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가창오리 생태의 비밀
■특집/가창오리 생태의 비밀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8.01.17 00:20
  • 호수 8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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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만 마리 80% 이상 금강 하류 지역에서 월동
낙곡 의존도 높아…서천군·군산시 공동대책 세워야
논에서 낙곡을 먹고 있는 가창오리

현재 금강호에는 약 20여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월동을 하고 있다. 가창오리는 11월 초순에 한반도로 내려온 후 12월말까지 서산 AB지구, 아산호 삽교호 등지에서 생활하다 더 추워지면 남쪽으로 내려와 금강호에 머물며 고창 고부천 상류의 동림저수지나 해남의 고천암저수지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금강하류지역은 이들 가창오리 월동지의 중심이다. 내 고장에서 월동을 하는 가창오리를 잘 알고 더욱 잘 보존하기 위해 이 특집을 마련했다.

◆‘가창오리 명칭’에 대해서 

▲옆 머리에 선명한 태극문늬가 있는 가창오리<다음백과사전>

기러기목 오리과의 가창오리는 서해안의 논과 습지에서 서식하는 겨울철새이다. 몸길이는 수컷 43cm 내외, 암컷 39cm 내외로 우리나라에 오는 오리과 철새 중 가장 작은 쇠오리보다 약간 크다. 날개 길이는 22cm 안팎이다.

수컷은 이마·머리 꼭대기·뒷머리는 다소 갈색을 띤 검은색이며, 그 양쪽 머리 옆을 따라 흰색의 가는 선이 지나가고, 크림 황색의 눈 밑에서 얼굴을 가로질러 검은색 선이 있는데 마치 삼태극 형상의 무늬가 머리 옆면에 나있어 매우 화려하게 보인다. 

이처럼 화려한 무늬 때문에 ‘가창(街娼)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생물학적 학명 또한 ‘anas formosa’인데 anas(아나스)는 ‘오리’라는 뜻이고 formosa(포르모사)는 ‘아름다운, 매혹적인’의 뜻이 있다. 이처럼 화려한 태극무늬 때문에  북한에서는 태극오리로 불리웠다. 지금은 반달오리라고 부른다 한다.

가창오리는 다른 오리과 종들과는 근연성이 다른 점이 많아 ‘가창오리속’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동시베리아에서 번식

동시베리아 가창오리 번식지
▲동시베리아 가창오리 번식지

가창오리는 시베리아 동부 아나딜, 콜리마, 야나, 인디지르카, 레나 및 아무르, 오호츠크해 연안과 캄챠트카 등지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번식지의 중심에 러시아의 사하자치공화국이 있다. 사하자치공화국에 북극해로 흐르는 레나강과 콜리마강이 있다.

이 지역의 기후는 툰드라 기후지대이며 남쪽 아무르강 유역은 타이가 기후 지역이다. 툰드라 지대에서 여름은 1개월간이며 이 짧은 기간 동안 가창오리는 알을 낳고 부화를 시켜 번식을 한다.  

다음은 2007년 KBS1 환경스페셜 제작팀이 가창오리 번식지인 레나강 유역을 방문하고 남긴 글이다.

“러시아 북부에 위치한 레나강 유역, 가창오리의 생태를 파악하기 위해 그들의 번식지를 찾아가 보았다. 세계 3대 강 중 하나인 레나강은 그 길이가 4270km로 강 전체가 거대한 습지를 이루고 있었다. 제작진은 7천여 개에 이르는 레나강의 지류 중 번식지로 추정되는 가장 큰 지류를 선택하여 탐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번식지로 추정되는 500킬로미터에 걸친 방대한 지역은 해마다 홍수로 바뀌는 지형 때문에 지도조차 소용이 없어 탐사는 난관에 부딪혔다. 이곳의 여름은 약 한 달, 가창오리는 이 기간 동안에만 번식을 하기 때문에 제작진의 마음은 더욱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20여일이 지난 후, 드디어 새끼 가창오리들을 발견했다. 한국에서의 가창오리들과 달리, 소수의 무리가 수풀에 숨어 지내고 있었다.”

이 새의 번식지와 월동지 사이의 이동경로는 완전히 알려져 있지 않다. 가창오리는 빠르게 이동하며 봄과 가을에 각기 다른 경로로 이동한다고 여겨진다. 일부는 바이칼호를 경유하는데 그래서 ‘바이칼 틸(Vikal Teal)’ 또는 ‘바이칼 덕(Vikal Duck)’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동 시기에는 물이 차 있는 하천 유역, 소택지와 담수호에 기착한다. 많은 개체가 러시아 동남부, 특히 아무르강 유역과 칸카호를 거쳐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8월 말에서 9월 사이에 번식지를 떠나서 10월 말쯤에는 월동지에 도착하며 3월에는 번식지를 향해 북상하여 4~5월경에는 번식지에 도착한다. 가창오리의 번식에 관한 조사 자료는 거의 없지만 풀이나 사초과 식물의 덤불 속에 둥지를 만들며 가끔 자작나무나 버드나무로 이루어진 관목림에서도 번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창오리 남획 일삼던 일본

가창오리는 오리류 중에서도 소형종에 속한다. 그래서 작고 약한 가창오리들은 추위와 위험을 피하기 위해 월동지로 남하하면서 집단생활을 한다. 이런 대규모의 군집생활은 천적의 출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가창오리 집단은 중국의 북부지역과 한반도, 일본 등지에서 월동을 했다. 1960년대만 해도 가창오리는 한국 전역에서 흔히 관찰되었으며 1947년 일본 서남부에서는 하루에 약 1만여 개체가 포획될 정도로 동북아에서 가장 흔한 종이었다. 1947년 일본 서남부 월동지에서 사냥꾼 3명이 5만 마리의 가창오리를 사냥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같은 사냥으로 개체수가 급감한 가창오리는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의 지침에 따라 멸종 위기 단계 중 취약종으로 분류되어 보호받게 되었으며, 우리나라 환경부에서도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으로 보호하고 있다. 월동을 위해 일본을 찾던 가창오리는 이젠 더 이상 일본을 찾지 않는다. 이를 타산지석로 삼아 한국에서도 가창오리의 보호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월동지에서의 행동

▲금강호에서 휴식중인 가창오리

가창오리의 월동지는 이제 한반도이다. 현재 가창오리의 개체는 30~40만으로 추산하는데 이들 가창오리의 90% 이상이 한반도에서 월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심지가 금강호이다.

1995년 10월부터 1997년 2월까지 금강호와 논산 탑정저수지 인근에서 가창오리의 월동 행동을 조사한 공주대학교 조사팀은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가창오리도 대부분 오리류와 마찬가지로 강이나 호수 가운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강호에서는 전체적으로 얼음 위(44.2%)에서보다 물(55.9)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으며 논산저수지에서는 물(46.5%)보다 얼음(53.5) 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논산저수지의 경우 얼음 위에서 휴식행동이 높게 나타났고 금강호에서는 물 위에서의 휴식행동이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안락행동은 물 위보다는 얼음 위에서 높게 나타났다. 또한 교란을 받았을 때 대부분의 개체가 날기도 했지만 저수지 중앙으로 헤엄쳐 피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주간 시간의 비행은 오후 13:00부터 14:00 경에 가장 빈번했는데 이것은 관광객과 어부들에 의한 교란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1월에 휴식행동이 높게 나타난 것은 에너지 손실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되었다. 또한 2월에 이동 및 안락행동이 많이 나타난 것은 북상 시기가 가까워짐에 따른 행동으로 생각된다.”<한국에 도래하는 가창오리이 월동 행동에 관한 연구>(공주대학교 생물학과 강희영·조삼래)

◆가창오리의 먹이활동

 가창오리는 벼 낟알과 풀씨가 주식이며 그 외에도 작은 수생 무척추동물과 작은 물고기 등을 먹는다. 겨울 동안은 벼 낟알과 풀씨에 대한 의존성으로 인해 분포지역은 벼를 경작하는 지역으로 국한된다. 다행히도 한국은 벼농사지역이 폭넓게 분포하여 지속적인 먹이공급이 보장된다. 그러나 벼 경작지역이 다른 농작물 재배지역으로 바뀔 경우에는 앞으로 가창오리의 분포와 개체군의 크기에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들은 낮이면 안전한 호수 한 가운데에서 쉬고 있다가 해가 질 무렵이면 먹이를 찾아 인근 논으로 이동한다. 이동하기 전 수십만 마리가 한바탕 군무를 춰 장관을 연출한다. 또한 먼동이 틀 무렵 호수로 돌아와 수면에 내려앉기 전 한바탕 군무를 춘다. 이러한 먹이 활동은 규칙적으로 반복된다. 이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벼 낟알이 얼마인지 조사한 결과가 있다.

“1996년 1월 논산저수지에서 6만여 개체의 가창오리가 관찰되었다. 주월동지인 논산 탑정저수지를 중심으로 반경 8km의 농경지중 논은 5601ha(90.7%)이었으며 이중 추수 후 볏짚을 제거한 곳이 2993.7ha(51.6%), 기계로 추수한 볏짚을 바닥에 깔아놓은 곳이 2152.3%(37.1%)이었다. 방형구 1개당 벼의 평균 낟알 수는 209.7±181.4개이었으며, 이 중 빈 껍데기는 약 147.6±144.9개(69.95±20.67%)이었다. 가창오리 1마리의 하루 에너지 소비량은 172~215kcal bird/day로 추산되었다. 따라서 겨울 동안 이 개체군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농경지 면적은 4100~7900ha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낮 동안의 가창오리 비상 요인으로는 사람, 배, 비행기, 및 자전거가 있었으며, 원인을 알 수 없는 비행이 제일 많았다.”<가창오리의 월동 행태 및 월동지에서의 환경수용력에 관한 연구>(공주대학교 강희영·조삼래)

이처럼 금강 하류 지역은 가창오리에게 매우 중요한 곳이다. 이들의 월동이 가능한 이유는 주위에 넓은 농경지가 있기 때문이다. 가창오리를 생태관광자원으로 삼고 있는 서천군이나 군산시에서는 이들을 위한 공동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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