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력은 빌린 것
사설/ 권력은 빌린 것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8.03.29 18:08
  • 호수 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는 29일 월남 이상재 선생의 91주기를 맞는다. 월남 선생의 먼 조상은 고려 말의 대학자 가정 이곡 선생이다. 그가 남긴 문집 <가정집>에 ‘차마설(借馬說)’ 실려 전한다. 다음은 차마설 첫 부분이다.

“내가 집이 가난해서 말이 없으므로 혹 빌려서 타는데, 여위고 둔하여 걸음이 느린 말이면 비록 급한 일이 있어도 감히 채찍질을 가하지 못하고 조심조심하여 곧 넘어질 것같이 여기다가, 개울이나 구렁을 만나면 곧 내려 걸어가므로 후회하는 일이 적었다. 발이 높고 귀가 날카로운 준마로서 잘 달리는 말에 올라타면 의기양양하게 마음대로 채찍질하여 고삐를 놓으면 언덕과 골짜기가 평지처럼 보이니 심히 장쾌하였다. 그러나 어떤 때에는 위태로워서 떨어지는 근심을 면치 못하였다.”

가정 선생은 글에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어느 것이나 빌리지 아니한 것이 없다.”고 갈파한다. 임금은 백성으로부터 힘을 빌려서 높고 부귀한 자리를 가졌고, 신하는 임금으로부터 권세를 빌려 은총과 귀함을 누리며, 아들은 아비로부터, 지어미는 지아비로부터, 비복(婢僕)은 상전으로부터 힘과 권세를 빌려서 가지고 있다.

“그 빌린 바가 깊고 많아서 대개는 자기 소유로 하고 끝내 반성할 줄 모르고 있으니, 어찌 미혹(迷惑)한 일이 아니겠는가?”하고 개탄하고 있다.

대통령을 지낸 두 분이 권력을 남용한 죄로 현재 옥에 갇혀있다. 주권자인 국민에게서 잠시 빌린 것임을 모르고 이를 이용해 국정을 농단하다 결국 낙마한 것이다.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유권자들로부터 표를 얻는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차마설에 비추어 보면 말을 빌리는 행위인 것이다. 빌렸으면 이에 대한 보답으로 좋은 일을 하고 되돌려 줄 줄 알아야 한다. 서천이 낳은 이곡 선생의 차마설은 오늘의 후보군에게 아직도 유효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