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강역사영화제를 보고
사설 금강역사영화제를 보고
  • 편집국
  • 승인 2018.06.19 20:42
  • 호수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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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모여 사는 동네 이름에는 흔히 ‘동(洞)’이라는 말이 들어간다. 여기에는 ‘물을 같이 사용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인류가 숲에서 나와 정착생활을 시작한 곳은 강 하구였다. 강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문명을 쌓아 내륙으로 진출했다. 금강 하구를 공유하고 있는 서천과 군산은 예로부터 하나의 생활권이자 공동체였다.

중앙집권형 국가 조직이 발달하면서 지방 행정구역을 강을 경계로 나누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지 섬진강이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가 됐고 금강이 충청도와 전라도를 가르는 경계가 됐다.

행정구역은 달랐지만 농경사회에서 생활 방식은 같았기 때문에 오랫동안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며 살아왔다.산업화가 시작되며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개발을 둘러싸고 양쪽의 이해가 달랐기 때문에 지역간 갈등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두 도시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른 적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군산복합화력발전소 건립을 두고 발생한 갈등이었다.

더구나 일제가 획정한 해상도계가 공동으로 이용하던 어장을 갈라놓음으로써 현재에도 서천의 어민들은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금강, 만경강, 동진강 하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토목공사의 부작용이 서천으로 넘어오며 서천에서 고스란히 그 피해를 입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영화인들이 참여해 두 도시를 하나로 잇는 행사가 열렸다. 금강역사영화제이다. 지난 15일부터 3일 동안 진행된 제1회 금강역사영화제에 두 도시는 비록 약소한 금액을 지원했지만 그 성과는 매우 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영화를 매개로 많은 사람들이 오갔으며 금강을 공유한 기억을 되살려냈다. 오랜 기간 공동의 역사를 가진 두 도시가 지난 역사를 넘어 새로운 문화 선도 도시로 진일보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취지를 충분히 달성했다. 이제 두 도시가 상생할 수 있는 실마리가 풀린 셈이다.
그러나 갈등을 해소하고 상생의 길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다. 산업화 과정을 겪으며 축적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금강하구의 재자연화’가 공동 관심사가 되어 두 지역의 주민들이 합의를 할 때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금강하구의 관리와 재자연화를 두고 전문가들의 연구와 지역 주민들간의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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