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원은 고등학교 졸업장 입니다”
“나의 소원은 고등학교 졸업장 입니다”
  • 김장환 프리랜서
  • 승인 2015.09.08 14:17
  • 호수 7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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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씨, 8년 간 배움으로 고등학교 검정고시 합격
‘늘푸른배움터’, 초·중·고 총 162명 졸업생 배출

지난 29일, 문예의전당 소강당에는 서천군자원봉사센터 ‘늘푸른배움터’를 통해 늦게나마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5명의 학생들의 졸업식이 마련됐다.

▲ 지난달 29일 열린 늘푸른배움터 졸업식에서는 중등 2명 고등 3명 등 5명이 졸업했다. 졸업식을 마친 뒤 기관단체장과 도, 군의원과 기념촬영한 졸업생들.
이날 졸업식에는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를 졸업했던 노박래 군수를 비롯해 서천군자원봉사센터 구창완 센터장, 늘푸른배움터 동문, 그리고 이들 학생들을 위해 늘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자원봉사 교사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졸업식은 검정고시를 통해 중학교 과정을 마친 허귀순씨와 임진순씨, 그리고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한 박종희, 김정숙, 이숙자씨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졸업생들 모두 가난과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배움을 중단하다 늦은 나이에 ‘늘푸른배움터’를 만나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꿈에도 그리던 졸업식을 갖게 됐으니 그 기쁨과 행복은 평생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한 김정숙씨와 가족들
그중에서도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합격한 김정숙씨의 졸업식은 그 의미가 특별하다.
어릴 적 2남 2녀의 막내로 태어나 부유하게 자랐지만 가세가 기울면서 중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것이 그의 마음 한편에 늘 그늘이 되었기 때문이다.

꿈 많은 어린 소녀는 학교 대신 직장을 다녀야 했고 책가방 대신 그의 어깨에는 가족을 도와야 하는 무거운 짐이 자리 잡았다.

이후 결혼 후 가정과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온 세월이 60년. 손자의 재롱이나 보고 인생의 경험을 통해 편히 살 나이지만 김정숙씨에 만학의 꿈은 60세가 되어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처음 서천군자원봉사센터 ‘늘푸른배움터’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내가 할 수 있을까? 늦은 나이에 남들에게 피해는 주지 않을까?” 근심이 앞섰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늘푸른배움터’에 발을 딛고 보니 그간의 근심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고 그의 마음에는 나도 이제는 배울 수 있다는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후 열심히 노력한 결과 2년만에 중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한동안 손자를 돌보며 열심히 공부한 노력으로 올해 고등학교 검정고시의 결실을 맺게 됐다.

김정숙씨는 졸업식 답사를 통해 “늦은 나이에 고등학교 검정고시 과정을 통과해 그토록 그리던 고등학교의 졸업장을 받아 너무 행복하다”며 뜨거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김정숙씨는 인터뷰를 통해 초등부 최이숙 선생님을 비롯해 박정자, 김금숙, 최숙자, 김현순, 윤가희 선생님, 그리고 중고등부 송미옥 선생님과 노민철, 임정환, 임대영, 남상원, 강기원, 신성용, 백종국, 김진구, 정현엽 선생님을 일일이 호명하며 “자신의 황금 같은 시간을 내어 나이 든 저를 비롯한 우리 학생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모든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서천군자원봉사센터 구창완 센터장은 “바쁜 사회생활 속에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와 준 모든 학생들에게 감사하다”며 “서천군자원봉사센터는 더 많은 주민들이 배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천군자원봉사센터는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배움의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난 2004년 ‘늘푸른배움터’를 개설해 초등반과 중등반, 고등반으로 나누어 운영, 초등학교 21명을 비롯해 중학교 69명, 고등학교 72명의 졸업생을 배출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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