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의 고전산책
  • 송우영 시민기자
  • 승인 2019.04.04 11:45
  • 호수 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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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에서 거부의 길을 찾은 사내들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불역열호不亦說乎. 배우고 틈틈이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차문此文은 논어 개권벽두에 명토박아진 첫 경책警策이다.

학이시습學而時習은 배움을 익힘으로 견뎌내는 시간, 곧 학습學習으로 “여름이 되면<맹하지월孟夏之月> 매가 배우기 시작한다<응내학습鷹乃學習>”는 예기禮記 월령月令편에서 학습學習이라는 말이 처음 시작된다. 송나라 때 예기 책에 대한 주석을 모아 자신의 생각을 더해서 설명했다는 뜻의 ‘예기집설’이라는 주석서를 낸 진호陳澔는 자신의 명저 예기집설禮記集說에서 학이시습學而時習에서 학學과 습習을 따로 떼어내 주석을 달았는데 “어린 매가 날개 짓을 처음 할 때 수없는 반복<習>을 통해 날갯짓을 배워<學> 나간다<추학수비야雛學數飛也>”라고 했고 철인 이당 안병욱은 “학學을 책상에서<冖> 어린아이가<子> 두 손으로<臼> 공부하고 있다<爻>”라고 풀었고 “습習은 새가 두 날개를<羽> 겨드랑이의 하얀 솜털이 보여 가면서<白> 날개 짓 한다”라고 풀었다.

설문해자에 의하면 ‘백白은 검은 것이 희게 될 때까지 애쓴다’는 말로 흰 것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되어 진다는 의미로 스스로 자自에서 시작 됐고 스스로 자自는 코비鼻에 그 연원을 두고 있는데 비鼻는 ‘스스로 처음에’ 라는 뜻이라 한다. 그래서 습은 처음부터 스스로 날갯짓한다는 말로 공부란 누가 시켜서라든가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애시 당초 스스로 해야 한다는 말인데 공자가 진과 채나라를 빠져나오면서 번지와 증자를 두고 한 말로 번지는 어리석었고 증자는 아둔했던 탓에 증자에게는 배우라는 학을 주었고 번지에게는 배운 것을 반복학습하라는 말로 습을 주었다.

이를 받아 적어 학이편 1장 1절에 학이시습學而時習으로 기록으로 남긴 이가 자공이다. 자공은 스승 공자의 가르침을 기록해둔 제자다. 논어 양화편 17-19문장은 그 사실을 이렇게 웅변하고 있다. 공자 말한다<자왈子曰> 나는 말을 하지 않으리라.<여욕무언予欲無言> 자공 말한다<자공왈子貢曰> 선생님이 말씀하지 않으시면<자여부언子如不言> 저희가 어떻게 기록하겠습니까.<즉소자하술언則小子何述焉> 공자 말한다<자왈子曰>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더냐.<천하언재天何言哉> 사계절은 운행되고<사시행언四時行焉> 만물은 나거늘<백물생언百物生焉>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더냐.<천하언재天何言哉>

자공이 말한 “저희가 어떻게 기록하겠습니까<즉소자하술언則小子何述焉>”라는 술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승 공자의 가르침을 자공은 기록했다는 말이다. 이 기록을 토대로 자공은 공자 사후 공자묘에서 시묘를 살면서 다른 제자들은 3년 시묘를 살고 떠났지만 자공은 장장6년이라는 긴 시간을 시묘를 살면서 논어를 편집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논어의 편집은 후대 편집이 아니라 당대 기록을 공자가 죽는 날부터 편집을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자공은 어떤 인물인가. 자공은 공부를 해서 훌륭한 학자가 된 인물이이 아니라 공부를 통해서 거부가 된 입지전적의 인물이다. 우리나라에도 이 사람을 모델 삼아 공부를 해서 거부가 된 인물이 몇 있는데 그중 크게 둘을 꼽으라면 현대 창업주 아산 정주영이 그중 하나일 것이고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이 그중 하나일 것이다. 한 때는 필부에 지나지 않았던 이들이 어느 날에 부턴가 결코 필부가 아닌 나라를 먹여 살릴 정도의 거부가 되어있는 것은 그 이면에 자공의 공부법이 내재되어있던 것이다. 단순히 ‘하늘이 도와서?’ 성공 했다느니 하기 좋은 말로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나서?’ 성공 했다느니... 그렇게 값싸게 싸잡아 도매금으로 넘길 일은 결코 아니다.

자공은 위나라 몰락한 장사꾼의 아들로 뼛골 쑤시는 가난에서 공부를 통해서 몰락한 장사꾼의 집안을 일으켰던 것처럼 호암이나 아산 또한 그렇게 한 것이다. 사족으로 호암은 9세 때 논어를 읽었고 아산은 9세 때 대학을 읽었다 한다. 자공은 그보다 훨씬 늦은 나이에 공자에게서 글을 배웠다. 돈 만이 살길이라며 죽어라 돈만 벌었던 사내 자공. 그는 돈 버는 가장 빠른 길을 공자의 가르침에서 시작했던 것이다. 공자의 가르침 제1항은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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