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고맙습니다. 친구들아 10년 후에 만나자!”
“선생님 고맙습니다. 친구들아 10년 후에 만나자!”
  • 김장환 프리랜서
  • 승인 2016.02.06 00:39
  • 호수 7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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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아닌 우리’ 일깨운 한산초 김영두 교사
▲ 김영두 교사와 졸업생들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지역 내 대부분 초·중·고등학교가 졸업식을 치렀다.
예전에는 졸업식 하면 온 시내에 학생들이 가득하고 중국집은 줄을 서야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곤 했다.
얄궂은 학생들은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밀가루와 계란을 투척하고 사춘기라는 이유로 선생님에게 반항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때를 떠올리면 얼마나 철없던 행동이었는지, 그리고 선생님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드렸는지 죄송하고 한편으로는 제자들의 잘못을 눈감아 주시던 선생님의 은혜를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러한 이유에선지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졸업식장을 찾게 되면 “사람 되라”며 엄하게 교육하시던 선생님이 졸업식장에서 제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시고 고개 돌려 눈물을 훔치시던 그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예전에 비해 지금의 졸업문화는 학생중심으로 진행되고 다양한 볼거리도 제공하는 등 흥미 위주로 꾸며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졸업식도 많은 학교들이 특색있는 졸업식을 진행했는데 그중 가장 눈길을 끈 학교는 한산초등학교이다.
지난 5일 졸업식이 치러진 한산초등학교는 올해로 103회쨔로 서천지역 학교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올해 졸업생은 10명이 전부다. 후배들과 교사들이 무대를 꾸미기 위해 풍선을 달고 의자를 정돈하며  분주히 움직이다 보니 학사모를 쓴 6학년 졸업생들이 나타났고 곧 졸업식이 진행됐다.
졸업생 영상과 졸업장 수여, 끝으로~ 끝으로~ 끝이 없을 것 같은 교장선생님의 훈사 말씀은 어느 학교나 공통이다.
이어 한산초만의 특별한 이벤트인 부모님에 대한 감사장 전달식이 진행됐다.
학생들은 저마다 부모님들을 향해 감사의 편지를 낭독 후 큰절로 고마움을 대신했고 10년 후 열어보기로 약속한 타임캡슐 봉인식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날 최고의 무대는 6학년 졸업생들이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을 위해 준비한 축하공연이었다.
처음 합창으로 시작해 그 다음 선생님과 제자들의 합창, 그리고 한 달간 준비했다는 연주회가 이어졌다.
마이크가 잠시 꺼지고 박자가 틀려도 학부모들에게는 어느 연주회보다 더 큰 감동의 무대였고 특히 담임선생님의 음 이탈은 모든 이들에게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어린 학생들은 졸업식이 끝날 무렵 헤어지기 싫었는지 하나 둘씩 선생님에게 안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텅 빈 교실과 운동장에는 김영두 교사만 남았다.
2년 전, 4학년 담임이 군에 입대하면서 “아이들을 꼭 맡아 달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5학년과 6학년 담임을 맡게 됐다.
처음 아이들은 학년이 높아지자 욕설과 다툼이 발생하고 자기중심적 생각과 행동으로 인한 불협화음이 잦아졌고 이를 고민하던 김 교사는 매달 2모둠을 뽑아서(전체 10명, 2인 1모둠) ‘맛집 찾아가기’를 시작했다.
반 이름도 다육하우스(다 6학년이라서), 반 모토는 ‘나, 너, 우리’로 정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아이들은 함께 밖으로 나가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이후에는 자신들이 직접 계획을 만들고 작은 추억을 쌓으며 변하기 시작했다.
또한 방학에 실시하는 교실캠프나 2박 3일 국토탐방 등을 통해 서로 마음을 나누고 소통하며 ‘내가 아닌 우리’라는 공통체의 의미를 깨닫는 행복한 학급을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 갔다.
김영두 교사는 “12인승 승합차를 렌트해서 전북 고창과 정읍, 부안 일대의 문화지를 찾아가는 국토탐방은 제자들은 물론 내 자신의 교직생활에도 큰 추억으로 남게 됐다”며 “아이들은 부모님에 대한 고민이나 평소 말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고 이해하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이도 사랑할 줄 안다는 것을 깨닫고 아이들이 밝고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이 우리 반의 자랑”이라며 “10년 후 우리 만남을 계획하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며 그간 잘 따라와 준 녀석들이 한없이 고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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