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 / ‘에너지 전환’으로 가는 길 ④지역갈등-삼천포 고성화력발전소
■ 기획취재 / ‘에너지 전환’으로 가는 길 ④지역갈등-삼천포 고성화력발전소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7.11.07 23:58
  • 호수 8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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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어장 망친 발전소, 혜택은 이웃 지자체로…
값싼 전기 혜택 대기업, 발전소 지분 참여에 시공까지

▲ 고성하이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는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 인근에 사천시가 있다.
◇미세먼지의 주범 석탄화력발전소

충남에서 1983년에 처음으로 보령화력 1, 2호기와 서천화력 1, 2호기가 준공됐으며 태안화력 1, 2호기는 1993년에, 당진화력 1, 2호기는 1993년에 준공되었다. 이후 꾸준히 추가 건설되어 보령화력 8기, 서천화력 2기, 태안화력 8기, 당진화력 8기가 지난 6월까지 운영되었다. 전국 총 53기의 석탄화력발전소의 절반 이상이 충남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30년 이상된 석탄화력발전소 조기폐쇄에 들어가 서천1.2호기와 보령1.2호기가 6월부터 가동을 멈췄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충남지역 40개 지점에서 6월 한 달 동안 미세먼지 농도를 실측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는 최근 2년의 6월 평균치보다 4㎍/㎥(15.4%)가 감소한 22㎍/㎥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노후 석탄발전소(보령·서천 화력발전소 4기)의 가동중단으로 이 기간 동안 미세먼지 배출량도 141t(약 15%)이 줄었다. 전국 8기로 환산했을 때도 304t의 미세먼지가 줄었다. 역시 전체 배출량인 1만0975t의 약 15%에 해당한다. 미세먼지의 주범이 석탄화력발전소라는 사실이 입증이 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석탄화력발전소를 두고 지역간에 갈등이 일고 있는 지역이 있다. 지난 8월 공동취재단은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는 경남 고성군과 인접 도시인 사천시를 방문하고 지역 갈등의 실상을 알아보았다.

▲ 고성하이화력발전소 건설 현장. 뒤로 삼천포화력발전소가 보인다.
◇고성군에 있는 삼천포화력발전소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에 석탄화력발전소 6기가 있다. 삼천포화력발전소이다. 1978년에 착공해 1981년에 가동한 1.2호기는 우리나라 최초의 유연탄 화력발전소였으며, 지난 6월 이후 가동이 중단됐다. 그러나 이후 건설된 3, 4, 5, 6호기가 가동되고 있는 가운데 고성그린파워 화력발전소를 2015년 10월에 착공해 지난 8월 현재 공정률 25%를 보이고 있다.

한국남동발전, SK가스·SK건설, 금융권인 KDB인프라자산운용이 총 자본금 9060억원을 출자하고 금융권에서 80% 이상을 차입해 총공사비 5조 1960억원이 들어가는 고성하이화력발전소는 2기이지만 설비 용량은 삼천포화력 1~6기(3240㎿)를 더한 것의 60%를 넘는 규모이며 2021년 가동 예정이다.

삼천포화력발전소는 이름과 달리 고성군에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 1978년 사천시와 경계지역인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에 삼천포화력 1·2호기 터를 조성했는데, 사천시 바다 일부가 매립돼 고성군 땅으로 편입됐다.

◇피해는 사천 시민이, 혜택은 고성군에서

사천시가 지난 2015년 헌법재판소에 고성군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서 사천시와 고성군이 본격적인 ‘땅 차지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핵심내용은 사천시가 매립지 17만 9000㎡에 대한 과세권한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천혜의 어장에 타격을 입히고 34년 동안 삼천포화력 때문에 피해를 봐온 사천 시민들은 옆에 또 다시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사천시민들은 지난 2014년부터 대책위원회를 꾸려 정부와 고성그린파워를 상대로 피해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화력발전소로 생긴 지역 간 갈등양상은 복잡하지만 요약하면 ‘피해는 사천 사람들이 보는데 이익은 고성 사람들이 본다’는 것이다.

정석만 고성화력발전소 사천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사천의 억울함을 알아달라. 천혜의 한려수도 가운데 있는 사천이 제도적 모순에 신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적 모순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지방세법·지방재정법·발전소주변지역지원법에 따른 것이다. 이 법에 따라 발전소가 있는 자치단체에는 발전소주변지역 지원금, 특별지원금, 지역자원시설세 등이 주어진다. 삼천포화력과 고성하이화력 소재지인 고성군에 대부분 돌아가지만 사천시에는 규모가 미미하다.

▲ 고성하이화력발전소 지분 참여 회사. SK건설은 건설 시공까지 맡고 있다
◇불합리한 법규가 낳은 불평등

대책위는 5㎞ 반경 인구를 보면 삼천포 시가지가 포함돼 사천 시민이 93%를 차지하고, 온배수 피해를 받는 바다까지 면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금은 반경 5㎞ 면적 40%, 인구 30%, 소재지 20%, 위원회 심의 10% 기준으로 연간 발전량에 맞춰 해마다 나온다. 고성군과 사천시가 35%씩 13억 원을 받았다. 사천 시민들은 이같은 배분이 불합리하다고 말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는 매년 발전회사에 지역자원시설세를 징수하는데 이 중 65%를 소재지 기초자치단체에 교부금으로 준다. 고성군이 지난해 받은 징수교부금은 47억 원이었다. 고성군 전체 세수의 15%를 차지한다. 그러나 사천시에는 한 푼도 없었다.

남동발전 삼천포화력본부가 두 자치단체에 낸 지방세를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하다. 지난 2001년부터 2016년까지 고성군에 낸 지방세는 631억여 원이지만 사천시 납세실적은 고작 3%(19억여 원) 수준이다.
대책위는 제도적 모순을 고치지 않은 채 고성하이화력이 지어지면 격차는 더 커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천시가 땅을 되찾겠다고 나선 이유도 세수 이러한 불평등 때문이다.

법이 잘못돼 있으면 형평성 있게 고쳐야 한다. 발전소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에게 보상이 돌아가야 한다. 고성화력발전소로 인한 불평등은 발전소 건설을 위해 사천 시내를 통과하는 것을 늘 바라봐야 하는 사천시 주민들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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