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질된 ‘기벌포 문화제’
[사설]변질된 ‘기벌포 문화제’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4.10.21 14:50
  • 호수 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거의 서천은 문화적으로도 찬란한 꽃을 피운 고장이었다. 어느 고장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미세한 잔가락이 들어가는 들풍장과 판소리의 차원을 한 단계 올린 중고제의 본고장이라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러한 유전인자를 받았음인지 현재 중앙의 예술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 중에는 서천 출신이 유난히 많다.

그러나 농어촌이 쇠락해짐에 따라 찬란했던 문화도 시들기 시작했다. 이를 안타까워하던 사람들이 2002년 갓 창간한 뉴스서천과 함께 시작한 것이 기벌포 문화제이다.

이들 지역 예술인들은 추진위원회를 조직하고 사비를 털어 분야별로 전시회를 마련했으며 공연을 준비했다. 뉴스서천은 이들 예술인들과 군민들 사이의 소통을 위해 지면을 할애해 이를 보도하고 후원했다.
이후 문화원법이 개정되며 서천문화원도 제 궤도에 오르자 기벌포문화제는 문화원이 주관하며 치르게 되었다.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규모도 제법 커졌으며 지역의 크고 작은 예술 단체나 예술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그들의 창작 의욕을 다지기도 했다. 이 때에도 뉴스서천은 기벌포 문화제의 후원자로서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러한 정신이 배어있는 기벌포 문화제가 4년 전 예총 소속 단체들과 갈등을 빚기 시작하면서 점점 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해 최근 기벌포 문화제의 명성은 크게 실추됐다. 참가단체나 관람객도 크게 줄었고 예총 별도로 서천예술제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기벌포 예술제와 서천예술제의 행사 기간이 겹치는 일까지 벌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원에서 예술인들의 잔치를 장악해 일방적인 운영에 나서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예총에서는 당국의 지원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행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예술인들의 분열로 비쳐질 수 있어 더욱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지 우려가 된다.

서천문화원도 역사성이 있는 기벌포 문화제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군의 지원을 받고 있는 서천문화원이 겸허한 자세를 갖고 4년 전 이전으로 돌아가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벌포 예술제는 더욱 군민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고 군민들의 혈세만 낭비하는 일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초기 정신을 회복하여 변질된 기벌포문화제를 되살리는 열쇠는 문화원이 쥐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