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명맥 끊기기 전에 군과 주민들 관심 뒤따라야…”
“모시명맥 끊기기 전에 군과 주민들 관심 뒤따라야…”
  • 김장환 기자
  • 승인 2016.06.08 15:22
  • 호수 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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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평생 모시외길, 한산모시짜기 중요무형문화재 방연옥씨

▲ 한산모시짜기 중요무형문화재 방연옥씨(오른쪽)
서천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40대 이상의 중년들에게 모시는 어머니의 그림자와도 같은 존재다.
서천의 어머니들은 낮에는 밭에서 발품을 팔았고 아버지가 밥상을 물리고 돌아누우시면 호롱불을 켜시고 손품을 팔았다.

농한기에 접어들면 어머니는 이웃집으로 마실을 다니셨다. 마을 아주머니들과 작은 방에 옹기종기 앉아 자식자랑에 신세한탄, 그리고 노래 한 자락씩 늘어놓으며 모시를 삼았다.

입술이 터지고 치아가 닳도록 겨울 내내 모시를 째고 나면 제법 큰돈이 모아졌다.
어머니는 큰아들 등록금으로 한 모시, 작은 딸 교복 값으로 두 모시, 막내아들 새신을 사는데 세 모시, 그리고 농사짓는 데 비료 값으로 아낌없이 쓰셨다.

그래서인지 서천에서 나고 자란 중년들에게 하얀 세모시는 어머니의 그림자이고 따뜻한 정이 묻어난다.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한산면 일원에서 한산모시문화제가 열려 한산모시축제장을 찾았다.
지난 2011년에 ‘한산모시짜기’가 유네스코의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관광객들이 부쩍 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모시라는 주제와는 별개로 줄타기나 노래자랑 등의 프로그램들이 관광객들의 시선을 더 사로잡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잠시 후 군청직원의 소개로 한산모시전수관을 찾았을 때 중요무형문화재 제 14호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인 방연옥(72) 공예가를 만났다.

전시관 안에 마련된 공예실에 들어서니 행사장의 분위기와는 달리 방연옥 공예가는 한낮의 졸음을 참지 못하겠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구 미안해요 어제 일하느라 잠을 못 잤는지 계속 졸리네”라며 하품하시는 모습을 보니 어릴 적 어머니가 모시를 째다 졸던 모습과 많이 닮은 듯했다.

어머니와 닮은 온화한 미소에 세모시처럼 곱게 늙은 방연옥 공예가는 대한민국 유일의 한산모시짜기 기능보유자다.
우리네 어머니들처럼 어릴 적부터 할머니와 어머니 곁에서 보고 자라왔고 여섯 살 때 이미 바디꿰기를 할 정도로 손재주가 좋아 문정옥 공예가로부터 전수를 받은 후 1991년 한산모시짜기 보유자 후보 선정, 2000년 보유자로 선정된 이후 지금껏 손에서 모시를 놓지 않고 있다.

한산모시가 문정옥 공예가에 이어 방연옥 공예가가 대를 잇고 있지만 서천에서 모시를 째고 삼는 이들이 150여명 남짓에 불과하고 대부분 여든이 넘은 고령인데다 젊은 여성들은 모시짜기를 기피해 조만간 명맥이 끊길 위기라고 걱정한다.

방연옥 공예가는 “예전에는 한산장만 서면 삼백에서 사백필의 모시가 나왔는데 지금은 서너필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모시의 명맥이 끊이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시의 명맥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군과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며 “모시를 배우고 싶은 이들이 있으면 언제든 기쁜 마음으로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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