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정치는 현명한 국민이 불러온다
좋은 정치는 현명한 국민이 불러온다
  • 정해용 칼럼위원(시인)
  • 승인 2015.01.12 14:34
  • 호수 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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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가 왜 이 모양이냐고 온 국민이 이구동성으로 아우성입니다. 대한민국 사람들도 지식수준이 높아진 탓인지 저마다 보수다 진보다 좌파다 우파다 갈라져서 사사건건 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모양입니다만, 정치가 불안하다는 데에는 파벌 없이 다 공감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책임이나 원인에 대한 생각은 다르겠지요. 그러면서 한편으로 ‘정치에 무심하게 살고 싶다’는 말 또한 거의 공통적인 생각인 듯합니다.
소원이 그러하니, 오늘은 정치 얘기 아닌 옛날 얘기나 한 자락 펼쳐볼까 합니다.

춘추시대 중국에 제(齊)나라는 주나라 제후국 가운데 5대 강국 중 하나였습니다. 젊은 군주 경공이 즉위한 직후, 당대에 제나라에서 가장 존경받는 선비는 안영(안평중)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경공은 안영에게 동아라는 고을을 다스리도록 맡겼습니다.

그런데 안영이 동아 고을에 부임한 뒤 들려오는 소식은 뜻밖이었습니다. 하루도 그에 대한 비난의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날이 없었습니다. ‘처음이라 그러겠지’하며 좋은 소식이 들어오기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안영에 대한 비방은 계속되었고, 그런 채로 3년의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당시 중국 여러 나라의 공직자 임기는 3년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서울로 돌아온 안영에게 경공이 질책을 한 것은 당연합니다.

“당신은 오래전부터 존경받는 선비였습니다. 그 때문에 당신을 믿고 큰 고을을 맡겨드렸던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지방관으로 부임한 이후 동아지방 사람들로부터 당신을 비난하거나 불평하는 탄원서와 진정서가 얼마나 많았는지 당신도 잘 알 것입니다.”

안영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주군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저의 잘못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원성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도 신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심히 못마땅하실 테지만 감히 한 가지 청을 드리겠습니다. 저에게 한 번 더 동아 고을을 맡겨주신다면, 이번에는 고을사람들로부터 칭송받는 정치를 해보이겠습니다.”

경공은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안영이 임지로 돌아간 후 동아 사람들이 안영을 칭송하는 말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동아의 정치는 물 흐르듯 순조로운 것 같았습니다. 3년 뒤 다시 경공은 안영을 만났습니다. 
“당신에 대한 칭송이 이렇게 자자하니 듣는 사람도 얼마나 즐거운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정치를 할 수 있는 분이 전에는 왜 그렇게 융통성 없고 강퍅하다는 비난을 많이 받으셨는지 이해할 수가 없구려. 대체 어떤 차이가 있었던 것입니까?”

안영이 대답했습니다.
“처음에 신은 간악하고 사악한 자들이 파벌을 이뤄 편법을 사용하거나 공공의 이익을 가로채는 것을 길목마다 관원을 두어 감시하게 하였습니다. 그러자 음란한 백성들이 저를 미워하여 헐뜯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검소한 생활과 효도, 우애를 가르치자 게으른 백성들이 저를 미워하였으며, 법 집행에 있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정하게 하니 귀족이거나 힘 좀 가졌다는 자들이 저를 불편해 하며 모함과 투서를 일삼았습니다. 부정부패를 엄격히 단속하자 관리들도 저를 두려워하고 마침내는 측근들조차 기피하였습니다. 이런 까닭에 저에 대한 비방과 참소가 그치지 않았던 것입니다.

지난 삼년 동안은 제가 방침을 바꾸어 편법과 횡령, 부조리와 불법이 오가는 길목을 느슨하게 놓아두었지요. 죄지은 자를 엄히 처벌하지도 않고 뇌물을 들고 찾아오는 부자와 아첨하는 관리들에게도 너그러이 곁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게으른 백성들이 즐거워하고 귀족이거나 힘을 가진 자들이 저를 칭송하면서 소문이 널리 퍼지게 된 것입니다.

처음 삼년간은 동아지방에서 뇌물과 청탁, 불법과 편법이 통하지 않았고 백성들의 식량창고는 풍족하였습니다. 그런데 주군께서는 저를 벌하려 하셨지요. 불법을 관용한 이후 3년 사이에 동아는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청탁과 뇌물이 횡행하며 세금은 가혹하면서도 관청의 창고는 텅 비어있습니다. 모든 식량은 권문대가들이 독점하여 백성 중에 굶주린 자가 반이 넘습니다. 그런데 주군께서는 도리어 정치가 제대로 되는 줄로 알고 상을 주려하시니, 정치란 도대체 무엇인지요. 저는 이제 더 이상 정치를 그만 두려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21세기 들어 전혀 상반된 정치를 번갈아 겪었다. 국고가 튼실하지만 권문세가들이 불평을 일삼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은 공공요금과 세금과 공과금은 오르면서도 국고는 텅 빈 국가부채 1000조 원이란 전대미문의 시절을 경험하고 있다.

상반된 두 시기를 거치고 나서야 제나라의 주인은 제대로 된 정치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안영에게 재상자리를 맡겼다. 제나라가 다시 부강해졌다. 우리도 상반된 두 시기를 경험해오고 있다면,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은 이제쯤 어떤 정치가 진정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미래에 진실로 유익했는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옛날 제 경공의 고사가 우리에게도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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