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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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상 칼럼위원
  • 승인 2018.01.10 16:24
  • 호수 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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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온 새해

다시 새해가 다시 찾아왔다. 우리는 새해를 맞을 자격이 있을까? 작년에 받은 새해는 여백이 사라질 정도로 온갖 사고로 얼룩졌다. 올해 받은 새해는 어떨까? 마찬가지겠지. 늘 그래왔으니까? 나이 들어갈수록 한 해 한 해가 송구하다. 면구스럽다.

물론 2017년이 사고로 얼룩진 것만은 아니다. 인생 최대의 벅찬 순간도 많았다. 살아온 보람을 느낀 순간들이었다. 개인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기쁨에 넘쳐 만나는 이 모두 반가웠던 기억이 분명히 남아 올해와 또 내년으로 이어지리라. 그러고 보니 새해를 맞이할 수 있어 고맙다. 사고뿐 아니라 환희로 빛나는 한 해가 바통을 넘길 테니까.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 일부러 찾아간 북성 포구에서 석양을 바라본 적 없고 새해 첫 태양을 만나려 꼭두새벽 동해안을 향한 적 없다. 연말 방송사의 연기대상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않지만 새해를 맞는 보신각 타종 행사는 잠시라도 챙겨보려 한다. 달력을 바꾸며 마음가짐을 다시 잡는 계기를 만든다. 한데 물끄러미 어항 속 물고기를 보니 저들은 새해에 별 관심이 없다는 걸 새삼 느낀다. 반려견도 마찬가지겠지.

젊은이든 나이든 이든, 새해 들어 한 살 더 먹는다고 몸에 특별한 이상이 생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람이 만드는 제도는 바뀐다. 2018년도 그렇다. 시간 당 최저 임금이 7530원이 되었고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가 크게 오른다고 하는데, 대학 졸업과 무관하게 알바를 벗어나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사정이 좀 나아지려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물가가 꿈틀댄다고 언론은 보도하지만 당장 바뀌는 건 아니다. 일반인이라면 변화하는 교통법규가 아니라면 새해를 몸으로 만나지 못하는데, 해마다 계절이 조금씩 다르게 찾아오니 새해가 부담스럽다. 지구온난화로 북극해의 빙하가 약해지자 제트기류가 느슨해졌고 그 때문에 북극의 냉기류가 한반도로 쏟아지는 현상은 자주 있는 현상이 아닌데, 점점 심상치 않다. 해마다 정도가 심해지는 건 아닐까? 황사가 겨울부터 극성인데 그치지 않는다. 찬바람이 약해지자 초미세먼지가 대기권으로 내려앉는 현상은 예년 겨울에 없었다.

봄을 예고하니 새해가 반가운지 모른다. 나이 더 들어 초로의 몸은 조금씩 쇠약해지겠지만 봄은 삼라만상을 새롭게 한다. 개발과 에너지 과소비로 계절 변화에 저항하는 사람 역시 봄을 반기는데, 봄이 점점 예년 같지 않다. 허파꽈리까지 파고드는 초미세먼지를 향상된 과학으로 아무리 걸려내더라도 기술을 이용할 수 없는 동식물은 고통스럽다. 생태계의 안정 없이 생존이 불가능한 사람이지만 그들은 오늘도 초미세먼지를 일으키기만 한다.

생태계에 대한 사람들의 약탈적 개발과 자기 후손의 권리마저 빼앗는 에너지 과소비로 상당히 혼란스러워졌더라도 계절은 어김없이 흐른다. 아직은 그렇다. 2018년의 봄은 어떤 모습을 연출할까? 동해안의 너울성 파고는 더욱 거세어진다. 2월 9일 열릴 평창올림픽은 괜찮을까?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날이 더워 곤란했는데 평창은 어떨까? 초미세먼지는 발생하지 않을까?

2017년이 어지럽힌 환경을 2018년이 받았다. 새해를 맞아 사람들은 더욱 가파른 경제성장을 요구한다. 2018년은 어떤 환경을 2019년에 넘길까? 다시 찾아온 이번 새해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들떴다. 2017년 수출 총액이 사상최고라면서 벌써부터 설렌다. 더욱 비참해질 생태계가 걱정인데, 새해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고맙게 다가왔지만, 무술년은 어떤 상처를 기해년에 넘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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