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마리 남은 저어새…새만금갯벌 사라지며 멸절 위기
2700마리 남은 저어새…새만금갯벌 사라지며 멸절 위기
  • 뉴스서천
  • 승인 2018.05.2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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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갯벌은 마지막 보루…서천군 보존 노력 절실하다
▲지난 5월 19일 솔리천 하구에 나타난 저어새 무리
▲지난 5월 19일 솔리천 하구에 나타난 저어새 무리

서천갯벌에 저어새가 나타났다. 지난 4월부터 장항 솔리천 하구갯벌에 저어새 10여 마리가 목격되고 있다. 유부도를 중심으로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 서천은 저어새가 서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유부도에서 100여 마리 이상의 저어새들이 3월부터 10월까지 서식하다 겨울에 남쪽으로 내려갔다. 이들 가운데 일부가 서천 연안에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요새들과 함께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저어새
▲도요새들과 함께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저어새

황새목 저어새과의 저어새류는 전 세계 6종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여름 철새로 저어새, 겨울 철새로 노랑부리저어새가 찾아오고 있다. 저어새는 몸 길이 75~80cm, 얼굴은 검은색이며 체중은 2도 되지 않은 중형 조류로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 205호로 지정되어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절멸 위기종으로 지정하고 있다. 전 세계에 약 2700여 마리가 남아있는데 이 가운데 성체는 고작 1600여 마리에 불과하다고 한다.

전 세계에 약 9500여 종의 조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진화 과정에서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살길을 찾아 그 생존 방식이 모두 다르다. 또한 서로 경쟁을 피해 먹잇감이나 먹이를 잡는 방법이 다르다. 특히 먹이 사냥을 위해 가장 효율적인 부리를 주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날아야만 하는 이들은 이나 턱처럼 무거운 구조물을 머리에 두는 대신 부리를 택한 것이다.

▲솔리천 하구 갯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저어새
▲솔리천 하구 갯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저어새

부리의 모양도 종에 따라 다양하다. 백로과의 새들은 뾰족한 부리를 긴 목을 이용해 창처럼 사용한다. 오리과의 뭉툭한 부리, 참새나 닭처럼 짧지만 뾰족한 부리, 맹금류인 독수리처럼 거대하고 날카롭게 휜 부리도 있다.

저어새류는 부리 모양이 밥주걱처럼 생겼다. 영어로는 부리가 숟가락을 닮았다고 해서 스푼빌(spoonbill)이라고 한다. 주걱처럼 생긴 부리를 물에 담그고 좌우로 저어 먹이를 잡는다고 해서 저어새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저어새는 갯벌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갯벌과 같은 습지가 아니면 쉽게 먹이활동을 할 수가 없다. 세계 5대갯벌 가운데 하나인 한국의 서해안 갯벌은 이들이 먹이사냥을 하기에 최적이었다. 부리를 한번 내저을 때마다 먹잇감이 척척 걸려들었을지 모른다.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저어새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저어새

이들은 중국 동북부와 동부, 한반도의 서해안 무인도 등지에서 번식하며, 일본의 류큐제도, 중국의 홍콩과 타이완 섬, 하이난 섬, 그리고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겨울을 난다. 여름 번식기에는 무인도 등지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부화시킨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은 오랜 세월 동안 서해로 흐르는 강 하구갯벌에서 이들을 쉽게 목격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1962년 전북 부안의 계화도 간척사업을 시작으로 서해 갯벌을 계속 매립해왔다. 갯벌 매립은 저어새에게 치명타를 안겨주는 일이다. 경기만에서 시화만, 남양만 갯벌이 사라졌다. 송도, 영종도 갯벌도 사라졌다.

전남 영광의 칠산도 인근에서 번식한 개체들은 월동을 위해 남쪽으로 내려가기 전에 새만금 방조제 안쪽에서 마지막 체력을 보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야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만금방조제 안쪽의 갯벌도 이젠 더 이상 이들의 먹이 사냥터가 되지 못하고 있다. 새만금간척사업 내부개발로 지속적으로 매립되고 있고 수질 또한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2016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만금갯벌에서 2012년 자료보다 서식지 80%가 사라졌다

▲인천 남동공단 유수지에 조성한 저어새섬
▲인천 남동공단 유수지에 조성한 저어새섬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없이 매립을 강행하고 있다. ‘환경친화적인산업단지를 조성한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멸종위기종을 마지막 절벽으로 내몰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몇몇 갯벌이 저어새를 품어주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서천갯벌이다. 인천 송도갯벌을 매립하고 조성한 남동공단 유수지 안의 인공 저어새섬에서는 매년 100여쌍이 넘게 번식하고 있다. 자연학습장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먹이터까지의 거리는 멀고, 도심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유수지에 모여들고 있다. 건강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태이다.

유부도를 포함한 서천갯벌은 이들의 마지막 보루이다. 이들이 산란을 하고 번식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지방자치체의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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