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이상재 선생과 3.1운동
■월남 이상재 선생과 3.1운동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6.03.28 14:51
  • 호수 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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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영 등과 고종 망명기도, 상해에 행궁 마련
고종 독살로 실패로 끝나며 3.1운동 발생
상해 임시정부 수립, 군주제에서 공화제로…

28일 마산 신장 3.1운동 재연행사에 이어 29일에는 한산 종지리 월남선생 생가에서 월남 이상재 선생 기념사업회의 주최로 월남 선생 89죽 추모제가 열린다. 월남 선생은 국권을 잃은 비통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국내에 남아 청소년을 교육하고 우당 이회영 등과 함께 고종의 망명을 기도했다.  3.1운동 직후 수립된 상해 임시정부에서는 대한민국의 국체를 군주제에서 공화제로 바꾸었다. 이는 만민공동회 시절부터 민을 국가의 주체로 생각하고 신민회 활동 등을 통해 주권재민 사상의 초석을 다져온 월남 이상재 선생 등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결과였다.

▲ 만민공동회가 열리던 서울 종묘 공원에 있는 월남 이상재 선생 동상

1910년 국권침탈과 일제의 무단통치 상황이 되자 월남 선생은 노동야학을 개설하여 청소년들을 교육했으며, 1913년에는 63세의 나이로 기독교청년회 총무에 취임하여 1926년 명예총무로 물러날 때까지 청년회의 재정확립 및 지방으로의 확장을 도모했다. 1914년에 학생YMCA를 망라한 조선기독교청년회 전국연합회를 조직했고, 1917년에는 민중계몽운동에 전념하면서 날카롭고 의미심장한 풍자와 해학으로 국내에서 항일민족운동을 주도했다.

1918년 가을이 됐다. 이 때는 1차세계대전이 끝나가던 때로 이 해 초에 발표된 미국 윌슨 대통령의 연두교서가 화제가 되어 민족자결주의와 독립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이 무렵 월남 이상재 선생은 우당 이회영, 유진태, 안확, 이득년 등과 아침 저녁으로 만나 밀의를 거듭하며 고종황제의 망명을 계획했다. 고종황제가 해외에 가 있는 것 자체가 국내의 조선 민중을 향해 “일제에 맞서 무장 투쟁하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지는 것이어서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들은 고종황제의 승낙을 받아내고 일제의 남작 작위를 거부한 전 판서 출신의 민영달과 함께 자금을 모아 북경에 있는 우당 이회영의 동생 이시영에게 5만원을 보내 행궁을 마련하라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망명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고종이 급서했기 때문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사망한 데 대해 의혹이 일면서 ‘독살설’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가장 유력한 설은 이완용 등이 두 나인에게 독약을 탄 식혜를 올려 독살했는데 그 두 명의 나인도 입을 막기 위해 독살했다는 것이다.

1919년 3월 15, 16일 총독부 기관지<매일신보>에 고종 서거에 대한 이왕직의 해명 기사가 났다. 일제는 독살설을 부인하기 위해 이 기사를 냈지만 고종이 식혜를 마셨다는 사실과 두 궁녀가 고종 사후 석연치 않게 사망했다는 사실을 입증했기 때문에 고종 독살설은 오히려 증폭되었으며 3.1운동이 일어나는 주요한 동기가 되었다.

이상재 선생은 3.1운동의 민족대표 33인 중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누구보다도 거물급에 속하는 민족지도자였다. 이상재 선생이 민족대표에 들지 않은 것은 직접 운동의 일선에 나서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은 까닭도 있었지만, 만세 사건 이후의 수습과정에서 일본정부와 맞서 일을 처리할 인물이 그 밖에 달리 없었던 때문이라는 것이 역사가들의 분석이다.

3.1운동 직후인 4월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됐다. 4월 11일 임시의정원은 1919년 4월 10일 개원해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주권 재민과 삼권분립의 민주 정치 이념을 담은 ‘대한민국 임시헌장(임시헌법) 10개조’를 채택했으며 권력의 소재를 군주에서 국민으로 옮기고 민주공화제를 선언해 정부형태와 국정운영에서 민족 역사상 가장 큰 변혁을 가져왔다. 이는 1907년 신민회에서 이상재 선생과 함께 활동하던 애국지사들이 임시정부에 참여하면서 주도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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