래/재정경제부 부이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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