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 4대강이 호수라고요?
[모시장터] 4대강이 호수라고요?
  • 박병상 칼럼위원
  • 승인 2015.11.09 10:59
  • 호수 7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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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특별한 뉴스는 아니다. 호수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초속 20센티미터 이하로 흐르면 호수, 그 이상이면 강이라는 기준을 적용할 때 대형 보에 막힌 4대강은 호수와 다름없으니 이참에 호수로 규정하자는 환경부의 발상이 가소로울 뿐, 이미 한강과 낙동강과 금강과 영산강은 그 유구했던 역사와 생명을 거의 잃지 않았던가. 호수로 망가질 때 절박한 목소리조차 외면했던 환경부, 아니 힘 있는 부서에 밀려 호수화를 동조했던 환경부가 이제 와 호수로 행정적으로 주장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뭄이 심해서 발생했다더니 원래 존재했다고 환경부가 수정 해명한 4대강 호수 구간의 큰빗이끼벌레는 결국 독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환경부는 반색을 했다. 10미터가 넘는 대형보가 만든 4대강 호수에 녹조가 곤죽처럼 끈적끈적하게 퍼지고 그런 호수 가장자리마다 먼지가 낀 거대한 비닐주머니처럼 흐물흐물한 큰빗이끼벌레가 악취를 진동하며 널린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큰빗이끼벌레가 독을 내뿜는다고 누가 주장하기라도 했던가? 생뚱맞게 환경부는 거액의 용역을 동원, 큰빗이끼벌레를 비호하고 나섰다.

단세포가 개구리 알 덩어리처럼 군체로 모이는 큰빗이끼벌레는 흐르는 강의 가장자리, 흐름이 정체되는 곳에 작은 크기로 간혹 분포하며 드물게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종류지만 이번엔 달랐다. 멀쩡하게 흐르던 강이 막히며 수온이 상승하자 녹조류가 번성해 용존산소를 고갈시켰고, 호수로 변한 강이 부영양화되자 2미터 가까운 군체가 여기저기 퍼지지 않았나. 거대해지며 군체 안쪽의 벌레부터 썩으며 암모니아 가스를 내뿜게 되자 다가오는 물고기를 질식사시키는 현상은 예전에 없었다.

전문가라면 모르지 않는 사실을 거액의 연구비를 들여 새삼스레 밝힌 저의는 16개의 대형 보로 흐름을 잃은 4대강을 호수로 규정하여 개발 관련 부서에 하염없이 밀리는 환경부의 권력과 예산을 늘리려는데 있는 걸까? 행정 차원에서 강을 호수로 규정하면 4배 이상 강화된 수질 기준에 따라 규제를 휘두를 수 있고 예산도 늘겠지. 호수로 엉망이 된 강을 복원할 생각을 하지 않게 되겠지. 4대강을 은근히 부추겼다는 비난을 회피하며 호수의 수질환경에 대응하는 자세를 연출하겠지. 강을 망친 원죄를 슬며시 감추고 싶겠지.

미국 미시시피강이 고향으로 알려진 큰빗이끼벌레는 배스나 블루길처럼 교란된 자연환경에 모습을 드러낸 뒤 여간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 호수의 제왕인 가물치가 제 지위를 지킬 수 있다면 호수에 사는 배스와 블루길이 들어와도 우월한 지위를 누리지 못했을 게 분명하지만 가물치가 살지 않는 강을 호수로 만들자 고유 물고기를 몰아내며 생태계를 단순하게 만들었다. 큰빗이끼벌레도 마찬가지다. 맑은 물이 흐를 경우 눈에 보이지 않더니 이젠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건만 앞으로 정착한 호수에서 사라질 가능성은 없다. 가을에 접어들어 수온이 낮아지면서 조금씩 줄어들지만 이듬해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다.

올 국정감사에서 장하나 의원은 녹조 유발 물질인 총인(T-P)을 최소화하기 위해 처리시설을 설치하는데 5200억 원을 투입했지만 녹조 번성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엄격한 수질기준을 적용하면 천문학적인 국가재정이 추가로 든다. 정부는 호수화한 보 구간의 하천 특성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망가진 호수에 아무리 거액을 부어도 수질이 해결되지 않으니 대형보의 수문을 열어 4대강의 강물이 예전처럼 흐르게 복원하라는 의미였는데, 4대강을 호수로 규정하려는 환경부는 꿈쩍할 것인가?

해마다 5천억 원을 들이부어도 해결되지 않는 4대강의 수질만이 아니다. 본류의 하천 바닥이 급격히 낮아지면서 지천의 바닥이 본류로 휩쓸려 들어가는 이른바 ‘역행침식’은 지천의 안정을 크게 위협한다. 지천의 모래와 자갈이 갑자기 들어온 본류도 홍수에 취약해졌다. 지천의 모래가 부분적으로 쌓인 상태에서 큰물이 들면 근처 제방이 무너질 수 있고 지금도 바닥으로 상류 호수의 물이 대형보 아래에서 새는 상황에서 어떤 심각한 재앙이 발생할지 모른다. 대형보가 무너진다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변 도시와 농촌을 피할 수 없다. 상상 이상의 파괴와 재정파탄을 부를 것이다.

4대강 16개 대형보의 수문을 열면 제방이 무너지거나 쌓인 모래 때문에 보가 붕괴되는 사태는 피할 수 있다. 본류가 안정될 때까지 지천의 훼손은 불가피하지만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할 수 있을 텐데, 그 과정에서 들어가는 비용은 호수의 수질개선 비용보다 현저히 작을 것이지만 환경부는 강을 호수라고 고집하려 든다. 4대강의 운명이 어찌되는 말든, 주변 지역 주민들이 불안해하든 말든,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지금과 같은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환경부 본연의 책무를 망각하고 있다. 과연 개발부서 뒤치다꺼리 부서답다.

강은 지구가 23.5도 기운 상태에서 1년에 한 차례 지구를 공전하고 하루에 한번 자전하는 한, 해마다 가물과 홍수가 규칙적으로 반복되었고 강은 굽이굽이 흘렸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강은 상류 지역에서 발생하는 화강암 모래를 품고 흐르며 여기저기 모래와 자갈을 깔아놓았고 그 자리에 수많은 생물들이 사람이 그 자리에 함께 살자고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어우러졌다. 그 덕분에 강가에 농토를 만들어 잘살아온 사람들은 스스로 그러해온 자연을 제멋대로 교란했지만 이제 그 부메랑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강을 망치고 큰돈을 벌어들인 사람들은 강에서 떨어진 곳에 산다. 피해는 엉뚱한 사람과 생태계의 가엾은 생물들에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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