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한국가정
위기에 처한 한국가정
  • 뉴스서천
  • 승인 2003.05.16 00:00
  • 호수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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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가정은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선, 이혼율이 2002년에 이르러 40%를 넘어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들 중 2위에 올랐다. 아시아에서는 2001년부터 1위를 점했다. 또 20년 이상 동거동락 해온 부부의 황혼이혼도 매년 지속적으로 늘어나 1990년에 비해 3배나 증가했다.
이는 1일 평균 8백40쌍이 결혼하고 3백98쌍이 이혼하여 결혼하는 부부 절반 가량이 이혼하는 셈이다. 평균이혼연령의 경우, 남성이 40.6세, 여성이 37.1세로 10년 전에 비해 각각 3.4, 3.7세 높아졌으며, 1995년 일본의 조이혼율이 1.6건, 한국이 1.5건이었으나 한국은 2-3년마다 0.5건씩 증가하여 이런 추세라면 2008년 미국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최고 이혼 국가'로 불릴 전망이다.
한국가정의 붕괴는 가공할 정도로 상승하는 이혼율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2001년의 경우 3만2천86명의 아이들이 유기된 통계에서 보듯 국제통회기금(IMF) 치하 때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버려지고 있다. 청소년들도 실질적으로는 방치 상태다. 고교생 22%는 아버지와 하루 1분의 대화시간도 못 가진다고 한다.
한국의 고령사회 진입속도는 19년으로서 프랑스(115년) 미국(71년) 캐나다(65세)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르다. 2000년 현재 한국은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7.5%인 고령사회로 규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노인의전화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지역사회에서의 노인학대 실태조사' 결과, 한국인들의 노인학대 문제에 대한 의식이 몹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노인들 중 1/3이 정서적 학대를 경험하고 있다고 답한 것을 보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노인학대의 가해자로 아들(42.9%) 며느리(39.9%) 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가정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평균 출산율이 급격히 저하되었다. 1960년대 6명의 출산율을 2명으로 낮추자고 활발히 가족계획운동을 전개했던 한국의 현재 평균 출산율은 1.3명이다. 미국(2.13명) 프랑스(1.89명)는 물론, 낮은 출산율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생각하는 영국(1.64명)이나 일본(1.33명)보다도 뒤지는 수치다. 이러 낮은 출산율은 미국과 영국에서 100여년이 걸려 어느 정도 완충작용을 불러온 데 비해 한국은 30년이 채 안 걸렸다. 그래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같은 곳에선 인구 적정선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1.6∼1.7명 선으로 생각하며 '출산율 회복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가정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 압축성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서 한국경제는 지난 40여년간 눈부시게 발전했다. 민주화 또한 세계인이 놀랄 정도로 급속히 이루어졌다. 이에 대한 한국인의 자부심은 대단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사이 동방예의지국이라던 한국의 가정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것 역시 어찌나 빠르게 진전됐는지 눈이 휘둥글해진다. 과연 '빨리빨리' 나라다운 기록이다.
가정의 붕괴는 곧바로 사회의 취약으로 연결된다. 그러므로 새 천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내야 할 막중한 사명을 걸머진 한국인은 건강한 가정을 만드는데 혼신의 노력을 경주해야겠다.
오염된 산하를 건져내기 위한 환경운동이 중요하듯 위기에 처한 가정을 건져내는 가정운동이야말로 한국사회의 급선무라 아니할 수 없다. 성경에는 나오는 탕자가 끝내 귀가할 수 있었던 건 건실한 가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늦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세계에서 가장 안정되고 복된 가정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감연히 나서야겠다.
<김영우/ 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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