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금강하구 생태계 복원을 위하여 (3)가창오리
■ 기획연재/금강하구 생태계 복원을 위하여 (3)가창오리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7.02.22 13:59
  • 호수 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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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많은 가창오리, 낮엔 먹이활동 할 곳 없어
논에 의존, 대규모 군집생활…집단폐사 올 수도

▲ 금강호 가창오리 군무
기러기목 오리과의 가창오리는 서해안의 논과 습지에서 서식하는 겨울철새이다. 몸길이는 수컷 43cm 내외, 암컷 39cm 내외로 우리나라에 오는 오리과 철새 중 가장 작은 쇠오리보다 약간 크다. 날개길이는 22cm 안팎이다.

수컷은 이마·머리 꼭대기·뒷머리는 다소 갈색을 띤 검은색이며, 그 양쪽 머리 옆을 따라 흰색의 가는 선이 지나가고, 크림 황색의 눈 밑에서 얼굴을 가로질러 검은색 선이 있는데 마치 삼태극 형상의 무늬가 머리 옆면에 나있어 매우 화려하게 보인다.

이처럼 화려한 무늬 때문에 ‘가창(街娼)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생물학적 학명 또한 ‘anas formosa’인데 anas(아나스)는 ‘오리’라는 뜻이고 formosa(포르모사)는 ‘아름다운, 매혹적인’의 뜻이 있다.
가창오리는 바이칼호에서 발원하여 북극해로 흐르는 러시아의 레나강에서 시베리아 동부, 남쪽으로는 아무르강과 사할린 북부, 동쪽으로는 캄차카 반도까지 분포한다. 이곳에서 산란과 번식을 하는데 4~7월에 한 배에 7~8개의 알을 낳는다. 알을 품는 기간은 약 26일이며 주로 암컷이 품는다.

겨울이 되면 한국·일본·중국 등지에서 월동을 한다. 전 세계 40~50만 개체수의 90% 이상이 한반도 남쪽에서 월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낮에 안전한 호수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가창오리
시베리아 레나강 유역에서 흩어져 가족 단위로 살던 가창오리는 추위가 닥치면 바이칼호에 집결한다. 그래서 ‘바이칼 틸(Baical Teal)’로도 불린다.
바이칼호에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10월이 되면 이들은 먹이와 온기를 찾아 남하한다. 서산 간척지 간월호와 부남호로 내려오며 날씨가 추워지면 더 남하해 금강호와 만경강 하구, 전북 고창의 동림저수지, 해남의 고천암호까지 오르내리며 월동을 한다. 따라서 중간 위치에 있는 금강하구는 가창오리의 주요 서식지이다. 서산시에서는 시조(市鳥)로 정했다.

지난 19일, 화양면 와초리 금강호에는 약 30여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수면 위에 떠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전 세계의 가창오리 개체수 거의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낮이면 안전한 호수 한 가운데에서 쉬고 있다가 해가 질 무렵이면 먹이를 찾아 인근 논으로 이동한다. 이동하기 전 수십만 마리가 한바탕 군무를 춰 장관을 연출한다. 또한 먼동이 틀 무렵 호수로 돌아와 수면에 내려앉기 전 한바탕 군무를 춘다. 탐조객들은 이를 바라보면서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느낀다.

그러나 가창오리의 이러한 생태적 특성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이들의 서식환경이 악화돼 생존을 위해 야행성으로 바뀌고 군집생활을 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창오리는 본래 금강호와 같은 큰 호수에서 큰 무리를 지어 서식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전국에 있는 습지에 흩어져 서식했을 것으로 보인다. 수년 전 충북 제천에서도 가창오리가 발견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각종 개발로 이들이 안전하게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습지가 줄어들자 호수 면적이 큰 호수로 모여들어 큰 무리를 짓는 것으로 판단된다.

▲ 하천에서 먹이를 찾는 가창오리
화양면 완포리의 한 주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옛날에 철새가 더 많았다. 간짓대에 그물을 매달아 공중에 쳐놓으면 오리가 걸렸다. 동네사람들이 보는 대로 가져다 먹었다. 그때 군무를 추는 가창오리는 없었다. 가창오리는 하굿둑 막히고 나서 생긴 것이다.”

가창오리의 먹이는 식물성인 풀씨, 수서곤충, 논의 낙곡 등이다. 또한 가창오리는 겁이 매우 많은 새이다. 안전하게 먹이를 제공하는 습지가 줄어들자 이들은 논에 크게 의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낮에 논에서 먹이활동을 하기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밤에 먹이활동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낮에 금강 지천에서 몇 마리씩 작은 무리를 지어 먹이를 찾는 가창오리들도 목격된다. 이는 본래 야행성이 아님을 말해준다.

가창오리는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에서 멸종위기 단계 중 취약 종으로 분류하여 보호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수록되어 전 세계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종이다. 한국의 환경부에서도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Ⅱ급으로 지정했으나 2012년도에 해제했다.
한반도에서 90% 이상이 월동한다는 가창오리의 미래가 매우 위험에 처하게 됐다. 다양한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습지가 점점 줄어들며 논에 크게 의지하게 되었다. 또한 한 곳에 지나치게 많이 몰려있어 질병에 걸리게 되면 일시에 폐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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