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축제를 마치고
■모시장터/축제를 마치고
  • 권기복 칼럼위원
  • 승인 2016.11.02 10:21
  • 호수 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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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끝났다. 10월의 마지막 밤도 지났다. 축제가 끝난 자리는 텅 빈 의자와 틈새를 비집고 다니는 바람만 남는다. 때론 빈 술병이 탁자나 의자 다리에 부딪쳐 공허한 고성을 내기도 한다. 그 자리에 멀쩡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슬프다.

10월은 축제의 달이었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부터 전국 방방곡곡이 각양각색의 축제를 준비하고, 축제와 함께 무르익어가는 황금의 계절, 가을을 탐닉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역들이 11월에는 침잠에 빠진다. 그렇기에 10월의 마지막 밤은 그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그 밤을 학생들의 야간학습 관리에 썼다. 본교는 희망 학생에 한하여 야간에 교실을 개방하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6개 반 중 5명의 3학년 담임교사들이 매주 지정된 요일별로 학습 관리를 하기 때문이다. 172명의 3학년 학생 중에 30여 명은 꾸준히 학습에 참여하고 있다. 시험이 가까우면, 그 수가 두 배가 되기도 하였다.

지난 10월은 필자도 유난히 바빴다. 각종 문화 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신없이 분주했던 발걸음을 멈추고 되돌아보았을 때, 10월은 끝자락에 와 있었다.

축제가 끝난 11월은 침잠의 시간이다. 여느 시기보다 가장 쓸쓸하고, 외로움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고운 단풍을 떨궈낸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그러하며, 황금물결을 자랑하던 들판의 거무튀튀한 속살이 드러난 풍경이 그러하며,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아직 순응을 하지 못하는 몸이 그러하다. 축제에서 만난 사람들의 밝은 표정이 사라지고, 우울한 표정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이 또한 그러하다.

특히, 올해는 더욱 그러하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가는 휘청거리고 있다. 주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 정부에 염증을 느끼고 있으며, 부끄러운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고 한다. 올 11월은 내내 그 문제로 전국이 떠들썩할 것 같다. 축제를 마친 뒤, 무분별하게 축제를 즐긴 사람들이 휘청거리며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추한 것은 없다.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흔히 보이는 모습이기도 하다. 잔치가 끝난 마당에서 휘청거리는 우리 문화의 잔재가 아직까지 남아 있음이 아쉽고, 씁쓸하다.

필자는 이번에 모든 사람에게 기쁨을 안겨주는 글을 쓰고 싶었다. 해맑은 웃음과 밝은 미소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고민해도 없었다. 또한 상가에서 나 혼자만 큰소리로 웃고, 떠드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생겼다. ‘희망의 메시지’ 하나 전달할 수 없는 현 세태가 나를 눈물 나게 만들고 있다.

우리 서민들은 잘 살고 있다. 그렇게 무더웠던 지난 한여름에도 땀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며 산업전선에서 부지런히 뛰었다. 곳간에 양식을 채워두고, 내년 봄을 기다리고 있다. 하급 공무원들 또한 맡은 자리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적인 문제는 고위직 공무원들과 그들에게 연줄을 달고 있는 그들이 문제다. 눈치와 잔머리,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국가 일을 사적인 감정에서 주물럭거리는 극소수의 존재들! 우리 사회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들을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

그들에게 철퇴를 내릴 당사자는 우리 국민이다. 우리 국민 모두 눈을 바로 뜨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유신헌법’을 가결시킨 것도 우리 국민이었다. 올 11월은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국가 정부와 지방 정부들이 올바르게 운영되는 지를 직시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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