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산 은곡리, 마을 사람 모두가 서로 친척
문산 은곡리, 마을 사람 모두가 서로 친척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8.05.10 11:01
  • 호수 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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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환 노인회장·이장 “마을 화목이 최우선”
▲8일 마을 잔치를 열고 마을 화합을 다진 문산면 은곡리 마을 주민들
▲8일 마을 잔치를 열고 마을 화합을 다진 문산면 은곡리 마을 주민들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문산면 은곡리 마을에 잔치가 열렸다. 이 마을 구수환 이장이 자비를 들여 음식을 마련하여 마을 사람들을 초대한 것이다.

알고 보면 마을 사람들은 모두 남이 아니다. 은곡리는 평해구씨 집성촌으로 마을 주민 90% 정도가 구씨이다. 마을 사람들 서로가 숙질간, 당질간, 삼종간, 촌수 넘은 친척 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누구 욕도 못해요. 다들 친척간이니 서로 돕고 위하며 살아야지요.”

구수환 이장의 말이다.

2년 전 태양광발전 사업자가 마을 야산을 파헤치려 했을 때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사업자로부터 사업 부지를 다시 사들여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그 뒤로도 다른 사업자가 은곡 소류지 부근에 사업을 시작하려 했으나 마을 주민들의 저항으로 사업을 포기했다.

구 이장은,

업자들이 마을 주민들 기세에 눌려 발을 못붙이고 포기했습니다.”

이 마을 전 이장도 이름이 구수환이다. 현재 마을 노인회장을 맡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큰 수환이’, ‘작은 수환이로 구분한다.

노인회장 큰 구수환씨가 마을 유래를 들려줬다.

이 마을에 평해구씨들이 내려와 산 지가 사오백년 됐습니다. 마을이 번성했을 때는 132세대까지 이르렀는데 지금은 60여가호 됩니다. 절반 이상으로 줄었지요. 처음 은곡리를 1, 2리로 나누려 했다가 주민들이 반대해서 그대로 두었지요. 마을 단합을 해친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통찰력이 있었던 판단이었습니다. 1, 2리 나뉘어 서로 다른 마을처럼 살아가는 마을들이 문산면에도 여럿 있습니다.”

▲왼쪽부터 구수환 노인회장(큰 구수환), 어버이날 행사에서 장한어버이상을 받은 백영순 부녀회장, 구수환 이장(작은 구수환)
▲왼쪽부터 구수환 노인회장(큰 구수환), 어버이날 행사에서 장한어버이상을 받은 백영순 부녀회장, 구수환 이장(작은 구수환)

은곡리는 서천에서도 가장 오지마을로 알려졌다. 그러나 과거 역사를 돌아보면 이러한 인식은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서천에서 부여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는 통행이 빈번했던 마을이었다. 660년 소정방이 이끄는 당나라 군사를 막기 위해 피나는 전투를 벌였던 곳도 은곡리로 추정된다. 이에 대한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내려오고 있다. 육골이라는 골짜기에서 백제 군사들을 몰살을 당해 우물을 파도 핏빛이 서려 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남아있다.

은곡리는 화양 들판에 물을 공급하는 길산천의 발원지이다. 서천의 평해 구씨들은 은곡리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은곡리 주민들은 이러한 구씨 집안 내력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평화롭게 살고 있다. 노무현 정권 때 서천에서는 비인 남당리, 종천 산천리와 함께 장수마을로 지정되었다.

구수환 노인회장이 말했다.

귀촌인들이 몇 가구 살고 있는데 농촌 생활이 낯선 그들을 우리들이 잘 보듬고 보살펴 줍니다. 그들도 마음을 열고 새로운 세상을 살아갑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한 집안처럼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것이 그들에게는 경이로움으로 다가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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