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쌀빵, 밀가루 빵보다 훨씬 우수합니다”
“우리 쌀빵, 밀가루 빵보다 훨씬 우수합니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7.11.23 17:40
  • 호수 8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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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빵연구회 오정례씨

▲ 쌀빵연구회 오정례씨
쌀과 밀은 오랜 옛날부터 인류의 대표적인 주식이었다. 쌀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먹여살리는 식량자원이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쌀과 밀의 2만년 투쟁’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 방영한 적이 있는데 쌀과 밀에 대한 한 실험 결과를 보여주었다. 체격이 비슷한 청년들을 두 팀으로 나누어 한팀은 이틀 동안 쌀로 만든 밥을 먹도록 했고, 다른 팀은 밀로 먹든 빵을 먹게 한 다음 오래달리기를 하도록 했다. 쌀을 먹은 팀이 밀을 먹은 팀보다 두 배 정도 오래 달렸다. 쌀과 밀을 바꾸어서 먹도록 한 후 실험을 했다. 결과는 마찬가지로 쌀의 승리였다.

벼농사와 밀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문화가 확연히 달랐다. 벼농사는 특성상 노동력의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에 마을공동체를 형성했다. 우리 민족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벼농사를 지은 민족으로 국제적으로 공인받고 있다. 충북 청주시 소로리에서 1만5000년 전의 볍씨가 발견된 덕분이었다.

쌀은 대대로 우리 조상들의 목숨이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쌀은 수입 밀에 밀려 푸대접을 받고 있다. 옛날 장정 한 명이 1년에 소비하는 쌀은 두 가마였다. 지금은 1년에 65kg도 못먹는다. 반면에 국민 1인당 밀 소비량은 35kg을 넘었다. 한국 사람 세끼 중 한 끼는 밀로 해결하는 셈이다. 그것도 수입밀이 99%을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2일간 서천특화시장 광장에서 열린 ‘2017년 서천군 농상품 홍보ㆍ판매전’에서는 우리쌀로 만든 ‘쌀빵’이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쌀빵을 만든 ‘쌀빵연구회’의 오정례씨를 만나보았다. 그는 귀농 7년차로 문산면 금복리에 살고 있다.

“3년 전부터 서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천안 혜전대 김형오 교수를 초빙해 쌀빵만들기 강좌를 열고 있습니다. 2년 전 이를 수강하고 수강생들이 자연스레 쌀빵연구회를 조직했지요.”

그는 아이들에게 직접 빵을 만들어 먹이기 위해 제빵 기술도 습득해두었기 때문에 쉽게 쌀빵 만들기에도 접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쌀빵을 만드는 방법은 밀가루로 만드는 것보다 좀 복잡하다. 백설기를 만든다 생각하고 물에 불린 쌀을 방앗간에서 빻아오는 일부터 시작한다.

“부풀어 올라야 하는데 이를 위해 밀 글루텐을 약간 섞습니다. 이것 외에는 100% 쌀로 만든다고 할 수 있지요.”

팥을 넣으면 단맛이 쌀과는 어울리지 않아 호박고구마를 사용한다고 한다. 모시가루를 첨가해서 만들 수 있고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만들 수 있다고 오씨는 말했다. 그는 쌀롤케익도 만들어보았다고 한다.

“농상품 대회에서 항상 인기가 높았어요. 2시간 만에 다 팔려나갔습니다.”쌀빵이 밀빵보다 우수한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쌀가루 알갱이가 밀가루보다 더 커 쉽게 딱딱해지지 않아요. 보관성이 훨씬 낫지요. 맛도 더 좋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 ‘2017 서천 농상품 판매홍보전’에 나온 우리 쌀빵

밀은 우리 민족의 체질과는 맞지 않아 귀하게 대접받은 곡식이 아니었다. 다만 누룩을 만드는 데 가장 요긴하게 사용했을 뿐이었다. 보리가 쌀 다음 제2의 주곡이었다.

농상품전에서 인기를 끈 쌀빵은 국립생태원과 축협에서 납품 요구를 해왔다. 그러나 납품을 하려면 위생시설을 갖추고 해썹 인증도 받은 기업이 주체가 돼야 하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회원 한 분이 창업을 하기로 했는데 사정이 생겨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회원들 모두 아쉬워했습니다.”

대부분 가정주부인 회원들이 선뜻 자금을 투자해 공장을 차려 사업을 하기란 큰 모험이 아닐 수 없다. 협동조합이 적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농약 범벅 수입밀을 대체하고 쌀 소비도 촉진시키며 아이들 건강도 지키고 벼농사의 고장 서천군 홍보도 할 수 있는 쌀빵을 아침 식탁에 올릴 수 있는 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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