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울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울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장환 기자
  • 승인 2015.12.21 16:07
  • 호수 7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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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학의 꿈’ 서천군자원봉사센터, ‘늘푸른배움터’
강기원·신성용·임정환 교사, 꾸준한 봉사 이어와

▲ ‘늘푸른배움터’ 자원봉사자 임정환, 신성용, 강기원 교사
어릴 적, 큰누나가 공장가는 버스를 타며 울던 모습이 내 기억 한편에 아련히 남아있다.
잘 사는 몇몇 친구들은 학교에 가기 위해 교복을 입고 시내버스를 기다렸지만 우리 큰누나는 가난하고 동생들이 많다는 이유로 공장을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그때 큰누나가 흘렸던 그 눈물은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싶은 간절함의 눈물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가난하고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60~70년대만 하더라도 고등학교, 중학교는 고사하고 초등학교 졸업도 다하지 못한 이들이 허다했다. 지금이야 대학 진학률이 80%가 넘을 만큼 대한민국의 교육열도 높을뿐더러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직장 얻기도 힘든 세상이 돼버렸다. 가난하고 동생들이 많다는 이유로 학교를 다니지 못한 이들이 노년의 길에 접어들어 가슴에 한으로 남는 것이 배우지 못한 설움이다.

이러한 이들에게 만학의 기회를 주는 곳이 서천군자원봉사센터에서 운영하는 ‘늘푸른배움터’다.
지난 2004년 ‘늘푸른배움터’를 개설한 이후 초등·중등·고등반으로 나누어 운영, 초등학교 21명을 비롯해 중학교 69명, 고등학교 72명의 졸업생을 배출하며 이들에게 배움의 길을 안내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2년, 야학당 늘푸른배움터의 자원봉사자들이 전국자원봉사대축제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배우지 못한 어르신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내어 이들을 적극 돕고 있는 봉사자들 중 가장 오래된 이가 강기원 자원봉사자다.

공주사범대학 역사학과를 나온 강씨는 현재 중등부 수학을 지도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늘푸른배움터’에 임시교사로 발을 딛었다가 어르신들의 배우고자 하는 열정에 반해 지금껏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강씨는 “늦은 나이에 열정을 다해 공부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고 미력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시작했는데 벌써 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며 “열심히 공부하시고 졸업장을 받아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강씨보다 2년 늦게 시작한 신성용 자원봉사자는 서천군청에 재직하며 매주 화요일이면 센터를 찾아 고등부 사회과목을 지도하고 있다. 성균관대 사학과를 나와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고등학교 교사의 경력도 갖고 있어 어르신들을 지도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신씨 또한 지인의 부탁으로 ‘늘푸른배움터’를 찾았지만 이제는 어르신들에게 소중하고 능력 있는 교사로 인정받고 있다. 신씨는 “낮에는 일하시고 밤에는 배우기 위해 이곳을 찾는 어르신들을 보며 봉사의 참된 가치를 알게 됐다”며 “시골에 계시는 우리 어머니도 이곳을 찾아 만학의 꿈을 키우시고 배움의 행복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씨와 함께 서천군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임정환 자원봉사자가 지도하는 과목은 가장 힘들다는 중등 영어 과목이다.
영어는 어르신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인데다 학습량이 많고 개인마다 실력 차이도 커서 지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는 임씨는 서두르지 않고 단계별로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지도해 어르신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임씨는 “늦은 나이에 배우겠다는 의지 하나로 이곳을 찾는 어르신들은 정말 용기있는 분들”이라며 “내 자신도 같이 공부하고 배운다는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천군자원봉사센터 주정아 사무국장은 “이들 교사들이 있기에 서천의 어르신들이 배움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며 “늘푸른배움터를 통해 한결같은 마음으로 봉사를 해주고 있는 강기원, 신성용, 임정환 교사 외 13명의 교사들에게 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늘푸른배움터는 배움의 시기를 놓친 모든 분들을 위해 언제나 문이 열려있는 만큼 망설이지 마시고 서천군자원봉사센터를 찾아 달라”고 말했다.
<김장환 프리랜서>
kim@newss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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