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항 재생, 금강하구 기능 살리는 일부터
사설-장항 재생, 금강하구 기능 살리는 일부터
  • 편집국
  • 승인 2018.12.19 21:15
  • 호수 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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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를 앞둔 짧은 해, 오후 5시면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상가의 불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하지만 장항읍 중앙로 주변에서는 불이 켜지지 않는 집들이 더 많다. 출입문도 굳게 닫혀있다. 어쩌다 이처럼 쇠락할 대로 쇠락했는가. 광주직할시와 함께 1930년대에 읍으로 승격된 지 올해 80년이 됐다는데...
서울에서 한 가장이 실의와 좌절을 안고 장항선 막차를 타고 종점까지 와 내린 장항역. 이곳에서 그는 온갖 수산물이 펄펄 뛰는 활기를 두 눈으로 보고 다시 삶의 의욕을 되찾아 열심히 노동하여 기반을 잡아 식구들을 불러들여 정착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남아 있다.

장항은 남한에서 한강, 낙동강에 이어 3번째로 긴 강인 금강 하구에 자리잡은 도시이다. 예로부터 강 하구는 문명의 발상지였다. 신석기인들이 처음 정착생활을 시작한 곳이 강 하구였다. 이들은 내륙을 향해 문명을 확장해 나아갔으며 강줄기는 교역로가 되었다. 내륙으로 들어가 터잡은 선사인들은 강 하구로부터 소금을 공급받지 못하면 살아갈 수 없었다. 장항도 이러한 역할을 수행했으리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장항의 옛 영화를 떠올리며 제련소를 말하고 있지만 일제 때 조선반도의 병참기지화 정책에서 출발한 제련소는 병든 땅 병든 몸만 남겼을 뿐이다. 장항의 번성을 가져온 것은 기수역이 가져온 풍부한 수산자원이었다. 1983년 금강하굿둑 공사가 시작되며 장항의 인구가 줄고 있음을 통계자료가 말해주고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장항항에는 토사가 쌓여갔다.

1994년 금강하굿둑 수문 폐쇄, 1996년 유부도에서부터 뻗어나간 7.1km의 도류제 완공, 2002년 군장산업단지 군산측 매립 완공, 2003년 11km 새만금 4호방조제 완공, 2006년 33km 새만금 방조제 완공. 금강하구를 둘러싼 자연 개조, 생태계 교란의 굵직한 문패들이다. 이들이 불 꺼진 장항을 만든 장본인들이다. 진정 금강을 살리려면 하굿둑을 열어 기수역을 복원해야 한다.

장항읍 활성화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총 240억원이 투입되며 9가지의 주제로 장항읍을 재편성하려는 일들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주민들은 이런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사실조차 잘 모른다.
장항읍이 옛 영화를 되찾으려면 강의 생태적 기능과 함께 강 하구에 입지한 장항항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초저녁부터 불 꺼진 장항을 보지 않으려면 금강 하구의 기능을 되살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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