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주민 참여에서 길 찾아야
태양광, 주민 참여에서 길 찾아야
  • 정해용 칼럼위원
  • 승인 2016.07.21 09:35
  • 호수 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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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적 기억에, 우리가 배운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석탄가스의 검은 연기로 뒤덮인 영국 런던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공업화의 결과라고 들었다. 유럽 산업화의 결과 많은 공장이 들어서서, 당시 우리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나일론이며 비누며 플라스틱 생필품으로부터 자동차며 선박, 가전제품, 그리고 각종 무기류에 이르기까지 공산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 대신 하늘은 연기로 뒤덮여 맑은 하늘을 보기가 힘들어졌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부럽게 여겨야 할지 불쌍히 여겨야 할지 혼란스럽던 기억이 난다.

초등 교과서에는 또 자랑스러운 우리 고장 명물 사진도 있었다. 장항 제련소 굴뚝. 지금 ‘전망산’이라 불리는 해발 56미터의 작은 언덕 위에 우뚝 솟은 이 제련소 굴뚝은, 그 때만 해도 자랑스러운 지역 명물이었다. 서천 군산 인근에서 가장 높은 인공구조물이었을 뿐 아니라, 공장이 가동할 때 뿜어내는 연기는 그게 백 킬로쯤 떨어진 곳에서도 볼 수 있다 하는 식으로 자랑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후 장항은 폐허로 변했다. 제련소 연기로 인한 토양 오염의 심각성 때문에 국가가 반경 1.5㎞의 주변 땅을 다 사들였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 땐, 오염이니 환경영향이니 하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이라 그러하다고 치자.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던 것이 사실은 유해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그 시점부터는 더 이상 아무렇지 않게 여기지 않으면 된다. 최대한 이른 시일에 가동을 중단하고 그것을 대체할 방법을 찾아내는 게 지능을 가진 인간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시커먼 연기로 뒤덮였던 런던 하늘은 그래서 맑아졌다. 공장을 세워서 나라가 부유해지는 것은 좋지만, 그 때문에 사람들이 암에 걸리고 정신이 이상해지고, 그로 인해 더 불행을 느끼게 된다면 차라리 부유해지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체험으로 인식하여 환경을 파괴하는 일에 신중해진 것이다.

선진국들의 전례를 따라 우리 나라도 공해산업에 대한 여러 제한조치가 강화되고, 또 이미 오염된 토양이나 바다를 정화하는데 막대한 예산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개발도상국(후진국)들은? 아직 산업화의 이익과 단맛을 누려보지 못한 나라들은 뒤늦게 산업개발을 국가 목표로 삼기 시작했다. 시커멓게 연기를 내뿜는 공장들을 아무 생각 없이 세우기 시작했고, 그것을 경제개발의 지표와 동일시하고 있다. 중국이 대표적인 산업화 과정의 나라다. 공장들이 얼마나 생각 없이 연기를 뿜어대는지, 수도 북경에서는 천안문 광장에서 천안문이 안보일 정도로 짙은, 그야말로 굴뚝 속 같은 날이 일 년이면 절반을 넘는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한국이 당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다. 한국도 70-80년대 고도 성장기에는 60년대 런던 못지않은 공해의 나라였다. 다행히 80년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치르면서 공해산업들이 정리되었고, 이제 대기(大氣)도 ‘선진국’의 명색을 갖추는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중국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미세먼지들이 서해를 넘어 한반도로 넘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반전이 있다. 중국발 공해, 미세먼지에 대한 정부 대책이나 태도가 미적지근하기만 해서 왜 그런지 오랫동안 궁금했는데,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남한지역 미세먼지의 절반은 중국이 아니라 우리 서해안에 즐비한 화력발전소들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가 나온 직후 국가에서 유해가스를 줄이자며 집안에서 고등어 굽는 연기를 조심하라는 캠페인을 벌인 것은 우울한 국민을 위한 위로의 코미디라 해도 한심한 소동이었다.

국가가 청정에너지라고 홍보하는 원자력발전소는 체르노빌이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결과를 보니 치명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원전도 아니고 화력발전도 줄이기 위해서는 ‘신재생 에너지’로 불리는 태양광 풍력 조력 등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현재로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대안이다. 우리 서천을 비롯한 서해안 일대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신재생 에너지 발전이 시도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신재생에너지 시설의 진척은 순조롭지가 않다. 그동안 뉴스 서천이 다뤄온 것만 보아도 시설 상의 문제는 대략 드러난다. 문제를 안다면 해법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신재생 에너지 시설이 이것을 세우고 운영하는 ‘업자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개념으로부터 벗어나야 할 것이다.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은 필시 도태시켜야 할 화력발전이나 원자력 발전을 대체할 대안으로서 필수적인 선택이며, 그것이 바로 우리(지역주민) 자신과 우리 후손들의 건강, 그리고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된다는 공감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국가 경제를 위해 우리 지역이 희생한다’라는 식의 구시대적인 설득방법으로는 공감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더더구나 개발 업자들이 주체가 되어 주민들의 반대를 피하려고 속임수나 이간질까지 써가며 개발을 강행한다면 주민들이 기꺼이 동의하고 협조할 리는 만무하다. 셋째, 태양광 시설을 명분으로 더 중요한 환경재산들을 무차별 희생시키지 말아야 한다. 이를테면, 바이오 에너지를 생산하겠다며 수백만평의 자연 숲을 밀고 콩밭을 만드는 식의 아마존식 개발은, 아무리 친환경이란 명분을 내세운다 해도 미련스런 짓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시설은 지자체가 중심이 되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스스로 세우고 스스로 그 결실을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이상적인 대안일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지방정부)와 힘을 합쳐서 주민참여적이고 자발적인 신재생에너지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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