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평등, 그리고 경쟁
자유와 평등, 그리고 경쟁
  • 뉴스서천
  • 승인 2002.03.21 00:00
  • 호수 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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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평준화 정책에 대한 찬반논쟁이 한창이다. 교육문제는 모든 가정의 관심사지만 일단 대학에 들어가면 걱정거리 하나 덜었다면서 그냥 잊어버리는 것 또한 관례다. 그런데 금년에는 입시철이 지났는데도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왜 그럴까? 지금까지는 한 가정의 대학진학문제 정도로 간주되던 교육문제가 우수인력의 이공계 대학 등록기피, 조기 해외유학, 서울 강남 특정지역의 아파트가격 급등 등 사회문제로 비화되었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이랬었다. 교육부는 작년에 7차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이기로 하고, 교실신축비 등 1조원 이상의 예산지원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일반여론은 콩나물 교실문제 보다 교육제도의 근본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지난해 11월 예산지원의 조건으로 자율고교 확대, 의무이수 교과목 축소, 외국처럼 체육·미술·음악 등은 시험없이 이수여부만 평가, 학생선발권의 학교이전 등에 대해 교육부와 협의하였다. 당시 교육부는 자립형 사립학교를 30개 정도 인가하겠다고 발표까지 하였다. 그 후 경기도의 고교평준화 전면실시에 따른 서울로의 학생 대이동, 경기도교위의 고교신입생 배정 오류, 서울시교위에서의 노숙전학 신청문제, 교실신축 미완결학교 학부모들의 등교거부사태 등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학생들이 시험을 통해 상급학교를 선택한다면 이와 같은 사태들이 발생했을까? 정부가 완벽하게 관리할 능력이 없는데도 진학할 학교까지 챙겨주니까 책임이 생기는 것이다. 서울시 교육감은 자립형 사립학교를 인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교위는 인가조건만 정하고, 학교설립 신청내용이 이 조건에 맞으면 인가만 해주면 되는데 뭔가 혼동하고 있는 듯하다. 학교선택이나 경영의 자유는 공익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제한할 수 있으나, 정부가 자유를 제한하였을 때에는 이에 따른 책임이 발생한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면 자유라도 주어야 한다는 것이 규범경제학의 주장이다.
우리 헌법은 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을 자유와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같은 능력이 있으면 같게, 다른 능력이 있으면 다르게’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모든 학생들이 동등한 교육을 받도록 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헌법은 교육기회의 균등을 추구하는데 이를 교육능력의 평준화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공부 잘하는 약30%의 학생은 평준화를 반대하지만, 나머지 70%는 찬성한다고 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경쟁을 싫어한다. 경쟁을 하지 않아도 다같이 행복할 수 있다면 평준화가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가 있다. 본격적인 학습은 평준화시키기 어려운 학원이나 과외를 통한다는 점이다. 고급학원이나 과외수업은 부자학생만 가능하다.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가 없으면 가난한 학생은 경쟁에서 뒤지게 된다. 미래세계는 지식격차가 빈부격차를 유발할 소지가 더욱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지방에서도 대전고, 공주사대, 충남의대 등을 나오면 자기발전 기회가 많았다. 요즘은 국민학생의 조기유학까지 유행하고 있다. 옛날에는 대학졸업후 유학갔다 와서 국가발전에 기여한 분들이 많았다. 이들 조기유학생들도 나중에 한국에 들어와서 나라를 위해 한몫 할 것인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평준화를 통해 아이들의 창의성이 살아나 연예, 문학 등이 발전하였고, 최근의 韓流 열풍이 이를 반증한다고 설명한다. 물론 이를 낮게 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공계의 우수한 인력없이 국가경쟁력의 기초가 유지될 수 있을까?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경쟁을 통해 勝者를 대량 육성하고, 승자가 내는 세금을 통해 패자도 더불어 사는 체제이다. 모든 학생이 다 공부 잘하기를 기대할 수 없듯이 모든 학생의 능력을 같게 만들 수도, 만들어서도 안된다고 본다.
<노대래 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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