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평창 동계 패럴림픽 대회에 비친 훈훈한 이야기
■ 모시장터/평창 동계 패럴림픽 대회에 비친 훈훈한 이야기
  • 칼럼위원 권기복
  • 승인 2018.03.21 17:09
  • 호수 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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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이명박 전전 대통령의 권력형 부정부패, 정치계와 연예계를 위시하여 대한민국의 잘 나가는 남성세계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미투 운동’ 등으로 인해 온 시국이 도덕적 수렁에 깊숙이 잠겨버린 상황이다.
분명 과거의 잘잘못을 확실하게 규명하고, 진정으로 반성하는 태도가 확립되어야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기에 반드시 거쳐야 할 수술 작업이다. 그렇지만 정말 우리 기성사회가, 특히 기성 남자들이 이렇게까지 썩고 있었단 사실에 통탄을 금할 수가 없다.

요즘은 언제, 어디서든지 2명 이상만 모이면 ‘미투 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평소에 온 국민들의 존경과 찬사를 한 몸에 받던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보니, 대화용 안주거리로 최고의 화젯거리가 아닐 수 없다. ‘미투 운동’은 어느 한둘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기성 남자들이라면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어떤 사람은 언론에 떠벌여 놓으면 그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인민재판이라고도 말을 한다. 심지어 직장과 회사에서 점심식사를 하러 나가도 남자 직원 남자들끼리, 여자 직원은 여자들끼리만 간다고 한다. 혹시나 언행의 실수로 하여 ‘미투 운동’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와 부조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명 ‘김영란 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실행된 지 2년을 맞고 있지만, 이는 피라미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같은 분들에게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앞장서서 청렴을 강조하던 그들이 뒷주머니에 온갖 더러운 부정부패를 주워 담고 있었던 것이다. 진정 윗자리에 앉아있는 그들은 청렴한 대한민국과는 아랑곳없는 사항이었다.

‘미투 운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인기몰이와 존경을 받던 사람들이 비난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자살까지 일어나고 있다. 필자 또한 기성세대의 한 남자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렇지만 그동안 여성을 하나의 상품으로 여기면서 남성들의 노리개로 삼았던 점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고, 환골탈태하는 마음으로 변화해야 한다. 남녀차별이 없는 진정한 인격체로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지난 2월에는 ‘평창 동계 올림픽 대회’를 보는 재미로 살았다. 여러 종목에서 각종 메달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고, 여러 가지 화제가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대한민국 국민들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3월에 진행된 ‘평창 동계 패럴림픽 대회’는 모든 이들의 무관심 속에 막을 올렸다가 내렸다. 올림픽 대회에서는 동메달만 받아도 안방 영웅으로 회자되었지만, 패럴림픽 대회에서는 누가 금메달을 받았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 가운데 폐막식장에서 한 가지 훈훈한 정이 오고갔다는 내용도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그 당사자는 황연대 할머니이다. 황연대 여사는 올해 80세를 맞이했는데, 현재 3년 동안 알츠하이머병(치매)과 투쟁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았던 한국 최초 장애인 의사로서 세브란스병원에서 소아재활원 의사를 거쳐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 대한장애인체육회 고문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10년부터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집행위원이었으며,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고문으로 활동한 바 있다.

1988년 ‘오늘의 여성상’을 수상한 황 여사가 그 상금을 서울 패럴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국제패럴림픽위원회에 전액을 기부하면서 ‘황연대 성취상’이 처음 생겨났다. 올해로 제정 30주년을 맞이하면서 패럴림픽 정신을 가장 잘 보여준 남녀선수에게 수여하는데, 올해 대회에서는 남자 알파인스키의 뉴질랜드 선수 아담 홀과 여자 크로스컨트리스키의 핀란드 선수 시니 피에게 75g의 순금으로 제작한 메달을 수여했다. 그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그동안 ‘황연대 성취상’을 받은 역대 선수들의 이름으로 황연대 여사에게 감사패와 기념 메달을 전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서로 나누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언론도 사회문제 쪽에만 칼을 들이대는 관성에서 벗어나서 사람 세계의 훈훈한 미담을 찾아 보도하는 데 지면을 아끼지 말았으면 하는 소망이다. ‘아직은 우리들의 세계가 살만하다.’는 자존감을 가질 수 있게 언론이 한 발 앞장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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