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포토그래퍼에서
시초 초현리 귀뚜라미농장 주인으로…
서울 강남의 포토그래퍼에서
시초 초현리 귀뚜라미농장 주인으로…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7.04.12 17:05
  • 호수 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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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조성아씨 부부

▲ 김석진씨 가족. 부인 조성아씨와 시초초등학교 4학년 김정한·김시아 어린이
팍팍한 도시 생활에 찌들린 도시인들 대부분 한번쯤은 농촌생활을 꿈꾸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실천에 옮기기란 쉽지 않다. 자연의 혜택을 받기 때문에 생활비가 적게 들어간다고 하지만 일정한 소득을 올리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농사 일은 전혀 해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이다.

여기에 자녀 교육문제, 문화적인 욕구 충족 등도 귀농·귀촌을 실행하기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대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교육적으로 훨씬 이득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을 우선하는 아내의 생각은 다르다. 그래서 귀농·귀촌을 하려면 부부의 의기투합이 선결과제이다.

이러한 난제들을 일거에 해결하고 농촌에 정착해 땀 흘리며 일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부부가 있다. 시초면 초현리에서 귀뚜라미 농장을 하는 김석진·조성아 부부가 그들이다.

동갑내기 부부인 이들 나이는 44세이다. 귀농인들 가운데 연령이 아주 낮은 편이다.
이들이 초현리에 정착한 것은 2015년 11월이었다. 젊은 나이에 부부가 의견이 일치해 실천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우리는 일찍부터 농촌에 가서 살기로 약속했었어요. 그런데 농사일은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 귀뚜라미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김석진씨
김석진씨는 귀뚜라미 농장이 유망하다는 정보를 듣고 귀뚜라미 사육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농장을 찾아가 현장 실습도 했다. 부인 조성아씨도 귀뚜라미 키우는 일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들 부부는 바다를 좋아했다. 동해보다는 아기자기함이 있는 서해안으로 가기로 하고 강화도에서부터 살 곳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군산에서 생활한 적이 있던 장모로부터 서천이 그렇게 좋다는 말을 들었다 한다.

“한 번은 택시를 탔는데 기사분 고향이 서천이었어요. 서천에는 자연해안선이 아직 남아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는 서천에 와보고 곧바로 결정을 내렸다. ‘탈 서울’ 준비를 서둘렀다.

“이만큼 자리잡는 데 먼저 오신 이웃들 도움이 컸습니다.”

▲ 귀뚜라미 성충
신흥리에 먼저 귀농해서 살고 있는 나백수-정경희 부부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한다.
김씨 부부는 초등학교 4학년 쌍둥이 아이들을 두고 있다. 그는 강남에 사무실을 둔 회사에서 포토그래퍼로 일했는데 컴퓨터에 매달려 밤을 새우기도 하고 주말에도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내려오니 아이들이 제일 좋아합니다. 서울에서는 학교 가는 것도 싫어했는데 지금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노는 데에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주말이면 서울에 있는 친구들도 자주 놀러와 서울 친구들과도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귀뚜라미’ 하면 가을 밤의 정취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를 대량으로 사육해서 어디에 쓴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대부분 곤충은 파충류의 먹이가 됩니다. 그래서 도마뱀 등 파충류를 기르는 곳에서 필요로 하고 식용으로도 사용합니다.”

우리나라 토종 귀뚜라미는 왕귀뚜라미인데 사육하는 귀뚜라미는 외국에서 들여오는 식용이 가능한 종이라고 김씨가 귀띔해주었다.

김씨는 요즘 요리 배우는 데 재미가 붙었다. 화학물질 범벅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키우는 것만 해도 농촌에서 사는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일찌감치 고향에 내려와 살고 있는 홍민표씨가 진행하는 ‘남자들을 위한 요리 강좌’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 출하 직전의 귀뚜라미
우리 농촌은 현재 위기에 처해있다. 마을마다 빈집이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공간을 잘 보전하면 김석진씨와 같은 사람들이 내려와 그 공간을 점하며 살아갈 것이다. 전국의 지자체에서 귀농인들 유치하기에 급급하다. 그 이전에 농촌의 자연 환경을 잘 보전하면 내려와 살 도시인들이 많다는 것을 김석진씨 부부를 인터뷰하며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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