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서천군 한계마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⑤영광군의 인구정책과 마을공동체로 희망 일군 ‘여민동락’
▇기획취재/서천군 한계마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⑤영광군의 인구정책과 마을공동체로 희망 일군 ‘여민동락’
  • 고종만 기자
  • 승인 2017.12.15 12:17
  • 호수 88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을기업 성공 지도자의 리더십이 좌우
영광군, ‘여민동락’ 공동체로 폐교 위기 극복

※이 기획취재는 충남도 미디어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유학학생이 인구 증가 견인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인구 감소에서 증가세로 돌아선 지자체나 쇠락한 마을에 희망과 활기를 불어넣은 마을공동체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리더의 중요성이다. 어떤 조직이나 공동체에는 구성원을 이끄는 리더가 있고, 리더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게 마련이다. 해당 조직체나 공동체의 희망성쇠 여부는 리더에 달려 있다 해다 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동안 서천군이 추진해온 권역사업이나 체험마을의 성과가 좋지 못하고 해당 시설물 등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리더의 리더십 부재가 큰 요인이었다.

마을기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는 한드미마을 영농조합법인의 경우 한해 농촌유학마을 운영과 체험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1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성공의 이면에는 ‘정부의 각종 공모사업을 따내는 귀재’라는 정문찬 대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따낸 공모사업에 대한 사업목표를 정하고 마을 구성원들에게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정확하게 제시하면서 얻은 주민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아토피를 앓고 있는 학생 치료에 황토가 효과 있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금산 상곡초등학교가 폐교 위기에서 벗어났고, 아토피 자연치유학교 지정과 금산군의 아토피 자연치유마을 조성의 경우 역시 인구증가로 이어진 원동력이 됐다. 인구증가는 학생이 견인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게 된 금산군은 최근 금산군 관내 간디학교 등 4개 대안학교와 금산군 주소갖기를 주요 내용으로 한 업무협약을 맺어 주목을 끌었다. 금산군의 사례를 토대로 서천군도 한산면 주민들과 재학 기간 동안 수양 부모연을 맺고 있는 충남디자인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입을 유도해볼 필요가 있다.

중학진학 단계에서 전출

전남 영광군은 서천군과 너무나 닮아 있다. 1가구당 6명꼴이었던 1960년대 16만명에 달했던 영광군 인구는 현재 5만5000명선으로 서천군과 비슷하다.

영광군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영광군의 인구는 남자 2만7997명, 여자 2만8270명 등 5만6267명에 달한다. 여성인구 수 가운데 지방소멸지수로 인용되고 있는 20~29세 인구는 2096명(7.4%)인 서천군보다 1.5%포인트 높은 8.9% 2530명에 달한다. 영광군 묘량면도 시초면처럼 2030년께 인구 유입이 없을 경우 현재의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2030년께 소멸할 것으로 예측됐다.

영광군 역시 서천군의 경우처럼 출생률보다 사망률이 높다. 지난해 하루 1.1명꼴인 415명이 태어났지만 623명이 사망했다.  사회적 요인인 전출도 서천군이나 금산군, 단양군의 경우와 비슷하다.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중학교를 진학하는 단계에서 교육여건이 좋은 같은 생활권이나 대도시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지난해 영광군으로 전입한 사람은 하루 평균 8.9명인 3284명으로 나타났지만 전출자는 전입자보다 평균 1명이 많은 9.9명꼴인 3637명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영광군의 학생 수도 2008년 이후 매년 300여명이 타 지역 전학 등의 이유로 줄어들고 있다. 2008년 8342(남자 4322, 여자 4020)명이었던 학생 수가 지난해 6161명으로 매년 평균 242명이 줄어들었다.

귀농귀촌 인증제 실시하는 영광군

▲ 새로 이사온 귀농귀촌인에게 ‘우리 이사왔어요’란 문구와 함께 이름을 새긴 수건을 제작 지원하고 있다. 한 부부가 받은 수건을 들어보이고 있다.
영광군도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감소세가 지속되면서 수년 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인구증가를 위한 대책마련을 추진해오다 최근 총무과 내에 인구 정책 담당을 두어 인구 정책 업무를 총괄토록 하고 있고 세부사업은 해당 부서에서 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과 함께 인구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요인 중 하나는 귀농귀촌자로들이다. 타 지자자체와 마찬가지로 귀농귀촌인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영광군의 정책 중 눈에 띄는 것은 국내 최초로 귀농귀촌 인증을 발급해주고 있다.

귀농귀촌 인증은 귀농인들이 귀농귀촌 인증만 제시하면 영광군이 추진하는 귀농귀촌 관련사업 및 교육신청, 농기계 임대료 할인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군은 귀농귀촌한 사람들이 신청했다 하더라도 일정한 자격요건을 충족할 경우에만 발급해 귀농귀촌인증을 받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긍심을 갖도록 하고 있고 동시에 자신들이 행정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는 인적사항과 전입일, 가족 수 등 귀농귀촌인 자격사항이 게재돼 있다.

군은 귀농귀촌인을 행정망에 데이터 베이스로 연결해 전산관리하고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한 상담카드를 작성하며 자경여부를 판단해 자경이 확실할 경우 귀농귀촌신고서를 발급해준다. 귀농귀촌인 관리는 군 본청 뿐만 아니라 읍면별로 전입단계에서부터 귀농귀촌인을 촘촘히 관리토록 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1호 귀농귀촌인증을 발급받은 사람은 지난해 6월 가족과 함께 귀농해 벼와 더덕 등을 재배하는 김이환씨이다. 이후 군은 귀농귀촌인증 발급을 신청한 72명 중 자격미달로 판명된 20명을 제외한 52명에게 발급해줬다.

농업기술센터 정영인 주무관은 “현재 귀농귀촌 관련사업과 농기계 임대료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귀농귀촌인들의 여론을 수렴해 귀농귀촌인증을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광군은 원주민과 귀농귀촌인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새로 전입온 사람들에게 홍보물품을 제작해 지원해주는 것이다. 군은 올 2월부터 2500만원의 사업비(국비 1250만원, 도비 2500만원, 군비 1000만원)를 들여 전입한 지 6개 월 미만 귀농귀촌인 지역민들에게 ‘우리 이사왔어요’라는 문구와 함께 이사온 사람들의 이름을 새긴 타올을 나눠주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군은 올해 16세대가 신청한 가운데 자격미달 3세대를 제외한 13세대에게 세대당 50매씩 타올을 제작해 지원해줬다.

영광군 농업기술센터 정영인 주무관은 “귀농귀촌인의 증가로 인해 원주민과 크고 작은 갈등을 빚으면서 심한 경우 역귀농하는 사람들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귀농인의 이름을 새긴 수건을 집집마다 전달하면서 갈등 소지를 없앨 수 있는 단초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소하지만 수건 하나가 계기가 돼 귀농귀촌인과 지역민의 유대관계가 형성되고 귀농귀촌인의 농촌 적응력도 빨라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광군의 귀농귀촌인 수는 2013년 61세대 107명을 시작으로 지난 11월 현재까지 315세대 541명에 달하고 있다. 이 중 원주민과의 갈등이나 농촌생활 부적응 등의 이유로 전체 귀농귀촌인 중 5~10%가 역귀농하고 있다는 게 농업기술센터 정영인 주무관의 귀띔이다.

영광군, 초·중·생에게 집중 투자

군은 또 학생들이 인구 증가를 견인할 뿐 아니라 전출을 막는 보루로 인식해 농업인 자녀 중 고등학생에게 3년간 수업료와 입학금 전액을 지원하는 것을 비롯해 외국어 툭성화교육을 통한 글로벌 인재양성 차원에서 초등생들에는 외국어체험센터 운영을, 중학생에게는 영어몰임캠프 운영을, 중학교 3학년생에게는 글로벌 문화체험 운영을 지원한다,

꿈과 끼를 키우는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초등생 수영수업을 지원한다. 명문고 육성프로그램으로 인재아카데미를 통해 진로탐색프로그램과 동아리를 지원한다. 농어촌 중심고 육성과 함께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금으로 성적우수자, 예체능 특기생 등에 2억원, 교육시택 운영 지원금으로 관내 29개 초중고에 2억2000만원, 우수학교에 4000만원을 지원한다.

영광군도 단양 한드미마을의 경우처럼 지난 2007년 묘량면에 설립한 비영리 단체인 여민동락의 활동이 폐교 위기에 있는 학교를 구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이 활동하고 있는 묘량면은 영광군 내 인구수가 가장 적은 면으로, 시초면과 함께 2030년께 소멸마을로 지목된 바 있다. 전체 인구 1910명 중 65세 이상이 40% 750명에 달하고 있다.

마을 소멸 위기 극복한 공동체 운동

▲ 여민동락 공동체가 오지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마을을 순회하며 생필품 등을 판매하는 ‘ 동락 점빵’ 차량.
여민동락은 지역주민과 함께 협동과 연대의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비롯해 경제, 복지, 교육, 문화의 통합적 접근을 통한 농촌공동체 복원, 주민의 자주성과 공생성 강화를 통한 마을공동체 구현, 주민과 하나되는 지역일체형 자립적 공동체 지향을 목적으로 2007년 설립됐다.

여민동락공동체는 묘량면 내에서 노인복지 사업(노인돌봅, 품앗이 학교)과 일자리 사업(가공사업단, 행복농촌일자리사업단), 협동조합(마을공동체 기업), 학교살리기와 문화여가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2010년 묘량중앙초등학교 학생 수가 12명으로 폐교위기에 처하자 이후 6년 동안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에 전념해오면서 초등학교 학생수가 65명, 유치원생 21명이 증가했다.
권혁범 여민동락 센터장은 “학부모와 지역주민, 지역단체의 협력과 연대로 절망과 부정의 정서가 희망과 가능성의 긍지로 탈바꿈했다”면서 “2015년 깨움 마을학교는 작은학교 살리기를 통해 인연을 맺은 지역의 젊은 학부모들의 수다로 시작됐담”고 말했다.
이어 “깨움 마을학교는 기존 학교중심의 교육 지원활동에서 농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마을교육문화활동으로 확장한 것”이라면서 “현재 이 학교는 몰락해가는 농촌공동체의 재생과 부흥을 위해 기존 복지, 경제, 문화활동영역에 교육 영역이 결합하는 초기 단계”라고 덧붙였다.

여민동락 공동체는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실행에 옮긴다는 계획이다.
20-40대 귀농귀촌인이 거주할 수 있는 청년사회주택을 조성한 뒤 민관협력으로 협동조합형 마을기업설립과 일자리 증대를 추진하고, 교육과 문화 거점 커뮤티티센터 구축과 운영으로 사람 살만한 농촌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일본 나가노 현 시모죠촌의 경우 공무원 수를 줄여 절약한 인건비 등으로 임대주택 10동을 조성하고 촌이 제시한 입주자격 요건을 충족한 이주자에 한해 입주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귀농귀촌인 등 인구 증가를 위한 바람직한 대책으로 서천군도 도입 운영해볼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