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복은 없지만 일복은 많다”
“돈복은 없지만 일복은 많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5.07.20 11:19
  • 호수 7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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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29개 마을 집 유지보수 책임진 김종권씨
독거노인에 보일러, 전기, 수도 등 무상 수리

▲ 일복만은 타고 났다는 보람종합철물 김종권 대표
집이라는 건축물의 범위 내에서 우리는 주거생활을 한다. ‘집’이라는 시스템은 매우 복잡한 부속품의 결합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 부속품들은 세월이 흐르면 마모되거나 고장나기 마련이다. 그러면 이를 교체해야 원만한 주거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진단하고 부속품을 교체하는 데에는 상당한 기술력이 요구되기도 한다. 이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곳이 철물점이다.

한산면 한산우체국 옆 성외리 54번지에 있는 ‘보람종합철물’이라는 간판을 내건 철물점에 들어서면 온갖 건축자재와 부속품들이 벽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간신히 한 공간을 내어 가게 주인인 김종권씨가 사무를 보는 책상과 의자가 있다.

“아무래도 국운이 쇠한 것 같아요. 골목에 아이들이 떠들며 세발자전거 타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요. 동네마다 70, 80 노인들만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김종권씨는 날로 인구가 줄고 지역 경제가 쇠퇴해가고 있음을 한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그가 오토바이를 타고 늘 돌아다니며 이들 노인들이 사는 집의 유지보수를 하는 곳은 한산면내 29개 마을에 달한다. 마을 이장들이 각 가정의 사정을 중간에서 잘 전달해줘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처음에 집을 지을 때는 도회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도 참여해서 번듯하게 지었지만 고령이 된 데다 자식들도 돌볼 여력이 없어져 마을 집들이 겨우 연명을 해요. 기름값 아끼기 위해 한 겨울에도 보일러를 틀지 않아 ‘새벽 3시까지만이라도 보일러 틀어놓으시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합니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역할에 대해 “돈복은 없지만 일복은 많다”고 표현했다. 현재 20년째 현 위치에서 동강중학교 19회 동기동창인 부인 박명숙씨와 함께 철물점을 운영하며 한산면, 마산면 지역 독거노인 50여명에게 보일러, 전기, 수도 시설을 무상으로 수리해주기도 했다.

그는 본래 차량정비가 주특기여서 군생활도 수송부에서 했다. 제대 후 군속으로 일하다 20년 전 고향에 내려와 그가 지닌 기술을 살려 철물점을 낸 것이다.

지난 7일 서천경찰서는 김종권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그동안 교통사고 현장에서 자신의 지게차를 이용 차량 이용 등 구호활동을 했으며 봉서사 주변 위험한 곳에 무상으로 안전시설을 설치를 해주기도 했다. 그는 불심이 깊은 봉서사 신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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