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방사능 안전기준치라는 거
■모시장터/방사능 안전기준치라는 거
  • 박병상 칼럼위원
  • 승인 2015.07.13 17:00
  • 호수 7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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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상 칼럼위원
수출하면 좋은 일인가? 갯벌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 한 청중이 질문을 했다. “갯벌에서 잡은 거 수출도 해요?” 백령도의 한 부두에서 싱싱한 해삼을 잡은 어부에게 값을 물었더니, “안 팔아요. 전량 일본으로 수출할 거라고요!” 우리가 먼저 먹고, 남는 걸 수출하면 안 되나?

일본이 처리하느라 골머리 앓는 폐타이어를 돈 받아 수입하는 우리나라가 무척 만만한 모양이다. 방사능에 오염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후쿠시마 일원의 폐타이어 뿐 아니라 고철까지 수입하는 나라가 아닌가. 그런 나라에서 감히 8개 현 소속의 어선이 잡은 물고기를 거부하다니! 어처구니없는 모양이다. 방사능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후쿠시마 일원의 쌀로 빚은 맥주도 잘도 수입해 자국민에게 할인가격으로 판매하던 주제에, 일본인들이 거부해 남아도는 물고기의 수입을 네깟 게 거부한다고?

대만과 중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는 8개 현이 아니라 일본 해역에서 잡은 모든 해산물의 수입을 철저하게 막는다. 그런다고 일본은 푸념만 할 뿐, 부들부들 떨지 않는다.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관료들이 와서 자국의 소비자들을 탓하는 한국은 다르다. 일본이 먹으라고 하면 수입해 먹어야 옳다. 일본이 정한 기준치 이내를 만족하므로 안전하지 않은가.

자 봐라! 킬로그램 당 100베크렐 이하가 아닌가. 뭐? 그 기준치를 초과한 경우가 15.2%나 되었다고? 방사능 폐타이어 수입해 학교 운동장의 인조잔디에 깔고 시멘트 원료에 사용하는 주제에 따지긴, 건방지게. 일본에서 학위를 받았는지 확인하지 않았지만, 한양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인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민간조사위원장의 말을 들어봐. 물론 일본을 향한 아부 발언인지 모르지만, 일본 사람들도 안전하다며 잘 먹는데 한국인이 유난 떤다잖아?

우리 식품의 방사능 허용 기준치는 킬로그램 당 370베크렐이고 일본의 수입 식품은 100베크렐이다. 그것 때문에 일본이 화를 내는 건가? 일본의 기준치는 킬로그램 당 100베크렐이다. 우리보다 낮더라도 안전한 기준치라 볼 수 없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핵전쟁 방지를 위한 의사회(IPPNW)가 성인은 킬로그램 당 8베크렐로 어린이는 4베크렐로 제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동국대학교 의과대학의 김익중 교수는 킬로그램 당 100베크렐이라는 수치는 지나치게 느슨하다고 주장한다. 자동차 제한속도를 시속 1000킬로미터로 정한 수치에 비견하는데, 일본 해역에서 잡는 수산물은 여전히 일본 기준치를 초과하곤 한다.

자국의 기준치와 수입하는 일본 식품의 기준치를 이중으로 적용하는 자세를 세계무역기구가 어떻게 판단할지 알 수 없는데, 일본 해산물 수입을 은밀히 추진하려던 우리 정부는 머쓱해졌다.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시하고 적극 대응을 표명했지만, 늘 그래왔듯, 미지근하리라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스스로 어떤 대응 행동에 나서야 할까? 일본 8개 현 소속의 어선에서 잡는 물고기만 불안한 건 아니다. 우리가 일본에서 수입하는 물고기의 95%는 명태, 대구, 고등어라고 하니 그걸 우선 피해야 한다. 원산지 표시를 믿지 못하겠다면? 생활협동조합을 믿으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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