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시 재배
쐐기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인 모시풀은 영하 15도 내외에서 뿌리가 얼고 서리에 약해서 서리가 늦게 시작되고 일찍 끝나는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자란다. 전설에 의하면 신라시대에 한산에 사는 한 노인이 건지산에 약초를 캐러 올라갔다가 모시풀을 발견하고 껍질을 벗겨보니 보드라운 속껍질이 있어 이로써 옷감을 짠 것이 최초라고 한다.
2. 태모시 만들기
수확한 모시풀의 겉껍질을 벗겨내고 속껍질을 이용해 인피섬유(줄기 형성층의 바깥쪽 조직에 함유되어 있는 섬유)를 만드는 과정이다. 벗겨낸 속껍질을 물에 적셔 불순물을 제거하고 햇볕에 말려 물기를 제거한다. 이 과정을 네다섯 번 반복한다. 완성된 태모시는 중간상품으로 시장에 낸다.
3. 모시째기
치아를 이용해 태모시를 잘게 쪼개 모시 섬유의 굵기를 일정하게 하는 과정이다. 태모시를 하루쯤 물에 담가 말린 후 이를 다시 물에 적셔 실의 올을 하나하나 쪼갠다. 가장 숙련된 기술을 요하며 상저, 중저, 막저로 구분되는 모시의 품질이 이 과정에서 결정된다. 주로 오랜 경력의 시어머니가 담당하며 베틀에 앉아 베를 짜는 일은 힘이 좋은 며느리가 담당한다.
4. 모시삼기
쪼갠 모시올을 이어 실을 만드는 과정이다. 모시째기가 끝난 모시올 한 뭉치를 ‘쩐지’라는 버팀대에 걸어놓고 한올씩 빼어 양쪽 끝을 무릎 위에 맞이어 손바닥으로 비벼 연결시킨 다음 광주리에 쌓아놓는다. 이 과정에서 실의 균일도가 결정된다. 이처럼 길게 한 가닥으로 이은 덩어리 모시 실을 ‘굿모시’, 또는 ‘모시굿’이라 하며 조심스레 십자형으로 묶어 시장에 낸다.
모시날기는 실의 굵기에 의해 한 폭에 몇 올이 들어갈지 결정하는 과정이다. 10개의 모시 굿에서 ‘젓을대’의 구멍으로 실끝을 통과시켜 한 묶음으로 한 후 날틀에 걸어 한 필의 길이에 맞추어서 날실의 길이로 날고 세수에 맞추어 날실의 올실을 맞추는 과정이다. 한산모시는 보통 680올이거나 700올을 넘는 것들이 많다. 올 수가 많을수록 그 질이 더 섬세한 모시가 된다.
6. 모시매기
실에 풀을 먹이고 모시짜기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모시날기가 끝난 날실을 세수에 맞는 바디에 끼워 한쪽 끝을 도투마리에 매고 다른 쪽 끝은 ‘끌개’에 말아 고정시킨다. 콩가루와 소금을 넣어 만든 풀을 베솔에 묻혀 날실에 골고루 먹여 이음매를 매끄럽게 한후 왕겻불로 말리면서 도투마리에 감는다. 모시짜기에서 날줄이 된다.
7. 꾸리감기
모시를 나는 작업과 매는 작업은 모시 직조 과정에서 날줄을 매는 작업이지만 꾸리감기는 모시 굿을 씨줄로 사용하는 데 알맞게 모양을 만드는 작업이다.
8.모시짜기
베틀에서 베로 직조되는 과정이다. 날실이 감긴 도투마리를 베틀의 누운 다리 위에 올리고 바디에 끼운 날실을 빼어 2개의 잉아에 끼운다. 다시 바디에 끼워 ‘매듭대’에 매고 말코에 감아 날실을 긴장시켜 놓은 다음 베틀의 쇠꼬리채를 발로 잡아당겨서 날실을 벌려 준비된 씨실꾸리가 담긴 북을 좌우로 엮어짜는 과정이다.이같은 과정이 반복으로 탄생한 모시베를 ‘필모시’라 하며 최종 상품으로 시장에 나온다.
9. 저산팔읍길쌈놀이
한산세모시가 탄생하기까지의 이같은 일련의 과정에는 여인들의 삶의 애환이 담겨있다. 이를 노래와 행위로 표출된 놀이가 ‘저산팔읍길쌈놀이’이다. 충청남도 시도무형문화재 제13호로 지정돼 있다. 민요풍의 노래와 풍물굿이 함께 한다. 저산(苧山)은 모시가 나는 산 또는 고장이란 뜻이고 팔읍은 모시가 많이 생산·거래되어온 한산·서천·비인·남포·주포·임천·홍산·정산(定山) 등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