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의 부재(不在)
인성교육의 부재(不在)
  • 뉴스서천
  • 승인 2003.08.22 00:00
  • 호수 1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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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투신자살이 국내외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명 경시 풍조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작년 한해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하루 평균 36명이 자살을 했다. 올해는 그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살로 인해 목숨을 잃어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안타까운 것은 어린 학생들의 죽음이다. 경기 침체로 인한 생활고를 비관하여 자살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는 하지만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 않고 경기가 나아지면 이는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문제는 아이들이다. 성적 부진, 가정 형편의 빈곤, 집단 따돌림 같은 학교 내 폭력 등으로 인한 비관 자살이 너무도 많다. 심지어는 한 초등학생이 부모님의 컴퓨터 사용 제한에 따른 불만으로 자살을 한 일도 있다. 또한 성인이 채 되기도 전에 무분별한 소비생활로 카드 빚을 지고는 고민하다가 자살한 사례도 있다.
이제는 생각해야 한다. 자살이 이 시대의 한 풍조로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하나의 뉴스 거리로 치부해 버리고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지는 않는지 말이다. 학교는 물론이고 가정에서조차 입시교육에 매달리는 동안 우리의 자녀들은 그렇게 세상을 등지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인성교육이 절실한 때인 것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부모를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을 불효 중의 불효로 여겼다. 자살이라는 것이 얼마나 부도덕적이고 무책임한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아이들은 알지 못한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요즘의 부모들은 효도로 포장되어 있는 불효를 강요하고 있다. 잠깐의 기쁨을 위해 아이들을 불행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지는 않은 지 반성해 볼 일이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인성교육은 공염불에 불과하고 입시교육에 매달리고 있다.
그마저도 사교육에 밀리다 보니 더욱더 교과교육에 중점적으로 매진할 수밖에 없고, 학교간의 성적 경쟁은 이러한 양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상담이라는 것도 거의 대부분이 진학 상담에 불과하고, 어떤 문제가 발생한 후에야 ‘사후 약방문’식의 상담이 되고 만다. 앞뒤가 바뀌어 버린 양상이다.
요즘의 아이들을 대하면서 가끔씩 느끼는 것이지만, 도덕적 관념이 전혀 없는 것 같은 행동을 하는 경우를 접한다. 잘못된 행동을 하면서도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를 모르는 것이다.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마치 유아들이 무서움을 모르고 행동하는 것과 같다. 너무도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바로 우리 교사들과 부모들의 책임이다. 배우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인성교육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것은 아니다. 바로 관심과 대화이다. 가정에서 혹은 학교에서 더 많은 관심과 대화를 통해 참된 삶의 길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면 시험 성적의 결과보다는 생활태도에 관심을 더 가져야 하며, 용돈을 얼마나 쓰는 것보다는 어떻게 쓰고 있는 지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많은 대화를 통해 아이들이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혹자는 이런 생각이 이상주의에 불과하다고 말할 지도 모르겠지만, “모든 교육의 시작은 밥상머리에서”라고 여겼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로움을 본받아야 한다. 온갖 비리와 부도덕성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를 바로 세우고 이끌어갈 사람들이 누구인가? 바로 우리 아이들인 것이다.
<오재경 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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