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텍 대학’ 갈 길 멀다
‘폴리텍 대학’ 갈 길 멀다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5.12.21 16:05
  • 호수 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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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천에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이날 열린 국회본회의에서 서천에 폴리텍대학을 설립하기 위한 실시설계비 예산 5억원이 포함된 정부 예산안이 의결됐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예산은 애초에 정부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최종 심사에서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흠 의원은 “서천캠퍼스 신설에 부정적이었던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를 끈질기게 설득했으며 예결위 위원들에게도 설립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해 예산배정을 이끌어 냈다”며 자신의 노력이 크게 작용했음을 내비쳤다.

이에 군은 ‘유치 확정’이라며 보도자료를 내고 이튿날부터 서천 군내 곳곳에 현수막이 나붙었다. 이에 모든 군민들이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서천군의회도 환영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타당성 용역, 설계, 건축, 학교인가 등을 거쳐야 한다. 이 대학 캠퍼스를 유치한 타 시·군의 예로 보아 유치 지자체에서 부지 마련 등 일부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데 서천군은 어느 정도 부담해야 할지 아직 알 수 없다.

폴리텍대학은 고용노동부 산하 기능대학이다. 기능대학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한국폴리텍대학으로 변경했으며 한국폴리텍I대학부터 한국폴리텍VII대학, 한국폴리텍특성화대학까지 8개 대학에 대한 통칭이다. 각 대학은 3~5개의 캠퍼스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국적으로는 34개의 캠퍼스가 있다.

서천군에 들어서게 될 캠퍼스는 국내 유일의 해양수산 분야 2년제 전문대학으로 해양바이오공학, 해양안전산업, 해양수산식품 학과 등이 특화 운영될 예정이라 한다. 보통 한 학과당 30여명이 정원이므로 총 학생수는 200여명 안팎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군은 2020년 정도 개교될 예정이며 경제적 파급효과는 774억원, 취업유발효과는 450명으로 예상된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고작 200여명의 학생 수로 서천 경제가 얼마나 좋아질지 의문이 간다.
집권 여당의 사무총장이 유치전을 벌였던 한국폴리텍대학 파주캠퍼스 설립을 위해 경기도는 내년도 국비 211억원을 신청했지만 정부와 국회를 거치면서 5.7%인 12억원만 확보됐으며 개교는 2018년 3월에서 2019년으로 1년 연기됐다.
경남 밀양의 경우를 보면 2014년 8월 한국폴리텍대학이 5000만원을 들여 밀양캠퍼스 설립 타당성조사 용역을 의뢰했고 그 결과가 나온 후 2015년 예산에 실시설계비 10억원이 반영 됐으며 내년 착공 예산 10억원이 겨우 반영됐다. 한편 밀양에서는 실시설계비 예산 반영만으로 ‘유치확정’이라는 현수막을 내걸자 ‘시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며 정치에 이용한다’는 시민단체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폴리텍 대학 서천 캠퍼스는 아직 타당성조사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대부분 군민들은 유치 확정이 됐고 곧 대학이 들어선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정치인들의 지나친 홍보는 주민들의 차분한 대응을 방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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