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 / ‘에너지 전환’으로 가는 길 ⑤에너지 전환 선두 독일
■ 기획취재 / ‘에너지 전환’으로 가는 길 ⑤에너지 전환 선두 독일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7.12.20 18:08
  • 호수 8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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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소비 감소시키면서 경제 성장 달성
재생에너지 전력생산 비율 전체 80% 목표
탈중심화·에너지 분권 통한 재지역화 이행

유럽연합(EU) 내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은 루우르 지방의 석탄을 이용해 산업을 일으키는데 성공했지만 석탄의 고갈과 함께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아졌다. 이에 독일은 과도한 에너지 수입을 지속적으로 낮추기 위해 재생에너지 개발에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자본과 인력을 투입했다.

그 결과 풍력 및 태양광 발전 부문에서 높은 수준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부문 전력생산 비율을 전체 전력 생산의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풍력·태양광 글로벌 경쟁력 확보

독일은 에너지 정책의 핵심인 ‘2010년 에너지 전환(에네르기벤데 Energie-wende)’ 실행을 통해 재생에너지 보급 확산 및 에너지 소비 효율화를 강화시키는 정책을 채택했다. 이로써 독일은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동시에 에너지 수입의존도를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 결과 독일은 에너지 소비를 감소시키면서 경제 성장을 달성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가 되었으며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에서도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사례를 제공했다.

독일이 이처럼 에너지 전환에서 앞서 갈 수 있는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는 연방정부, 지방정부, 기업, 시민사회 역할과 유기적인 연결이다. 이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정책화되고, 탈핵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오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 겔젠키르헨시 자회사인 사이언스 파크 볼프강 융 총괄책임자는 주체별 역할을 이렇게 정리했다.
연방정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 제시와 법제화를 하고, 국제기구와 협력한다. 지방정부도 시민참여 보장과 지원, 다른 도시와 교류하고 협력한다. 기업은 신재생에너지 연합 조직을 꾸려 이익을 추구하고 연구한다. 특히 시민은 자발적인 참여와 더불어 정부와 기업을 감시하면서 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역할을 담당한다.

융 씨는 “재생에너지는 탈중심화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전환’이 성공할 수 있었던 중요한 밑바탕은 지방자치제도이며 독일 주민 자치 속에서 에너지 분권을 통한 재지역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시민참여 속에서 에너지산업을 비롯한 공공분야 재지역화가 이뤄지고 있다. 재지역화는 지방정부가 공공기업을 세워 발전소와 배전망 등 기반시설을 인수해 공영화하는 것이다.

▲독일 에너지 전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사이언스 파크 총괄 책임자 볼프강 융씨<공동취재단>

태양광 메카로 탈바꿈한 탄광 도시

▲태양광 발전을 위주로 재생에너지를 연구·설치·생산하는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한 켈젠키르헨시의 자회사인 사이언스 파크 건물 내부 모습. 에너지 소비효율을 극대화 했다.<공동취재단>
사이언스 파크는 겔젠키르헨시가 지난 1995년에 신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확산하고자 만든 자회사다. 신재생에너지 신기술을 개발하는 40개 입주업체와 연구소는 태양광발전을 더 싸고 효율적으로 생산, 안정적인 공급망 해결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 시는 신재생에너지 확대 8년 장기프로젝트를 지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데, 연구 성과를 효과적으로 알리고자 기후 엑스포도 열고 있다.
루르 공업지역에 속한 겔젠키르헨시가 태양광 메카로 탈바꿈한 것은 도시재생 사업에 따른 것이다. 인구 560만 명에 달했던 루르지역은 1960년대 우리나라 광부와 간호사가 파견됐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루르지역 석탄·철강산업이 쇠퇴하면서 겔젠키르헨시는 1930~40년대 인구 34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서 현재 25만 명 규모다.

겔젠키르헨시는 1960~80년대에 새로운 미래를 찾고자 시민들과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 태양광발전을 브랜드화해 재생에너지를 연구·설치·생산하는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했다. 겔젠키르헨시는 전체 전기 소비량에서 25%를 태양광에너지로 조달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90%까지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풍력발전 수익 주민에게 환원

같은 주 인구 30만의 파더보른시 전체 전력소비에서 81.6%를 지역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 풍력발전이 이 가운데 70%를 담당한다. 현재 독일 전체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30%이며 파더보른 시는 이를 훌쩍 뛰어넘고 연방정부가 2050년까지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전환 목표 80%를 넘어선 것이다.
독일 파더보른에 있는 풍력에너지기업 베스트팔렌빈트는 150㎿ 용량 풍력발전기를 가동하고 있다. 독일에서 2번째로 바람이 많은 곳인 베스트팔렌지역에 대규모 풍력단지가 가동 중인데 450개 발전기 중 60기가 이 회사 소유다.

▲파더보른시 외곽에 있는 풍력발전 단지.
이 회사는 주민협동조합을 지원하고 이익을 지역민에게 환원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재단을 세워 공익사업을 하고 있다. 주요 사업은 전기자동차 카셰어링, 자연보호활동, 시민단체와 스포츠클럽 지원이다. 지원금은 1년에 뷘네베르크시에 16만 유로, 리히테나우시에 30만 유로 규모다.
다니엘 자게 홍보담당은 “경관을 이유로 반대가 있었는데 수익을 지역에 환원하면서 주민들이 수긍했다. 조합에도 저렴하게 풍력발전기를 구입할 수 있게 지원했다”고 말했다.

핵발전소 2022년까지 모두 폐쇄

 탈핵운동은 냉전시대 핵무기 반대와 반전평화 목소리와 함께 1980년대부터 본격화 됐다. 이 무렵 녹색당이 등장해 1983년 반핵 정책을 앞세워 의회에 진출했고, 1986년 옛 소련 체르노빌 핵폭발 사고를 겪으면서 탈핵정책은 힘을 얻었다. 사민당과 녹색당은 2000년 연합정부를 꾸려 핵발전소 단계적 폐지를 담은 재생에너지법을 통과시켰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과 함께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발전은 본격화했다.

탈핵 정책은 위기에 처한 적도 있다. 그러나 메르켈 정부는 2011년 당시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를 목격하고 노후 원전 수명연장 결정을 뒤집을 수밖에 없었다. 독일정부는 '안전한 에너지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꾸려 3개월 만에 탈핵 계획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노후 원전 7기를 포함한 8기 폐쇄, 2015년과 2017년 2기에 이어 나머지 7기도 2022년까지 모두 문을 닫을 예정이다. 독일의 핵발전소 전력비중은 지난 2001년 탈핵 결정 당시 30%에서 2011년 23%, 현재 13%로 떨어졌다.

재생에너지사업에 투자하는 GLS은행

에너지 산업에 투자해 돈을 버는 곳이 은행인데, ‘더러운 사업’에 돈을 대지 않는다며 재생에너지 보급을 지원하는 사회적 금융기관도 있다.
독일 GLS뱅크는 올해 2월부터 1억 유로를 목표로 7개 재생에너지 크라우드펀딩 상품을 출시했다. 이 중 태양광발전단지 건설에 투자하는 상품(1인당 250~1만 유로)에 가입하면 매년 4% 이자를 10년간 받을 수 있다. 원금도 보장받는 이 상품에는 벌써 500명(185만 유로)이 참여했다.

▲보쿰시에 있는 GLS은행
1974년 설립된 사회적 금융인 GLS뱅크는 고객 21만 2000명, 대출규모 24억 5200만 유로, 총자산 45억 9700만 유로 규모다. 사회·생태를 이롭게 하는 데 돈을 윤리적으로 써야 한다는 생각은 ‘수상한 돈은 받지 않고, 더러운 사업에 돈을 대지 않는다’는 말로 정리된다.

그간 성과를 보면 '공동체와 연대' 철학이 잘 드러난다. 율리안 메르텐스 홍보담당은 “예금주들도 공익적인 목적, 사람과 인류에 도움이 되는 것을 예치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은행은 사회적 사업과 공익적 사업은 리스크가 크다고 보고 대출을 잘 안 해준다. 우리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풍력사업에 투자했고 더 이익이라는 것을 알았다. 재생에너지 기술은 더 발전했고 오히려 위험요소가 더 줄었다”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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