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서천군 귀농귀촌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3)민간단체의 역할
■심층취재/서천군 귀농귀촌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3)민간단체의 역할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8.05.02 13:41
  • 호수 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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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인 유치·정착에 민간단체 역할 크다
홍성, 지원센터 설립 이전부터 민간단체 활동 왕성
서천, 서천군귀농인협의회 등 민간단체와 협치 저조
예비귀농인을 대상으로 한 귀농투어 홈스테이에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서천군귀농인협의회

전국적으로 많은 농촌 마을의 인구가 계속 줄어들며 지자체 소멸위기에 처한 가운데 각 지자체들은 귀농귀촌인들을 유치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서천군도 마찬가지이다. 올해에도 5억2000여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귀농귀촌인들을 위한 각종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한 서천군에서는 2009년에 ‘서천군귀농인협의회’가 결성되어 군의 지원을 받으며 활동하면서 귀농귀촌인들이 서천을 선택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초기 정착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귀농귀촌에 관한 업무를 농업기술센터에서 관장하면서 민간단체와의 협치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귀농귀촌 정책을 행정에서만 운영해서도 안되고 민간에서만 운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민간단체와 군 행정의 역할 분담에 대해 알아본다.

서천군귀농인협의회의 탄생과 활동

동진의 도연명은
“돌아가자!(歸去來兮 귀거래혜)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田園將蕪胡不歸 전원장무호불귀)”
라고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부르며 고향으로 돌아와 땅을 파고 밭을 일구었다.
우리 농촌도 1990년대 들어 이같은 황폐화를 맞았다. 산업화, 공업화를 중심으로 하는 고도 경제성장 정책의 맹목적 추구에서 비롯된 농촌, 농업의 위기는 WTO, FTA 체제 아래에서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운 절박한 한계 상황 속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96년 ‘전국귀농운동본부’가 창립돼 활동을 시작했다.

IMF를 겪으며 몇몇 사람들이 농촌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전국귀농운동본부는 “흙을 살리고 개울을 살리며 풀벌레와 어울리는 유기순환적 생태질서 속에서 생명의 양식을 생산하고, 도시 소비자와 함께 손잡고 얼굴을 맞대는 도농의 연대 속에서 새로운 대안 문명을 창조해 나가자”고 기치를 들었다.
그러나 귀농을 실천에 옮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귀농을 하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의 인생철학이나 목표도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현실적인 제약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녀의 교육문제도 그렇거니와 작지만 정기적 수입이 보장되는지 앞날은 불투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천에도 귀농귀촌인들이 내려와 살기 시작했다. 이들은 2006년에 서천지역 귀농관련 소모임을 시작했고 2008년에는 귀농친목단체를 결성했다. 이어 2009년 2월 ‘서천군귀농인협의회’ 창립 총회를 열었다.
이해 11월 문산면 지원리에 있는 폐교 성암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서천군귀농지원센터를 준공하고 이의 운영을 서천군귀농인협의회가 맡았다. 사무국장의 인건비를 서천군에서 지원했다. 서천군귀농인협의회는 인터넷 공간에서 카페를 만들어 귀농에 관심이 있는 도시민들에게 서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며 이들이 서천으로 귀농해 정착하기까지 많은 도움을 주었고 길잡이 역할을 했다. 2016년까지 서천군귀농인협의회가 서천군귀농정책 실천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들은 생태주택 건설 등을 주제로 별도의 수익사업을 벌이기도 했으며 군의 일부 귀농 관련 예산을 직접 집행하며 서천군 귀농귀촌 정책을 주도했다.

귀농귀촌정책에서 민간단체의 역할

지난 3월 24일 문산면 지원리에 있는 서천군귀농지원센터에서는 서천군귀농인협의회의 주최로 ‘서천군 귀농귀촌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언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홍성군 귀농귀촌지원센터장 강경안씨는 귀농귀촌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과 관의 유기적인 결합과 역할 분담을 강조했다.

그는 발제를 통해
“귀농귀촌지원센터는 행정에서만 운영해서는 안되고 그렇다고 민간에서만 운영해도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귀농귀촌인들에게는 초기 진입시에 행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정착하는 과정에서 여러 정성적(情性的) 도움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먼저 경험했던 선배 귀농귀촌인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귀농귀촌지원센터는 민간과 행정이 함께 협치하는 거버넌스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전국적으로 볼 때에도 귀농귀촌 활성화가 잘 된 지자체를 보면 귀농귀촌지원센터 운영을 민간 부문에 일정 부문 맡아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홍성을 비롯해서 완주, 진안, 상주, 화천, 순창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라고 말했다. 행정에서 하기 어려운 일을 민간단체에서 맡아 수행하며 민과 관이 목표 달성을 위해 한 마음이 되어 움직인다면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민간단체 활동 펼치기 어려운 구조

현재 서천군귀농귀촌지원센터는 2016년부터 농업기술센터가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계약직 공무원 1명이 파견되어 상담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서천군에는 귀농귀촌 관련 민간 단체로 서천군귀농인협의회 외에 작년에 결성된 ‘귀농귀촌협의회’가 있다. 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이들에게 귀농귀촌인 지원사업 일부를 위탁해 시행하고 있다.<표 참조>

◆2018년도 귀농귀촌 단체 예산

사 업 명

사업량

사업비(천원)

사 업 내 용

귀농귀촌 교감프로그램 운영

1다체

5,000

- 농가 체류형 10세대 40

귀농귀촌단체 운영 및 육성 지원

2단체

10,000

- 자체교육, 워크숍 등 추진

귀농인 생산물 유통판매 지원

1단체

19,000

- 포장재 지원

스마트팜 선도 실습농장 조성

1단체

15,000

- 귀농귀촌 학습동아리 농장 조성

귀농인로컬푸드 유통판매 지원

1단체

14,000

- 저온창고 등 로컬푸드 유통판매를 위한 시설

이상 5개 사업

 

63,000

 

<자료제공/서천군농업기술센터>

원래 귀농귀촌인 모임은 새내기 귀농귀촌인들이 지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역 선도농가들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여러 가지 정성적 문제들과 애로사항을 선배 귀농귀촌인들이 멘토로서 도와주고 해결해주는 창구역할과 귀농귀촌인 상호간에 교류도 하고 정보도 교환하는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나 서천군의 민간단체에서 군으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는 사업 내용을 보면 이와는 거리가 멀다. 단순 행정 업무를 대행하는 수준일 뿐 민간단체의 유연함을 살려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내용들로 짜여져 있지 않다. 귀농귀촌인들이 처음 찾는 상담 업무도 민간단체에서 맡아서 하면 훨씬 밀도 있는 상담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행정과 민간단체의 협치는 표에서 보는 사업 외에는 현재 민간단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칠 수 없는 구조이다.

민과 관이 함께 해야

귀농귀촌인들에 대한 지원 정책은 전국 어느 지자체에서나 비슷하다. 그럼에도 홍성군이 귀농귀촌에 대해 대외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유는 민간 영역에서의 활동이 큰 덕분이라 할 수 있다. 홍성에서는 귀농귀촌지원센터가 설립되기 이전부터 홍동면 일대를 중심으로 여러 민간단체들이 귀농귀촌 관련 일을 해왔다.

종천면 신천리 소재 충남귀농귀촌학교 6기 졸업생들
종천면 신천리 소재 충남귀농귀촌학교 6기 졸업생들

일찍이 농업 대안고등학교인 풀무학교와 전문대 과정인 풀무학교 전공부가 2001년도에 설립됐다. 또한 ‘풀무생협’이라는 유기농 생산자조합이 만들어지게 되면서 도농간의 교류가 활발해졌고 홍동면 일대는 우리나라 유기농업의 메카로 불리기까지 했다.

군 발표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서천군에 정착한 귀농귀촌 인구는 1300명을 상회한다. 시초면 인구와 맞먹는다. 농촌 마을의 공동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귀농귀촌인들의 적극적 유치는 이를 방지할 대책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대책이다.

귀농귀촌인들이 농촌의 마을 속으로 들어가 원주민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문화적으로 동화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새로 시작하는 농촌 생활에서 이들을 조기에 안착시켜 서천군민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하는 데에는 민간단체의 역할이 매우 크다. 군 행정에서는 이 점을 깊이 고민해 귀농귀촌인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민과 관이 함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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