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 누구를 위한 경찰인가? - 양선숙
[모시장터] 누구를 위한 경찰인가? - 양선숙
  • 양선숙 칼럼위원
  • 승인 2015.11.23 14:23
  • 호수 78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양선숙 칼럼위원
1980년대 후반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우리학교 인근에 대학교가 있었는데 고등학교 1학년  몇 달 동안 대학생 시위대와 경찰들이 도로에서 대치하고 화염병과 최루탄 냄새로 눈물 콧물 쏟게 했던 시절이 기억난다.

특히 1987년에는 박종철, 이한열 등 열사들의 죽음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어른들은 시위하는 대학생들을 보고 “비싼 돈 들여 대학 보냈더니 빨갱이 짓 한다” “공부하기 싫으니 딴 짓 한다”며 역성을 내셨다. 학교 밖의 세상은 다른 세상이었다. 그 때는 저들이 왜 무서운 일에 뛰어들었는지, 어른들 말씀대로 못된 짓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그들은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것이다. 불과 서너 살 밖에 차이나지 않는 대학생 언니 오빠들과 나는 딴 세상에 살고 있었다.

지난 11월 14일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안 및 농민문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등에 항의하여 개최된 대한민국 민중총궐기대회에서 진압 규정을 위반한 경찰이 물대포를 시위대에게 발사했는데, 그 중 한 농민이 직사로 발사된 물대포에 맞아 뇌진탕으로 쓰러져 아직까지도 혼수상태에 있다.

촛불시위며 민중대회 등은 국민을 돌아보지 않는 국가를 향한 국민의 목소리이다. 이러한 국민의 외침을 공권력으로 묵살하는 경찰을 보며 이들은 언제부터 국민이 아닌, 정권을 위해 일해왔는가 의문이 들어 한국현대사를 펼쳐보지 않을 수 없다.

일제시대 2만 6천여명으로 남북한을 관장하던 경찰에게 엄청난 권한이 주어졌다(지금의 1/6수준). 검사가 없는 지역에서는 검사 역할, 호구조사, 세금징수, 농업 지도 등 모든 일상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었던 경찰은 지나가던 사람을 잡아다 태형을 가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졌었다. 친일파가 가장 많은 분야가 경찰이었다. 이들 친일경찰은 해방 이후 척결 대상이었다. 그러나 통치권을 갖게 된 미국이 남한의 질서 유지를 위한다며 친일 경찰들을 현직에 머무르게 했다. 친일경찰들이 고위 세력을 유지해왔고 정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요즘 시위 현장의 경찰들은 현직 경찰보다 전투경찰이 대부분인데, 이 전경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전투경찰의 기원은 이승만 정부 때로 수시로 나타나는 공비 토벌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미군의 허락을 받지 않고 병력을 동원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군대조직인 전투부대를 경찰 조직 안에 만들어 놓은 것이다. 전투경찰은 이승만 정부 때 2년간 운영되다가 해체되었으나 1970년대 대간첩 작전용으로 부활되었다. 그러나 무장 간첩이 남으로 넘어오지 않자 대내 치안 유지에 활용하여 데모를 막기 시작하고 1980년 이후 전투경찰이 정권 유지의 첨병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군인 신분이면서 경찰의 임무를 수행케 하는 전투경찰을 시위진압의 일선에 세워 국민을 적으로 싸우게 하고 있다.

집회 및 시위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이다. 국민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하는 사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만 처벌해야 한다. 제도권 정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국가에게 목소리를 높이는 적법한 국민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의문이 든다. 그렇다고 오늘도 과로에 시달리며 치안과 질서유지에 애쓰는 경찰관들의 노고를 모르는 바 아니다. 결국 문제는 정책을 결정하고 명령을 내리는 윗선이다. 경찰은 중립권을 당당히 외치고, 정치권도 자신들이 잘못을 저질러놓고 모든 해결을 경찰에게 떠맡기는 파렴치한 모습을 버려야 한다. 정권의 시녀가 되지 않고 국민을 위해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대한민국 경찰을 희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