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하구는 아직도 우리의 삶의 터전”
“금강하구는 아직도 우리의 삶의 터전”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9.04.03 18:18
  • 호수 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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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어촌계 주민들 “한시면허 내달라”
▲금강하구 실뱀장어잡이 어선들
▲금강하구 실뱀장어잡이 어선들

1991년 금강하굿둑으로 막히기 이전 금강하구의 기수역은 어족자원의 보고였다. 우여, 황복, 참게 등이 갈대밭에 알을 슬고 온갖 물고기들이 먹이를 찾아 금강 하구로 몰려들었다.

한번은 꽃게 잡는다고 어른들 몰래 산마이 그물 한 자락을 가져다 아시레 섬 앞에 쳐놓았다. 그런데 노락쟁이라고 샛노란 기가 있는데 그 기는 독처럼 딱딱해서 식용으로는 먹지 않는다. 그 기가 그물에 잔뜩 걸려 그 기를 떼어내다가 손가락을 물려 살점이 떨어져나가기도 했다. 갯벌에 나가면 철새가 그렇게 많았다. 배를 타면 아시레섬 앞에까지 나갔는데 도팍(돌멩이) 좀 가져올 걸...’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도팍을 쏘면 아무 놈이나 한 마리는 맞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새 이름도 몰랐다. 기억에 남는 것은 펭귄하고 똑같이 생겼는데 펭귄은 배가 하얗지만 이 새는 배가 노랗다는 것이다. 걷는 것도 똑같다. 이 새들이 하늘을 새까맣게 덮었다.(가마우지로 추정됨) 얘들이 한번 지나가면 헬리콥터 뜰 때 나는 소리처럼 큰 소리가 났다

장항에서 태어나 자란 한 노인의 회상이다.

▲실뱀장어잡이에 나선 원수어촌계 어민들. 오른쪽이 박종복씨, 가운데가 박연풍 어촌계장
▲실뱀장어잡이에 나선 원수어촌계 어민들. 오른쪽이 박종복씨, 가운데가 박연풍 어촌계장

다양한 어족자원 가운데 실뱀장어는 어민들에게 고소득을 안겨다 주었다. 필리핀 동쪽 해역에서 부화한 알은 어미가 자란 금강 어귀까지 찾아온다. 금강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기수역에서 적응 훈련을 하는데 민물을 만나면 몸통이 원통형으로 바뀌며 길이는 이불 꿰매는 바늘만 하다. 이를 포획해 양만장에서 양식을 한다.

하룻밤에 수백만원씩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하굿둑이 들어서며 뱀장어 같은 회유성 어족들이 멸종 위기로 내몰렸다.

아직도 하굿둑 아래 해역은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3일 장항읍 원수리 어촌계원들이 출어를 하는 소치곶을 찾았다. 밀물이 몰려오면서 10세대의 어민들이 실뱀장어잡이에 나섰다. 모두 부부 함께 조업에 나서고 있다.

갈수록 실뱀장어는 잡히지 않습니다. 알 낳으러 내려가는 놈이 없는데 실뱀장어가 올라오겠어요?”하굿둑을 원망하는 박연풍 어촌계장의 말이다.

아직 이곳 해역은 우리 주민들의 유일한 생계유지 터전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면허가 없어 맘놓고 조업을 할 수 없습니다

어촌계원 박종복씨의 말이다.

실뱀장어

대부분은 벌금을 내면서도 이 일을 놓을 수가 없다. 달리 생계유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해양수산부, 항만청, 해양경찰 등의 단속이 가혹하기만 하다.이들은 하나같이 군이 한시면허라도 내주어 안심하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한시면허는 군수 소관입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대대로 이 해역에서 수산업에 종사해온 사람들에게 생계를 유지가 가능하도록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이들은 최근 노박래 군수를 찾아가 면담을 했다.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는 것이다.

2007년도에만 해도 이 해역에서 잡히는 실뱀장어는 한 해 2톤 가량으로 전국 전체 생산량으 25%를 차지했다. 그러나 갈수록 양이 줄고 가격은 금값이 됐다. 그나마 단속이 심해 범법자가 되기 일쑤이다.

1년 중 실뱀장어를 잡을 수 있는 기간은 2월 하순부터 5월 중순까지이며 3개월도 채 되지 않는다. 이 때 3~4천만원을 벌어 1년을 먹고 산다. 동백대교 개통 이후 어장 면적이 16ha 늘었지만 다른 어종은 잡히지 않는다. 실뱀장어가 유일한 소득원이다.

화창한 봄날이었지만 이들에게는 춘래불사춘이다. 이들이 삶의 터전 금강하구에서 맘놓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군 행정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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