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육이랑 도자기랑 수석이랑 ‘이랑이랑’
다육이랑 도자기랑 수석이랑 ‘이랑이랑’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7.04.19 18:38
  • 호수 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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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렬-최금단 부부가 일구는 ‘다육식물 백화점’
▲ 기산면 황사리 도로변에 있는 다육식물원 '다육이랑 도자기랑 수석이랑 이랑이랑'
▲ 다육식물원 내부 모습
‘다육이랑 도자기랑 수석이랑 이랑이랑’은 기산면 황사리에 있는 식물원의 상호이다. 도자기와 수석은 다들 잘 알지만 ‘다육’은 낯선 이름이다. 다육은 다육식물(多肉植物)을 줄여 상호에 사용한 이름이다.

‘다육식물’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선인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육 식물에는 선인장과, 용설란과, 대극과, 돌나물과 등의 과가 있으며 세계적으로 약 2만 종이 있다고 한다.

다육 식물이 자라는 곳은 비가 자주 오지 않는 덥고 건조한 기후 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육 식물은 비가 올 때 몸속에 수분을 저장해 건조한 시기를 견딘다. 건조한 환경 속에서 수분 증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육 식물의 표면적은 축소되어 있어 잎이나 줄기가 한결 같이 도톰해 보인다. ‘다육’이라는 명칭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비닐코팅과 같은 얇은 막이 표면을 싸고 있어 수분의 증발을 막는다.

기산초등학교 앞 도로를 지나 한산방면으로 가다 낮은 고갯길을 넘기 직전 우측에 ‘다육이랑 도자기랑 수석이랑 이랑이랑’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각종 도자기들이 차곡차곡 전시되어 있는데 하나같이 투박한 질감에 소박한 색상이다. 도자기마다 모두 모양이 다르다. 사람의 손길이 곳곳에 닿은 흔적이 있다. 도자기 전시실 아래에는 이러한 도자기에 다육식물이 담겨있는 다육식물 전시실이 있다. 수천여 점의 생명체가 흙이 불을 만나 구워진 도자기마다 옹송거리며 앉아있다. 드문드문 수석과 목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 같은 공간을 창출한 사람은 누구인가. 김용령-최금단 부부이다. 이들은 마산면에서 태어나 자란 김용렬씨는 지산초등학교와 시문중학교를 나왔다. 도시에서 여러 사업을 하다 모두 정리하고 2015년도에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부인 최금단씨는 취미로 도자기를 빚는 것을 여러 스승에게서 배웠고, 수년 전 다육식물을 기르기 시작했다. 전시관에 있는 수천 점의 도자기는 모두 최씨의 작품이다. 한 달에 한 번씩 경기도 파주에 있는 도예공방에 가서 도자기를 빚는다고 한다.

다육식물을 기르면 어떤 좋은 점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워낙 생명력이 강해서 누구나 쉽게 가까이 두고 기를 수 있습니다. 어느 식물이나 그렇듯 정서적 안정감을 줍니다. 우울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그래요.”

다육 식물은 음이온 발생량이 높아 실내 공기정화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침실이나 거실에 두거나 사무실에 놓으면 맑은 공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육식물 80% 정도는 잎을 떼어 번식을 시킨다. 한 화분에서 하나의 ‘작품’이 되기까지에는 보통 3, 4년이 걸린다고 한다.

‘빨리빨리’ 문화가 지배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다육식물을 기르면 인내심과 지구력을 함양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도 같았다. 바위처럼 꿈쩍 않고 조용히 숨을 쉬고 있는 식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오묘한 기하학적 조형미를 느낄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이 전시실에만 600여 종의 다육식물이 있다. 이름도 녹귀란, 누다, 금란, 코노피튬, 자제옥, 리온브레이크 등등 이름도 모두 생소하다. 가격도 이삼천 원에서 10만 원을 훌쩍 넘는 것들도 있다.

“마니아층이 있어서 공주, 부여, 익산, 김제 등지에서 어떻게 알고들 찾아와요.”

김용렬-최금단 부부는 서천의 한 켠에서 ‘다육식물 백화점’을 꾸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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