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할 때 한 부인과의 약속 지켰다”
“귀농할 때 한 부인과의 약속 지켰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7.03.22 17:46
  • 호수 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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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새농민상’ 수상한 청운농장 허명호씨

▲ 허명호씨와 아버지의 가업을 잇기 위해 귀향한 장남 허병철씨
농협중앙회가 시상하는 3월 ‘이달의 새농민상’에 화양면 봉명리에서 청운농장을 운영하며 한우 300여두를 사육하고 있는 허명호(56)·박연옥(49)씨 부부가 선정됐다. ‘이달의 새농민상’은 열심히 땀 흘리는 우수 농업인을 발굴, 영농 의욕을 높이기 위해 농협에서 매달 선정·시상하고 있다.

청운농장은 무항생제 및 HACCP 인증농가로 관내에서 친환경 축산물을 생산하는 선도농가이다. 허씨는 서천토바우한우회 부회장 및 한우협회 고문, 한우연구회 총무를 역임하는 등 다양한 교류활동을 통해 선진기술을 습득해 품종개량 및 생산비 절감 등 농가 수익창출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지난 17일 청운농장이 있는 화양면 봉명리를 찾았다. 봉명리를 비롯해 이웃 마을인 창외리와 길 건너 들판 한가운데 고마리는 허씨 집성촌으로 유명하다.

▲ 축사로 둘러싸인 살림집
허명호·박연옥씨 부부의 살림집은 축사와 함께 있어 친환경 축산농장임을 실감케 했다. 규모가 다른 4곳의 축사에서 소들이 한가롭게 볏짚을 먹고 있었다.

허씨는 이곳 봉명리 가난한 집에서 9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위로 누님들이 계시고 밑으로 동생들 다섯이 있는데 그가 돌아가신 아버님을 대신해 모두 결혼시켜 잘 살고 있다.
그의 직업은 본래 건축 일이었다. 미장, 조적공으로 아프리카 리비아에서 일을 하기도 했다. 집안 재실에서 살았는데 재실은 없어지고 당시 그가 직접 벽돌을 쌓아 지어 부모님을 봉양한 집이 지금도 남아있다.
결혼 후 서울에서 2년을 살았다. 집안을 이끌고 가야 할 장남으로서 그는 귀농을 결심했다. 그러나 부인의 반대에 부딪쳤다.

“아무리 설득을 해도 동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이혼을 하고라도 내려가겠다고 했더니 이혼도 못해주겠다는 겁니다.”

허씨는 향후 20년 동안의 세밀한 계획을 세워 부인에게 제시하고 마침내 부인의 동의를 얻는 데 성공했다. 1990년도에 다시 고향마을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건축일을 하면서 소 한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사육두수가 차츰 늘어나면서 2001년도부터 축산업에만 전념했다.

▲ 친환경 축산 농장 청운농장 축사
허씨의 설명을 들으며 축사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소들 모두 귀에 노란 딱지를 달고 있다.
“송아지 출생신고를 하면 축협에 달아주는 이력 바코드라는 것인데 생산 이력을 표시한 것입니다. 이 소의 조상이 누군인지까지 기록돼 있습니다.”

축사 바닥에는 악취가 나지 않도록 발효미생물과 함께 톱밥을 넣는다. 여름에 습도가 높으면 질퍽거리기 때문에 소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대형 선풍기를 곳곳에 설치했다. 일정기간 지나면 소들의 분뇨와 섞인 톱밥은 수거되어 퇴비로 사용하기 위해 쌓아둔다.
소의 수명은 몇 년인지 물어보았다.

“옛날에는 40년도 살았다 하는데 보통 15~20년 보고 있습니다. 여기 소들은 30개월 정도 되면 출하를 합니다.”

▲ 옥수수를 직접 재배해 만든 발효 사료
소 한 마리가 다른 소 등을 올라타는 광경이 보였다.
“암컷인데 발정이 났습니다. 인공수정을 시킬 때가 된 겁니다.”
그가 직접 인공수정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자연교배는 안하느냐고 물었다.“황소가 있으면 지들끼리 자연교배를 합니다. 송아지 때는 모르는데 좀 크다가 키로 수가 안나갑니다.”허씨도 그런 소인 줄 확인하지 않고 송아지를 사들여 키우다가 낭패를 본 일도 있다고 했다.

그는 귀향할 때 부인과 한 약속을 완벽하게 지키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축산인으로 성공하기까지에는 부인의 내조가 컸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축산인으로서의 성공 비결을 물어보았다.

“끊임없이 기술과 정보를 습득해야 합니다. 협회 일을 보면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소값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주기가 있습니다. 어려울 때를 미리 대비해두어야 합니다. 오히려 저는 소값이 한창 내려갈 때 축사를 지었습니다.”

‘안시불망위’(安時不忘危:평안할 때 위태로울 때를 잊지 않는다)라는 경구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허씨 부부는 무엇보다 든든한 게 있다. 도시에서 학교를 졸업한 장남이 아버지의 가업을 잇기 위해 돌아온 것이다. 내년에 장가를 들이기 위해 옆에 주택도 마련해놓았다.

▲ 깔아둔 톱밥을 수거해 모아둔 퇴비. 논밭으로 보내져 순환한다.
아들이 돌아왔으니 사육 두수를 더 늘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축사 확장에는 어려운 문제가 뒤따르고 있다. 민가와의 거리를 350m로 제한하는 규제가 그것이다. 현 축사 뒤 산기슭 골짜기로 확장해도 인근 민가에 전혀 영향이 없지만 규제에 걸려 다른 곳에 축사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면 토지 비용 부담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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