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할머니 찾아온 고려인4세들
할아버지·할머니 찾아온 고려인4세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5.07.13 17:09
  • 호수 7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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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교육 몰두, 러시아-한국 잇는 기둥으로…

▲칠판에 쓴 한글 단어를 읽는 고려인 4세들

▲오른쪽부터 사샤, 베로니카, 굴랴
▲왼쪽부터 비까, 엘랴, 끄리스찌나, 일로나, 알리나

나라가 망하며 그들의 비운의 삶은 시작됐다. 100여년 전의 일이다. 1905년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자 일본 홋카이도 북쪽에 있는 5개 섬과 사할린 섬은 북위 50도를 경계로 일본의 영토가 되었는데 이곳에 조선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또는 징용으로 끌려왔으나 일본의 패망 이후 다시 러시아 영토로 환원되면서 귀국하지 못했다. 무국적자로 남아 설움을 당하며 살아온 사람들도 있다.

이들 가운데 1945년 이전에 출생한 동포 일부가 일본 정부와 대한적십자사의 주선으로 다시 모국 땅을 밟아 인천, 경기도 등지에 수천 명이 정착했다.

2010년에 서천에도 60가구 120여명이 영주 귀국해 사곡리 휴먼시아 아파트에서 서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들 가운데 서천에서 작고한 분들도 10여명이 넘는다.

이들의 손자, 손녀들이 방학을 맞아 할아버지, 할머니를 뵈러 왔다. 고려인4세들인 것이다. 오랜 만에 손자를 보는 할아버지는 얼마나 기쁨이 클까. 여행 경비가 부담이 돼 자주 오갈 수는 없다. 해마다 여름이면 15명 정도의 어린이들이 온다. 올해는 10명이 왔다.

한 달 남짓 할아버지, 할머니와 지내는 동안 이들은 한글을 배우고 있다. 군에서 비용을 마련해 아파트 단지 내에 ‘사할린 교포를 위한 한글교실’을 연 것이다.

지난 9일 김순자 강사로부터 열심히 한글을 익히는 어린이들을 모습을 살펴보았다. 모두 8명, 이제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생까지 있다. 이미 이들은 기본적인 한글 음절을 비교적 정확히 읽어내고 있었다. 중학생인 알리나 양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이다. 파랑색, 초록색, 분홍색, 보라색까지 다양한 색깔까지 우리 말로 정확히 알아맞혔다.

사샤, 베로니카, 굴랴, 알리나, 일로나, 끄리스지나, 엘랴, 비까
모두 눈동자들이 초롱초롱 빛나며 선생님이 칠판에 쓰는 한글을 읽고 있었다. 훗날 이들이 한국과 러시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동량재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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