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주 작가, 석북 신광수 시문 서화로 재구현
이정주 작가, 석북 신광수 시문 서화로 재구현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6.10.05 21:10
  • 호수 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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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문화원, ‘아헌 이정주 초대전’ 8일부터

▲아헌 이정주 작가
두보(杜甫 712~770)는 당나라 현종 때 사람으로 이백과 함께 중국 최고의 시인이다. 그의 시는 이백의 시와는 달리 현실 참여적인 태도로 당대의 사회 모순과 백성들의 고초를 사실적으로 표현해내 ‘민중의 시인’으로 오늘날까지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그의 나이 40이 넘어 미관말직의 지방 벼슬자리를 하나 얻었는데 나라는 전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현종이 양귀비에 빠져 정사를 환관들에게 맡겨두자 외척과 환관들이 장악한 정치판은 부패할 대로 부패했다. 자립 소농민층이 해체될 정도에 이르렀다. 이러한 틈을 타 ‘안록산의 난’이 일어난 것이다.
현종과 귀족들이 호의호식하고 지내는 동안 두보는 가족과 헤어져 전쟁과 기근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 때 두보는 장강 하류 동정호를 내려다보는 악양루에 올라 시를 지었는데 바로 ‘등악양루(登岳陽樓)’라는 제목의 시이다.
 
옛부터 동정호를 들었는데
이제 악양루를 오른다.
오와 초나라는 동과 남으로 나뉘고
온 천지는 밤낮 광활한 호수에 떠 있네
친한 벗도 소식 한 자 없으니
늙고 병들어 외로운 배 한 척 있네.
관산 북쪽에는 아직도 전쟁이라
홀로 난간에 기대어 눈물 흘리네.
 
昔聞洞庭水/今上岳陽樓/吳楚東南坼/乾坤日夜浮/親朋無一字/老病有孤舟/戎馬關山北/憑軒涕泗流
 
이로부터 정확히 977년 후인 조선 영조 22년(1746년) 서천 사람 석북 신광수는 과거 시험장에서 두보의 ‘등악양루’를 주제로 시를 지었다. ‘등악양루탄관산융마(登岳陽樓歎關山戎馬 악양루에 올라 관산융마를 탄하다)’라는 시이다. 칠언배율이며 ‘관산융마’로 약칭된다. ‘관산융마는 관산에 있는 서쪽 오랑캐의 말’이라는 뜻이다. 작품은 당시의 과체시(科體詩)에 개혁을 시도한 것이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석북의 이 시는 곧 널리 알려져 관현가사(管絃歌詞)에 올라 악원(樂院)과 기방(妓房)에서 불리어왔으며, 애절한 내용과 높은 서정성은 오늘날에도 많은 시인묵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다음은 싯구 일부이다.
 
“……도죽장(桃竹杖) 늙은 몸이 백구를 따르노라/오만(烏蠻)의 낙조를 보며 난간에 의지해 한하노니/북방의 변란은 어느 날에나 그치려는가/붓꽃 피는 고국에 눈물 뿌린 뒤/어느 곳 강산인들 내 시름 아닐런가/……풍진 속에 오누이 눈물조차 마르려 하는데/호해(湖海)의 벗들은 서신조차 없구나/뜬 마름 같은 천지 속에 이 다락이 높아/어지러운 시대에 올라 초수(楚囚)를 슬퍼하노라…….”
 
▲이정주 작가가 쓴 석북의 시 ‘관산융마’
‘관산융마’는 석북(石北) 신광수의 많은 시문 가운데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그 시문들이 이정주의 서화에 실려 서천의 가을을 수놓는다. 오는 8일부터 14일까지 서천문화원 초대전으로 ‘석북 신광수 선생의 시문을 주제로 한 아헌(雅軒) 이정주 서화전’이 열린다. 2012년 목은 이색 선생의 시문을 서화로 재구현해 전시회를 연 이후 5년만이다.
아헌(雅軒) 이정주 작가는
- 대한민국서예전람회 특선, 초대작가
- 강암서예대전 특선 3회, 초대작가
- 대한민국서예고시대전 우수상, 초대작가
등 많은 공모전의 초대작가이며 대한민국서예전람회, 창암 이삼만 대한민국휘호대회 등 수많은 대회의 심사위원을 역임한 서천이 자랑하는 서예가로 ‘예향 서천’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서천읍 군사리 ‘서천서예학원’에서 후학들을 지도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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