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지역언론연대 공동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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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장렬 /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
  • 승인 2016.02.29 12:08
  • 호수 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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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과 4.13총선

선거철이다. 언론에서 정치기사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 시즌이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과 정당들은 자신들의 지지세력들을 동원하기 위해 혈안이 된다. 후보자 개인이 지닌 지역에서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정당의 정치적 영향력은 이목을 끌기에 효과적이다. 더불어, 지역에서의 정치적 이슈들을 선거 공약으로 포장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얻고자 전념한다. 현실적인 문제들도 등장하지만, 대부분 성장과 발전을 내세운 전략들이다. 신도시와 테마파크 건설 또는 일자리 창출과 영세업체 지원들은 모두가 뻔한,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레퍼토리이다.
4.13 총선은 지역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국회의원 선거이다. 후보자들은 득표를 위해 지역의 이슈들을 여과 없이 공론화한다. (물론 이슈에 대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여전히 묻지마 선거가 성행하는 지역들도 있다.) 그리고 지역에서의 문제는 선거 공약으로 전개된다. 공약의 실행 여부나 구체적인 타당성은 당선 후에나 논의될 요지이다. 그래서 선거가 절정이 달하면, 상대방을 헐뜯거나 남의 치부도 폭로하게 된다. 이때, 분명한 사실은 이와 같은 모든 촌극이 언론을 통해 진행, 소개된다는 것이다.

선거에서 지역신문의 역할

오늘날 선거는 미디어의 활용 없이는 불가능한 제도이다. 선거 방송은 물론, 신문과 잡지 그리고 인터넷의 소셜미디어까지 모든 미디어가 선거의 수단이자 방법이 되었다. 미디어가 선택하는 선거 테마는 선거기간에 핵심 이슈로 등장하게 되며, 후보자는 물론 정당의 정치적 신뢰도는 미디어를 통해 좌우된다. ‘어떤 정치적 이슈와 사안들을 대중에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결정은 언론이, 바로 기자가 할 수 있는 특권이다. 물론 언론에게는 막중한 책임도 동시에 부과된다. 선거철은 이른바 언론 스스로 주장하던 자신의 존재적 가치가 어느 때보다 도드라져 보이는 시기이다. 그래서, 지역 선거에서 지역 신문은 더없이 중요하다.
지역신문은 지역의 문제와 갈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사회 조직이다. 선거기간 후보자들로부터 언급되는 지역의 이슈들은 지역 언론인들에 의해 사안의 중요도가 결정되어야 한다. 침체된 경제문제에서 삭감된 복지정책 또는 불안한 고용문제에서 청년실업문제들도 하나같이 중요한 사안들이다. 그러나 지역에서 주민들이 제기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선별은 선거 출마자의 역할로 한정되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해, 후보자들의 공약을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선거판에서 제외된 지역 현안들은 지역신문이 여론화해야 한다. 단순히 후보자들의 행보를 전달하는 소식지나 일개 정당의 유권자 동원에 활용되는 기관지로 이용되지 말아야 한다. 지역 선거를 통해 지역의 이슈들이 지역 신문을 통해 선별되는, 즉 정치적 공론장의 역할을 담당하는 지역 신문의 역할과 기능이 확인되어야 한다.

지역신문에게 선거는 기회

의회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시스템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선거는 불가피한 제도이다. 현실정치를 살펴보면, 대다수 국민들은 국가의 존재적 가치마저 의심하며 ‘과연누구를 위한 국가인지’ 묻게 된다. 이러한 의구심들은 특히 지난 몇 년간 고조되고, 일상화되었다. 그래서 다가오는 4.13 총선은 더없이 회의적이다. 독일의 철학자 K.M.는 선거권은 단순히 유산 계급이 이를 매개로 무산 계급을 직접 지배하고 있으며, 선거권은 노동자 계급의 성숙도를 재는 측정기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지역신문에게 좋은 기회이다. 지역에서 신문이 담당하고 있는 역할과 기능을 확인하게 되는 기회이다. 이제까지 지역 언론이 이해하고 있던 지역의문제들을 정치인들과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신문)의 존재적 가치를 분명히 할 수 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어느 집단도 그 지역의 문제를 보편적으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지방자지단체의 관료나 지역의 사회단체 기관들은 자신들이 담당하고 있는 개별 분야에 대한 전문가들이다. 그리고 선거철에 잠깐 들려, 표를 구걸하는 외부 정치인들은 더욱더 지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수년간 지역주민들을 만나며 이들의 삶을 취재하고 삶의 문제들을 설명했던 지역 언론인들이야말로, 지역의 핵심 사안들을 공론화할 수 있는 사회 집단이다. 그리고 선거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자발적으로, 스스로 지역의 문제들을 공개하는 유일한 시즌이다. 이때, 지역신문은 지역주민들의 입과 귀가 되어야 한다.

마치며

4.13 총선이 아직 진행 중이다. 늘 그렇듯이 투표일에 다다르면 후보자들의 이전투구는 절정일 것이다. 언론은 일개 정당이나 유력 후보자 개인의 이야기로 선거 보도를 국한하지 말아야 한다. 후보자들의 지지율이나 인기 정도만을 다루는 기사보다 지역의 핵심 이슈를 기획 취재하는 선거기간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후보자들의 일상적인 선거 공약들은 이제 지역 언론이 선별해 기사화해야 한다. 정당과 후보자들이 주장하는 무분별한 선거 공약들은 지역 언론에 의해 그 현실성과 타당성이 논의되고, 후보자들은 물론 지역주민들의 정치적 의식은 지역 언론인들의 노력으로 고양될 수 있다. 언론이 담당하고 있는 자본과 권력에 대한 감시는 그리 쉽지 않은 과정일 것이다. 그러나 자본과 권력에 대한 감시는 국민이 언론에게 부여한 특권과 책임에 대한 의무이며, 존재적 가치의 전부이다. 정치와 언론은 상호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에서 국민(지역주민들)을 위해 복무하는 사회적 기관이다. 이제 정치도 언론도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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