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과 서천 그리고 지역 분열
보신탕과 서천 그리고 지역 분열
  • 김정기
  • 승인 2003.09.19 00:00
  • 호수 1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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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인들 대부분은 개고기는 먹지 않는다. 하지만 우연인지는 몰라도 더운 날을 우리의 삼복더위와 마찬가지로 ‘도그데이(Dog days)’라 부르는데 개의 날이라는 표현이 묘한 공통점을 갖게 한다.
뜨거운 여름이면 우리 조상들은 보신용으로 개를 삶아 먹는 풍습이 있었고 요즘도 그러하다. 보신탕은 허약체질을 보충하고 잔병을 물리친다는 속설이 있고 대중적인 보양식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시골에서는 이 때쯤 잡아먹을 요량으로 강아지를 데려다가 열심히 기르기 시작하기도 하는데 그래서 삼복더위를 말하는 伏(복)자는 사람이 개를 잡아먹는 날이라 하여 ‘사람 인(人) 변에 개 견(犬)자’로 표기한 것이라는 그럴 듯한 해석도 있다
구탕(狗湯), 구장(狗醬), 개장국, 지양탕(地羊湯), 보신탕 등으로 불리다가 요즘에는 영양탕(營養湯), 또 사시사철 즐긴다고 해서 사철탕으로도 불리고 있다.
개고기의 식용에 대한 논쟁은 국제행사 때마다 단골메뉴다. 88서울올림픽 때도 그랬고 지난 한·일 월드컵대회에도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기간동안 개고기 요리를 금지토록 요구해 식문화에 대한 간섭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속에서 전세계 수많은 국가중에 대한민국 서천이라는 곳에서, 또 서천가운데 인구 3천명 남짓한 조그마한 판교라는 곳에서 쇼킹한(?)일을 벌이고 있다.
식당업에 종사하는 판교 주민들이 주축이 되어 추진중인 보신탕·냉면 축제가 바로 그 것인데 축제를 시작하기 전부터 소재에 대한 논란이 포연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보신탕축제의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는 주민들은 ‘보신탕’이라는 축제 아이템의 차별화는 긍정적으로 인정하나 지역적인 망신과 함께 최근 서천군이 야심차게 추진중인 어메니티 서천과 맞지 않는다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판교 보신탕축제 추진위원회는 ‘음지 음식문화의 양지화’와 ‘전통 음식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명분으로 ‘2003년산 서천군 어메니티’와 보신탕을 연관 짓는 것은 무리라며 보신탕축제 개최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같은 논쟁속에 보신탕·냉면축제는 최고의 홍보효과를 누리며 어쩌면 일정 부분 성공이 예상되고 있으나 축제의 성공여부를 떠나 이번 축제가 갖는 의미를 우리 주민들은 냉철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지역주민들의 화합과 발전을 위한 축제가 오히려 주민들의 분열로 치닫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신탕이라는 한국전통문화의 자존심을 충남 서천에서, 판교에서 찾으려고 하는 노력이 지역적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 이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는 못할망정 단순히 동물학대와 지역적인 망신 여부로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 축제를 준비중인 주민들은 그간 지역 축제에서 나타난 바기지 상혼 등의 문제점을 극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축제기간내 음식값 인하와 한정판매 등은 지역 축제문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서구의 애견문화가 언제부터 우리의 것으로 동화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자신들이 개를 좋아한다고 다른 사람에게도 개를 좋아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대학교수까지 개고기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면서 개고기 예찬에 나서는 것을 보면 몸에 좋은 음식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사실 통계로 봐도 보신탕은 많은 이들이 즐겨 먹고 있다. 어느 음식 전문잡지의 통계에 따르면 30대 이하는 72%, 30대 이상은 80% 가까운 사람들이 보신탕을 좋아한다고 조사되고 있고 상스럽지 못한 음식으로 여기고 있는 보신탕의 역사적인 배경도 삼국시대부터 제를 올릴때 사용하는 음식으로도 널리 사용되어 왔다.
축제를 시작하기 전부터 판교 지역주민들의 사기를 같은 땅에 사는 지역주민들이 먼저 억누르는 것은 현명치 못한 처사다.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보신탕은 천년이 넘은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이다.
애완견과 보신탕의 개념은 공유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보신탕은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고 문화 자체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 서천이 보신탕의 메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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