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져가는 것들에 머무는 눈길”
“스러져가는 것들에 머무는 눈길”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5.11.16 16:37
  • 호수 78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두 번째 시집 출간한 정완희 시인

▲ 두 번째 시집 출간한 정완희 시인
- 충남 서천 출신
- 경남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 2005년 ‘작가마당’으로 등단
- 학국작가회의 회원
- 충남시인협회 이사
- 공장자동화기계 엔지니어로 근무중

▲두번째 시집 표지
서천 출신의 정완희 시인이 첫 시집 <어둠을 불사르는 강>(2007년)을 낸 이후 8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냈다. <장항선 열차를 타고>(2015년 6월. 시선사).
시인의 고향은 “아직도 복선철로가 깔리지 아니한 곳 /임시역에서 몇 번씩 상 하행 새마을호에 / 길을 내어주고 나서야 도착하는 곳” 무궁화호가 정차하는 판교역이 있는 곳이다.

시집을 읽다보면 작가의 시선이 한 시대의 소명을 다하고 존재가치마저 가물가물 스러져가는 사물에 머물곤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파트 단지마다 녹슬고 있는 폐자전거들, 밤새 통증으로 소리지르는 환자들의 유체 이탈된 영혼들, 갈매기떼들의 식량이 되고 있는 땅에 떨어진 멸치, 진흙탕 비포장도로 아래의 슬레이트 지붕, 4대강사업으로 배를 허옇게 드러내고 죽은 물고기들, 시커멓게 변색되어가며 썩어가는 모과, 열매 떨어진 빈 꼭지만을 매달고 있는 겨울나무 등등을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다.

현재 천안에 살고 있는 정 시인은 주말이면 ‘장항선 열차를 타고’ 고향집을 오르내리며 귀농 연습을 하고 있다. 농사일만은 최고였던 아버님이 쓰시던 숫돌과 거치대를 이용해 낫도 갈고 건물 기반까지 위협하는 대숲도 걷어올렸다. 서리태를 심어 비둘기와 고라니에게 모두 헌납하기도 한 서툰 농부다.

농부가 무논을 갈고 써레질을 할 때  그 뒤로 백로와 황로, 왜가리가 긴 다리로 겅중거리며 쫓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이들이야말로 진짜 ‘논 주인’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동향의 선배 시인 구재기 시인의 평대로 시인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일상을 재창조’해놓았다. 우리는 이들 언어에서 심상이라든가 사상, 또는 정서에 이르기까지 출렁이고 있는 숨결과 삶의 정수를 읽을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