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 / “얘들아, 너무 서툴러서 미안하다”
■모시장터 / “얘들아, 너무 서툴러서 미안하다”
  • 양선숙 칼럼위원
  • 승인 2016.09.07 18:11
  • 호수 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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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선숙 칼럼위원
막내딸의 말수가 적은 게 성격이려니 생각하다 점점 성장하며 엄마에게도 속 얘기를 안 하는 게 내심 서운해졌다. 아이가 열 일곱 살 때 학업 문제로 대화하다 그런 나의 마음을 털어놓았다. “엄마는 네가 좀 더 살갑게 대하고, 마음 속 이야기를 편하게 해줬으면 좋겠어” 그러자 생각지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때 친구와 다투고 돌아와서 엄마에게 하소연했는데 엄마는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고 친구 편을 들었단다. 그래서 그 이후로 엄마에게 마음이 안 열리고 혼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얘기를 안 한다는 것이다.

나는 기억도 안나는 이야기지만 초창기 나의 양육방법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랬을 것이다. 내 아이의 이야기만 듣는 것은 내 자식만 두둔하는 것으로 여겨 다른 사람의 입장도 생각해보고 행동해야 한다고 얘기했을 것 같다.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었는데 엄마의 반응은 친구가 옳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들렸으니 많이 서운했던가보다.

지금 생각하면 딸아이의 입장에서 맞장구치며 감정을 만져줘야 했는데 그 때 난 그래야 함을 알지 못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사람, 예의 없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키워야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가르침보다 사랑이 먼저 실행되어야 함을 알지 못했다. 부모로서 사랑은 기본이고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부모의 무지로 나의 아이들이 상처를 받았던 것이다.

다행히 아이들이 자라며 나의 부모됨도 조금씩 성숙해져 옳고 그름의 판단자가 아닌, 지지자로 때론 친구로 서야 함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 때는 나의 아이들이 사춘기의 몸살을 앓고 있었고, 친구 같은 부모가 되기 위한 나의 노력은 아이들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딸아이의 어릴 적 상처를 들으며 어루만져주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 때 생각은 안 나지만, 엄마는 너를 미워해서가 아니고, 그렇게 하는 게 너를 잘 키우는 거라 생각해서 그랬을 거야. 엄마가 미안하다. 그게 부모로서 잘하는 건 줄 알았어.”

그러면서 아이에게 부탁했다. 지금은 너를 지지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으니 엄마에게 마음을 여는 일에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그 일이 있은 후 3년의 시간이 흘렀다. 딸아이는 여전히 나를 어려워하지만 많이 가까워졌다. 마음속 상처로 자리한 시간만큼 앞으로 더 기다리고 지지해야 한다고 불쑥불쑥 올라오는 욕심을 가라앉힌다. 우리는 부모됨을 준비하지 않고 부모가 되었다. 각자의 옳은 소견대로 아이들을 양육하다 보니 우리 아이들이 몸살을 앓고 아파하고 삐뚤어지기도 한다.

“얘들아, 부모로서 너무 서툴러서 미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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