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 / 6차산업 현장을 가다③장흥 무산김
■ 기획취재 / 6차산업 현장을 가다③장흥 무산김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7.12.08 00:00
  • 호수 8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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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산없는 김 양식으로 갯벌도 살리고 소득도 높이고…
‘친환경 무산김 양식’ 선포…급격히 늘어나는 저서생물

▲ 장흥반도와 고흥반도로 둘러싸인 득량만 무산김 양식장
우리 식탁에서 김은 빼놓을 수 없는 김은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이다. 김 다섯 장에 계란 1개의 단백질이 들어있다고 한다. 또한 김은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 혈관계 질환 예방과 개선 등에 도움을 주고 김에 들어있는 알긴 성분은 콜레스테롤 흡수를 막아준다고 한다.

해남, 완도, 강진, 장흥, 고흥 등 전남의 남해안은 김양식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2008년 김 양식에 염산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무산김 양식’을 하며 갯벌도 살리고 어민들의 소득도 높이고 있는 지역이 있다. 전남 장흥군이다.

▲ 무산김 양식은 김발을 뒤집어 4시간 이상 공기 중에 노출시켜야 가능하다.<자료사진>
이곳에서 생산되는 김 원초는 약 1억2000만속으로 전국 총생산량의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지역 김 양식어민 110명은 죽어가는 갯벌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어 2008년 5월  ‘친환경 무산김 양식 선포식’을 갖고 염산 사용을 일체 금했다. 유기산 사용은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으나 무기산 사용은 불법이다. 이들은 유기산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있다. 선포식을 하며 이들 어민들은 다음과 같은 약속을 했다.

첫째, 산(유기산, 염산, 황산, 질산이온)은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둘째, 산을 보유하거나 사용시에는 어촌계와 협약한 행사계약을 해지하고 불법 시설물로 간주 강제 철거하겠습니다.
셋째, 수협에서 공급하고 있는 면세유류 공급을 중단하겠습니다.
넷째, 군에서 지원하고 있는 개량부자, 부죽, 김 냉동망, 김 띠지 등에 수반되는 각종 보조금을 회수하고 이후 모든 보조사업 대상에서 제외하겠으며 명단을 공개하겠습니다.
다섯째, 산을 사용하거나 보관하는 어업인을 신고하면(전화, 우편) 최고 20만원 포상금을 지급하며 신분은 절대 보장하겠습니다
.

염산 사용을 금하자 갯벌이 살아나면서 파래나 매생이, 청각, 꼬시래기 등 다른 해조류가 살아나고 낙지, 주꾸미, 바지락, 키조개 등 저서생물들의 개체수가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맨손어업인들은 이들을 채취해 소득을 올리고 있어 김 원초 생산은 30% 정도 줄었지만 바다에서 나는 전체 소득은 오히려 늘었고 어민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한편 청정 해역에서 채취한 각종 해조류는 현지에서 가공돼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염산을 사용하지 않은 양식 김임을 내세워 차별화 하고 있다.

장흥읍 토요시장에서 무산김을 판매하고 있는 부산상회 이종천 대표는 “최근 언론 등을 통해 장흥 무산김을 알고 외지에서 온 손님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김 고유의 향이 살아있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 장흥무산김(주) 물류센터
또한 어민들이 출자해 장흥무산김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자신이 청정해역에서 기른 김을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장흥무산김주식회사는 그동안 국내 최초의 순수 어업인 주식회사로서 친환경 수산물인증과 USDA국제유기농인증, 지리적표시등록 및 단체표장 등록을 획득하는 등 시중의 일반 김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무산김주식회사는 최신 가공시스템을 도입하고 국제위생기준인 해썹(HACCP 위해요소중점관리제도) 인증을 받는 등 국내 최고의 친환경 김 생산업체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국내 유명백화점과 마트, 서울학교급식협동조합에 납품하는 등 친환경 마케팅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만과 미국, 홍콩 등으로 잇따라 김과 미역 등을 수출하며 시장 다변화 노력에도 힘을 기울여 경영 안정과 양식어가 소득증대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15년 장흥무산김주식회사는 창사 후 주주들에게 첫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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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장흥무산김(주) 김양진 대표

“무염산이 갯벌 살리고 어민 소득 높였다”

▲ 김양진 대표
지난 달 30일 전남 장흥군을 방문한 <뉴스서천> 취재팀은 장흥군 관산읍 송촌리에 있는 장흥무산김(주)의 김양진 대표를 만나 ‘무산 김’ 생산과 유통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김양진 대표는 (사)한국친환경수산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 염산 없는 김을 언제부터 생산하기 시작했는가?
= 2008년 5월 장흥에서 김 양식을 하는 어민들 110명이 모두 모여 ‘산 사용 청산을 위한 무산 김 양식 선포식’을 가졌다. 김 양식에 염산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어민들의 자발적인 선언이었다. 어민 30% 정도는 반대를 했지만 이들을 설득하는 데 3년이 걸렸다. 죽어가는 바다를 그대로 볼 수만은 없었다. 이들 어민들이 군의 지원을 받아 ‘장흥무산김주식회사’를 설립하고 2009년 6월에 공장 준공식이 있었다. 군이 지분을 갖고 참여했기 때문에 공기업이기도 하고, 어민들 110명이 소액 주주로 참여했기 때문에 사기업이기도 한 독특한 소유구조를 갖고 있다.

- 염산을 치지 않는 일은 잘 지켜지는가?
= 지금도 한두 명씩 주장하기도 하지만 염산을 치면 면허가 취소된다. 포구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염산을 뿌리는 데 들어가는 모든 도구와 장비를 철수했다.

- 염산을 치지 않으면 김 양식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 장흥에 지주식이 30%, 부류식이 70%인데 지주식인 경우는 썰물 때 물이 빠져나가면 자연적으로 햇볕에 노출돼 파래나 규조류 등 잡티가 죽는다. 부류식은 24시간 물에 잠겨 있기 때문에 이들을 죽이는 염산을 친다. 그러나 부류식도 공기 중에 노출을 시켜주면 엽체가 두꺼운 김만 살고 파래나 규조류가 죽는다. 그래서 김발을 뒤집어 4시간 이상 수면 위에 띄워 놓는다. 김발 뒤집는 일을 매일 반복하고 있다.

- 생산량은 변함이 없는가.
= 김이 공기 중에 노출돼 있는 동안에는 양분을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만큼 생산량이 줄어든다. 약 30% 정도 감산이 됐다. 질도 낮아졌다. 그러나 자연 그대로의 김이 살아나 김 고유의 향이 난다. 또한 바다가 살고 갯벌이 살고 다른 생물들이 살아나 전체 소득은 예전보다 많아졌다. 낙지가 다시 살아나 주요 소득원이 됐다. 전국에서 생산되는 낙지 20% 이상이 이곳 득량만 장흥 갯벌에서 생산된다. 닻을 감아 올리면 닻에 낙지가 수없이 달라붙어 올라온다. 낙지로 인한 수입이 김 양식 소득과 맞먹는다. 낙지 뿐만이 아니다. 파래, 매생이, 꼬시래기, 청각 등 해조류가 살아났고 조개들도 다시 살아나 맨손어업 주민들도 소득이 늘었다. 키조개, 꼬막, 바지락도 크기가 커졌다. 낙지를 잡아 하루에 100만원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 장흥 무산김. 띠지를 통해 관리하고 있다.
- 김 원초 가공은 어떻게 하나?
= 가공 시설은 완도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장흥에서 전국 김 원초의 약 5%인 1억2000만 속이 생산되는데 이 가운데 30% 정도만 장흥에서 건조되고 나머지는 외지로 나간다. 청정해역에서 생산되는 해조류라는 차별화 전략으로 홍보하고 있다. 현재는 김만 친환경 인증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나머지 수산물로 확대할 계획이다.

- 이곳 가공품이 친환경 김임을 어떻게 판별하나?
= 띠지를 통해 군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 무산김임을 밝히는 띠지가 인증 마크인 셈이다.









<뉴스서천> 취재팀이 장흥을 방문하던 11월 30일 300여명의 장흥 군민들이 군민회관에서 또 하나의 선포식을 가졌다. 정부로부터 장흥이 전국 최초로 청정해역으로 지정을 받은 것이다. 선포식에서 김성 군수는 “청정해역 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과 민이 한 마음이 되어 깨끗한 바다을 계속 유지해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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