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에서 서각 작품 전시회 여는 강마리아 작가
장항에서 서각 작품 전시회 여는 강마리아 작가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7.03.09 10:07
  • 호수 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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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100년 죽어 100년, 나무와 같이 가는 세월

▲‘울엄니’란 작품 앞에서 선 어머니 이종순씨와 딸 강마리아 작가
일제가 우리 쌀을 수탈해가기 위해 장항선 철도를 놓고 충남 일원에서 생산된 쌀을 열차에 실어 장항으로 운송해 창고에 쌓아두었다. 이 때 사용했던 창고는 독특한 건축기법과 역사교육자료로 인정받아 2014년도 7월에 등록문화재 591호로 지정된 아픈 역사를 지닌 근대문화유산이다.

서천군은 이를 리모델링해 지역문화예술인, 지역민과 관광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장항문화예술창작공간이라는 이름과 함께 ‘장항미곡창고’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인형극단 ‘또봄’(단장 이애숙)이 서천군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새긴 작품. 완성하는 데 4개월이 걸렸다.
이곳에서는 연중 다양한 예술 분야의 작품 전시회와 공연이 꼬리를 물고 열리고 있다.
그 수준이 일류에 도달한 예술인들의 작품이나 공연도 적잖이 열렸다. 2015년 8월에는 인형극계의 세계적 거장인 이탈리아 사람 앨버트 바그너씨가 장항을 찾아 서천 사람들에게 인형극을 보여주었으며, 지난해 8월에는 마임 1세대이자 국내 최초 마임이스트 유진규의 ‘어루만지는 몸’ 공연이 있었다.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퓨전국악 ‘들소리’ 공연 때에는 공연장이 비좁을 정도였다.

장항문화예술창작공간은 예향 서천이 배출한 예술인들의 아늑한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서천 미술교사들의 직품 전시회인 ‘부엉바위전’이 열리더니 그 뒤를 이어 지난 4일부터 28일까지는 서각 작가인 강마리아의 ‘서각, 같이 가는 세월’이라는 이름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 소녀 유관순 열사의 기원
4일 전시회 열림행사가 열리던 날 장항문화예술창작공간을 찾아 장항 신창리에서 태어나 자란 강마리아 작가를 만나 서각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나무에 음각 또는 양각으로 글씨나 그림을 새기고 색을 칠하여 작품을 만드는 데에는 강철같은 의지와 열정, 그리고 정성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됐다. 선사시대인들이 암벽에 고래를 새겨놓은 암각화가 울산 태화강 상류에 있는 것을 보면 서각의 역사도 꽤 오래일 것 같았다. 사찰에 단 현판은 대부분 나무판에 글씨를 새긴 것인데 대표적인 서각작품이라 한다.

우리 전통서각(傳統書刻)의 우수성은 전 세계 어느 나라 서각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예술성이 뛰어나다고 한다. 서각을 시작한 지 15년 됐다는 강마리아 작가에게 왜 힘든 서각을 할 마음이 생겼는지 물어보았다.

“죽은 나무에 불어넣은 생명력이 너무 보기 좋았어요. 버려져 있는 죽은 나무, 깨진 나무, 창고에 틀어박힌 나무 조각들이 되살아나는 거예요. 페이퍼질 해서 칠만 해도 작품이 되죠.”
“나무는 살아 100년 죽어 100년”이라는데 과연 이 말의 뜻이 와 닿았다. 그가 현재 살고 있는 보령시에는 서각하는 사람들이 200여명 된다고 한다. “자기 이름 석자 자신이 직접 새겨 걸어둘 수 있을 정도만 돼도 훌륭하다”는 것이다.

이애숙 대표에게 어떻게 이런 작가를 알게 됐냐고 있느냐고 물었다. 지난해 8월 장항문화예술창작공간에서는 ‘제 6회 장항이야기 한마당’이 열렸는데 장항에서 최초로 사진관을 운영했던 부친의 대를 이어 사진관을 운영했던 김동욱씨와 장항제련소를 다녔던 송남석씨, 장항에서 하숙집을 운영했던 이종순씨가 100여명의 주민들에게 장항의 옛 이야기를 들려주었었다.

▲ 궁즉통
“이를 준비하기 위해 하숙집 주인이었던 이종순씨 댁을 방문했는데 거실에 ‘울엄니’라는 서각 작품이 걸려있는 거예요. 이거 누가 만든 작품이냐고 물었더니 딸이 만들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강 작가를 알게 됐지요.”
이날 전시회에 참석한 강 작가의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숙집을 하면서 솜씨가 좋다고 해서 읍내 잔칫집에 불려가 상을 차리거나 폐백닭을 도맡아 만들었다고 한다. 그 솜씨를 딸이 이어받은 게 아니냐고 묻자 “나보다는 지 외할아버지 솜씨를 물려받은 것 같어. 우리 아버지가 손재주가 좋아 환갑상을 잘 차렸어. 잣으로 층층이 쌓아올리는 그런 일은 우리 아버지 말고는 하는 사람이 없었어.”

강 작가의 어머니 이종순씨는 딸이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체육을 잘했다고 한다. 하숙집에 학교 선생님들이 많이 하숙을 했는데 체육 선생 한 분이 큰 도시에서 육상 선수로 커야 한다고 하면서 대전으로 전학을 시키는 데 적극 나섰다는 것이다. 육상 선수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볼링은 지금도 프로급 실력이라고 어머니가 전했다.

강 작가의 활동 경력을 보니 화려하다.
<2004년> 한국서각협회 입선, 한국문인화협회 동상, 한국종교서예협회 표창장, 대한민국트일미술대전 은상 <2005년>한국예술문화협회 입선, 충남도지회 은상, 한국문인화협회 삼체상, 한국한겨레 예술협회 동상, 독립기념관 작품 기증 <2008년>한국서각협회 은상 금상, 한국서각협회 초대작가, 경남 김해시 초대전시회 <2005년~2009년>보령시 서각 전시회

옛 미곡창고가 변신한 전시장 안은 강마리아 작가의 혼이 배어있는 나무들이 발산하는 기로 충만해 있다. 은은한 질감이 묻어나는 작품들은 마음을 평안하게 해준다.

▲ 전시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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