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지역언론연대 서천 연수회에서 찾은 ‘희망’
바른지역언론연대 서천 연수회에서 찾은 ‘희망’
  • 허정균 편집국장
  • 승인 2014.12.09 15:28
  • 호수 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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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서천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바른지역언론연대 연수회 특강시간은 전국 각지에서 31개 회원사 180여 명의 언론인들이 참여해 하나의 주제를 두고 고민을 하는 시간이었다. “한국사회, 누가 어떻게 지배하는가”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한국사회는 0.1%의 국민이 돈, 권력, 명예를 독점하며 이들끼리 서로 혼맥으로 얽혀 새로운 ‘신분제 사회’로 가고 있음이 거론되었다.

이는 고려말의 권문세족을 연상케 한다. 이들은 원나라 세력을 등에 업고 성장한 귀족 계층으로 몇몇 가문에서 관직과 생산수단인 토지를 독점하고 있었다. 이들이 사적으로 소유한 토지는 “산과 강을 경계로 하고 있다”고 <고려사>에 전한다.

2012년 2월 <한겨레>의 기획보도 시리즈 ‘0.1% 재벌의 나라’에 따르면 2011년 30대 재벌그룹의 전체 자산은 1460조5000억원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 1172조원보다 300조원 가까이 많다. 연간 매출은 1134조원으로, 국내총생산의 96.7%에 이른다. 1980년부터 2011년까지 30대 재벌의 자산은 70배, 매출은 48배로 불어났다. 1990년대 들어 급상승한 30대 재벌의 매출액은 2000년 들어 상승 속도가 주춤하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급증했다. 재벌(총수)의 부가 곧 국부가 됐고, 재벌 중심 사회체제는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

삼성·현대차·에스케이·엘지·롯데 등 5대 재벌그룹으로의 경제력 집중은 훨씬 심각하다. 국내총생산에 견준 5대 그룹의 매출액 비중은 2001년 49.5%에서 2010년 55.7%까지 늘어났다. 1980~90년대 2세 승계가 이뤄진 뒤 갈라져 나온 친족그룹까지 포함하면 이들의 몸집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다. 삼성·신세계·씨제이·보광·한솔 등 범삼성그룹, 현대차·현대백화점·현대중공업·성우·한라 등을 아우르는 범현대그룹, 엘지·지에스·엘에스(LS)·희성 등 범엘지그룹을 포함한 5대 재벌그룹의 국내총생산 대비 매출액 비중은 2001년 59.0%에서 2010년 70.4%까지 커졌다는 것이다. 결국 인구의 0.1%도 안 되는 재벌 총수와 일가친척들이 나라 경제력의 70%를 쥐고 흔드는 셈이다.

<미디어오늘> 신학림 대표가 강사로 나선 이날 바른지역언론연대 연수회 특강에서는 이러한 재벌그룹들의 중심에 족벌언론이 있어 복잡한 혼맥으로 얽혀있음을 들추어냈다. 단적인 예가 <동아일보> 현재 회장의 동생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차녀와 결혼하여 동아일보와 삼성가는 사돈지간인 것이다.

이들 재벌그룹은 정계, 관계, 학계에 이르기까지 혼맥을 형성하여 서로가 남이 아닌 하나가 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의 진실을 파헤치지 못하는 이유도, 토건족을 혁파하지 못하는 이유도, 죽음의 원자력 발전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들 재벌 그룹들은 대부분 건설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으며 원자력발전으로 인한 원가 미만의 값싼 전기로 막대한 혜택을 입고 있다.

그러나 지역언론에는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신문들이 많다. 이번 바른지역언론연대 서천 연수회는 여기에서 희망을 찾아자는 모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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